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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대로 라는 말이 싫어진 이유

직접 말을 들어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by 문현준

최근 들어 친구와 함께 일을 하고 있다. 준비하고 있는 것에 같이 할 사람이 필요해 친구에게 시급을 주고 함께 일하고 있는데, 쉽게 시키기 힘든 일인데도 잘 해주는 친구에게 고맙다고 매번 이야기 하고 있다. 가끔씩 일이 길어지면 점심도 먹고, 늦게 끝났는데 고생한 것이 미안해서 저녁까지 먹고 갈 때도 있다.




그런데 어느 날도 긴 작업이 끝나고 나서 뭐 먹고 가겠냐고 물어보니 오빠 맘대로 하세요, 이러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으니 친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나는 별로 관심이 없으니 너 알아서 하세요 일까 아니면 나는 뭐라도 좋으니 너가 하자는 대로 하겠다 일까? 그런데 두가지 다 나는 어떻게 하던 간에 상관이 없다 라는 말은 똑같은 것 아닐까?




사실 나도 평소에 누군가가 내 의견을 물어볼 때 너희 맘대로 해라 나는 따라가겠다 라고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정말 뭐든 괜찮으니 너가 하는 결정에 따라가겠다, 내 의견보다는 너의 의견이 중요하니 너의 의견대로 결정해도 된다 라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날 갑자기 친구가 나에게 그렇게 말 하고 있으니 그 말을 듣는 나의 기분이 썩 상쾌하지는 않았다. 맘대로 라고? 뭐든지 해도 된다는건 그 어떤 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것 아닌가?




물론 나는 그 친구를 오래 봤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으면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 하는데다가, 그 친구는 작업지 근처를 거의 돌아본 적이 없기에 정말 순수한 의미로 뭐든지 먹어도 괜찮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그 말을 듣는 나는 뭔가 기분이 개운치 않아서, 그렇게 말하니 좋다는 것인지 싫다는 것인지 알 수 없으니 좋아요 싫어요 둘중에 하나로 말을 해달라고 했다. 그러니 좋아요 라고 말해서,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뭐라도 먹고 가도 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비록 한번 먹어 보고 가려고 했던 타코집은 주말 저녁인데도 사람이 많아서 결국 먹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 해산해야만 했지만. 그날 집에 가면서 나는 앞으로 누군가가 물어봤을 때 맘대로 하세요 라는 말을 하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다. 뭔가 좋아 싫어 둘중에 하나를 골라야만 한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그래도 그 표현이 상대방의 마음에 더 괜찮은 반응이라면 충분히 그래도 되겠다 싶었다.




문득 옛날엔 하지 못했던 생각이 갑자기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맘대로 하세요 라는 말은 듣기에 썩 좋은 말은 아닌 것 같다. 2023 08, 서울 성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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