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에서 갔다온 미야지다케 신사
평소에 재미있는 장소를 보면 열심히 구글지도에 즐겨찾기를 해 둔다. 나중에 여기를 가고 말겠다 같은 생각은 못하더라도, 혹시 근처에 간다면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이다. 옛날에, 나중에 꼭 가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곳이, 사실 내가 일전에 가 본 적이 있었던 곳 바로 옆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뒤로 더 열심히 기록 중이다.
그래서 이번에 후쿠오카에 갔을 때도 근처의 가 보고 싶었던 곳을 가 보기로 했다. 사실 일전에 동생과 후쿠오카에 갔을 때에도 가 보고 싶었지만, 혼자 하는 여행과 같이 하는 여행은 다른 만큼 그때는 가 볼 수 없었다. 다행히 이번에 후쿠오카에 있는 짧은 시간 동안 반나절 정도의 시간이 있어서, 시간을 내어 가 보기로 했다.
내가 가 보려고 한 곳은 미야지다케 신사 라는 곳이었는데, 언덕 위에 있는 신사의 대문 아래로 길이 바다까지 쭉 뻗어 있는 멋진 모습이 인상적인 곳이었다. 후쿠오카에서 지역 기차를 타고 30분 정도 가면 있는 후쿠마 에 있었는데, 맨 처음엔 역에서부터 신사까지 걸어갈까 하다가 버스가 있어서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신사 때문에 사람들이 후쿠마에 많이 찾아오는지, 버스와 바닥에 신사 가는 길이 타일로 표시되어 있었다. 해 지기 전에 가서 근처 구경도 할 생각으로 조금 일찍 신사 입구에 도착했다.
유명한 신사인 것 같아 근처에 카페나 음식점이 있을 줄 알았는데, 비수기에 방문해서 그런지 모두가 문을 닫고 있었다. 사실 나는 근처에서 뭘 사먹을 생각으로 조금 배고픈 상태로 갔기에 음식점이 없어 아쉬웠다. 다행인 것은 신사 초입부에 꽤 큰 편의점이 있어 간식을 사 먹을 수 있었겠지만 나는 뭔가 음식점 스러운 곳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싶어, 일단은 근처를 돌아보기만 하기로 했다.
미야지다케 신사는 낮은 언덕 위에 있는데, 언덕 위로 올라가서 뒤를 돌아보니 내가 인터넷으로 봤던 그 광경이 펼쳐졌다. 신사 대문 아래의 돌계단 길이 끝없이 이어져서, 저 멀리 있는 해수욕장까지 닿았다. 해가 질 때까지는 시간이 충분히 있어서 안쪽의 신사도 천천히 돌아보았는데, 규모가 크지는 않아서 금방 돌아볼 수 있었다.
뒤쪽의 작은 산 아래에 있는 신사는 안쪽에 작은 내부 공간을 가지고 있었다. 신사로 들어가는 거대한 문 안쪽의 위에는 유리로 만들어진 풍등이 많이 걸려 있었는데, 흔들리는 모습도 맑게 울리는 소리도 좋아하던 나는 천천히 사진을 찍으며 신사 구경을 했다. 바로 근처에 나무들이 많아 모기가 많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모기가 없어 편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비록 날씨는 정말 더웠지만.
해 질 때까지는 시간이 충분히 남아 있는 상태였는데, 미야지다케 신사에서 무작정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좀 아까웠다. 길을 따라 쭉 걸어가면 나오는 해수욕장에 가보고 싶어졌는데 거리가 꽤 멀어 보여서 약간 고민했지만, 남는건 시간과 체력 뿐이었으니 한번 가 보기로 했다. 가다 보면 적당한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는 음식점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행히 하늘에 구름도 적당히 있어서 걸어가면서 햇볕에 그대로 구워지지도 않았고, 오후가 지나서 저녁이 되어가니 볕도 조금씩 약해지는 듯 해 시간이 좀 걸릴 뿐 부담없이 걸어갈 수 있었다. 미야지다케 신사에서 앞쪽의 바다 미야지하마 해수욕장까지는 대략 1.5km 정도였는데, 길이 일자로 뻗어 있고 높낮이가 없어 걸어가기는 편했다. 가는 길은 한적한 시골 느낌이라, 논을 양옆에 두고 난 길을 걸어가다 보니 사람도 별로 없고 민가와 자판기만 종종 볼 수 있었다.
해수욕장 쪽에 가까이 다가와 가니 음식점이 좀 나와서 카페에서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먹고 계속해서 걸어가니, 얼마 지나지 않아 해수욕장이 나왔다. 소나무 숲 건너편에 있는 해수욕장 근처에도 건물들이 있었지만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가족 방문인 듯한 사람들만이 해수욕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사람들로 붐비지 않는 평화로운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다시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가 미야지다케 신사에 도착하니, 다행히 내가 계산한 시간대로 해가 막 지기 시작하는 시간이었다. 해가 지면서 찾아오는 노을에 신사에서 본 풍경이 한층 더 멋있어졌다. 나 이외에도 다양한 국적의 방문객들이 오가면서 미야지다케 신사에서 보이는 전망을 찍었다. 나는 시간을 충분히 두고 왔기에, 가만히 앉아서 사진과 영상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해가 완전히 질 때까지 그곳에 있었는데,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아마 신사 관련된 사람인 것 같았는데, 나는 대화를 하고 싶었지만 일본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지라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알고 있는 모든 일본어를 쥐어짜서 멋진 풍경이네요 한 마디를 했던 것 같다.
밤이 되니까 낮에는 없던 모기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열심히 사진과 영상을 찍고 있으면 어디선가 나타나 앵앵대는 소리를 내며 귓가에서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노을이 지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으면 좋겠다 싶어서 열심히 찍었는데,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영상이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노을이 보이는 것만큼 멋지게 영상에 담기지 않았던 것이다. 그나마 사진은 보는 것과 비슷하게 나와서, 사진만 열심히 찍었다.
돌아가는 길, 역까지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렸지만 버스가 오지 않아 걸어가야 하나 고민했다. 하지만 다행히 시간이 조금 지나자 바로 버스가 도착해서, 편하게 역까지 가서 기차를 타고 돌아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