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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 여행의 짧은 기억들

적지 않으면 잃어버릴 시간을 위해서

by 문현준

2018년, 동생과 함께 삿포로에 있으면서 시장을 간 적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고요하고 정적인 모습이 우리가 알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나와 동생이 생각하는 수산시장이란 옛날 노량진 수산시장처럼 사람들로 바글거리는 광경이었다. 그런 예상과 다른 모습에, 나와 동생은 다른 수산시장을 한번 가 보고 싶었다.




그래서 호텔에 물어보니 버스를 타고 조금 떨어져 있는 큰 규모의 수산시장에 가볼 수 있다고 해서 동생과 가 보았다. 수산시장에서 물건을 사거나 밥을 먹으면 왕복 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번엔 사람들로 붐비는 시장 구경을 할 수 있을까 싶었던 나와 동생은, 전에 봤던 시장이 규모가 커졌을 뿐 다른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에 약간 아쉬워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방문했던 곳은 나와 동생이 생각했던 시장이라기보단, 북해도의 유명한 특산품을 파는 특별 상설매장에 가까운 곳 같았다. 생각한 것과는 달랐지만 좌우지간 특산품 구경을 한가득 하고 옆에 딸린 음식점에서 밥을 먹었다. 근처에서 발견했던 지역 레슬링 경기를 알리는 포스터가 인상깊었다.




생각했던 것과 달랐던 시장




특산품 구경은 원없이 할 수 있었다




시장과 함께 있는 푸드코트에서 먹었던 음식




깊은 인상을 주었던 지역 레슬링 경기 안내 포스터




삿포로에서 지나다니다가 큰 까마귀를 보기도 했었다. 한국에서 내가 사는 곳에서는 까마귀를 보기가 쉽지 않았는데, 볼 수 있는 것은 대부분 비둘기나 참새, 까치 정도였다. 그런데 조금 과장 보태면 독수리 만한 까마귀가 길가에 앉아 있어서, 신기해 사진을 찍었다.




덩치 큰 까마귀를 가까이에서 본 것이 신기했다




나도 동생도 고기를 좋아하기에 삿포로에 있을 때 하루는 야키니쿠 집에 고기를 먹으러 갔었다. 어디를 갈까 하다가 근처를 구글 지도로 찾아보니 평점이 좋은 곳이 있었다.




내는 돈에 따라서 정해진 시간 동안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정해지는 무한리필 가게였는데, 가장 비싼 메뉴를 선택하면 우설을 계속해서 먹을 수가 있었다. 우리는 말할 것도 없이 가장 비싼 메뉴를 주문하고 우설을 많이 먹었다.




이런저런 다양한 사이드가 있었는데, 그중에 김치와 냉면이 있어서 신기해 시켜먹어 보니 김치는 발효 느낌이 거의 나지 않고 달달한 느낌이 나는 피클 같이 느껴졌고, 냉면은 생각보다 한국에서 먹던 것과 비슷한 맛이 났다. 자리에 앉으니 고기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양배추도 내어줬는데, 이 양배추에 뿌린 양념이 뭐였는지 맛있어서 양배추를 계속해서 집어먹었었다. 아직도 그 양념이 뭐였는지는 미스테리다.




직원에게 말 한마디 없이 자리에 있는 태블릿으로 메뉴만 계속해서 주문하니 누가 봐도 외국인인것 같았는지, 다 먹어갈 즈음 해서 설문조사 종이를 가져다 주길래 열심히 적어서 돌려주었다.




이때 먹었던 숯불의 고기구이집이 꽤 인상깊어서, 동생과 종종 일본 가서 먹었던 고기집 중에는 삿포로의 거기가 가장 좋았었다, 하고 이야기하곤 했다.




삿포로에서 갔던 야키니쿠 가게




입맛 까다로운 동생도 인정하는 맛있는 곳이었다




돌아오는 날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갔는데, 묘하게 나에게는 삿포로의 신치토세 공항이 가장 구경할 것이 많은 것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안쪽에는 초콜릿을 만드는 설비를 들여놓은 초콜릿 가게도 있었고, 음식점도 다양했다.




지금 다시 검색해 보면 신치토세 공항의 면세점이 특별하게 더 볼것이 많다던가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왜 내 기억 속에는 그렇게 크고 볼 것이 많았던걸까 생각하면 신기하다. 한국에선 보기 힘든 라클렛 가게와 다른 음식점들을 많이 봐서 그런지, 아니면 내가 관심 있는 디저트 면세점들이 많아서 그런건지.




여행의 마지막에, 공항을 둘러보며 참 구경할 것이 많네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돌아오는 날 활짝 개었던 날씨 아래, 신치토세 공항




기괴함이 인상적인 지자체 홍보대사 캐릭터




생산 설비가 있던, 공항의 초콜릿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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