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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사원 가서 사장님 술좀 따라야지

10년 전 대학부터 이어진 전통

by 문현준

최근 동남아 쪽 협력업체 사장님의 방문이 있었다. 긴밀한 협력 관계인 사람들이 한국에 오기도 했고, 얼마 전 중요한 고객사 미팅이 끝나기도 했기에 끝나고 회식을 하기로 했다.




고객사 미팅 준비하느라 고생한 사람들이 많았기에 정했다는 가게는 해산물 가게였다. 보양음식으로 유명한 해산물 가게였고 말은 못했지만 나는 그 해산물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생각하여 보양식으로 꼽히는 메뉴를 고른 그 마음은 진심으로 느껴졌다.




물론 메뉴를 고른 진심과 회식이 어떤 것인지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협력업체와 회사 사람들은 이전에 같이 일한적이 있었다. 그 말은 회식자리에 앉으면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옛날 추억을 말하기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옛날 사람들의 반짝이던 과거 자랑 같이 느껴지는, 별로 공감되지 않는 이야기들.




옆에 앉은 다른 사람에게 혹시 해산물 좋아하냐 물어보니 다행히 좋아한다고 해서, 제껏까지 많이 드세요 했다. 다른 쪽 옆에 앉은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니, 살면서 처음 먹어본다 한다. 20대 중반인데 한번도 안 먹어본 것이 가능한가 싶다.




해산물이 불판 위에서 익어가고, 다들 잔에 소주를 채운다. 한 두잔 먹기 시작하자, 부장들이 말한다. 왜 이렇게 술을 안 먹어? 벌써 빼는거야? 옆에서 대표는 잔에 따른 맥주를 나눠 마시고, 협력업체 사장은 술은 알아서 적당히 마십시다 하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부장들이 말한다. 최사원 가서 사장님 술좀 따라 드려야지. 원래 이런 자리에서는 사장님 술좀 따라 드리는거야.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옛날 생각이 났다. 적개심으로 가득 찬 상태로 보잘것 없다 여긴 라따뚜이를 먹은 음식 평론가 안톤 이고가, 보잘 것 없던 자신의 옛날 추억을 회상하는 장면마냥.




물론 라따뚜이를 먹은 안톤 이고가 떠올린 것은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옛날 추억이었지만 내가 떠올린 것은 조금 다른 것이었다. 대학교 때 종종 있던 선배들과의 술자리였다. 술을 먹기 시작하면 술병을 들고 누군가에게 인사를 하러 다니고, 어디 사니 해서 서울이요 하면 서울이 니 집이니 하는 말을 듣고, 자리에 앉아 있으면 안 되는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던 그 순간.




그로부터 10년이 넘게 지났다. 그 문화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곳에 남아 있는 것을 보니, 한국이 이렇게 전통문화를 보존하는데 눈에 불을 켜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신기했다. 술이 들어간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지 우리에게 조언을 하기 시작했다.




그 조언이 우리를 성공하게 할 수 있을지, 당장 5년 뒤의 미래를 준비하고 결혼하고 가족을 가지기 위한 자산을 모으게 할 수 있을지, 냉소적이다 못해 웃음이 나올 정도의 웃기지도 않은 현실에 도움이 될지는 정말 모르겠지만 말이다.




흔하디 흔한 회식이 그렇게 또 지나간다.




P20220611_165421884_C667C796-4683-40D7-9D93-F69FA7B7B352.HEIC 10년전 선배들과의 대학 술자리에서의 그 느낌을, 회식자리에서 느끼고 있었다. 2022 06,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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