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도 한국인도 줄 서 먹는 라멘

줄 서 먹는 음식은 맛있는 음식이다

by 문현준

첫날 도착하자 마자 나가사키로 가서 이런저런 일정을 끝낸 뒤 다음날, 다시 후쿠오카로 돌아왔다. 후쿠오카에서의 시간이 하루가 있어, 숙소에 짐을 가져다 두고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점심으로 뭘 먹을까 하다가 후쿠오카 하면 역시 돈코츠 라멘 아닐까 싶어, 역 근처의 음식점을 알아보았다. 일전에 동생과 함께 가 보고 싶은 곳이 있었지만 위치나 접근성을 고려하여 가지 못했던 곳이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의 나는 어디든 갈 수 있었다. 왜냐면 이번엔 나 혼자였으니까!




8월 초의 후쿠오카는 정말 더웠다. 첫날 캐리어를 끌고 조금만 돌아다녔던 날씨를 나는 한낮에 라멘집을 찾으러 꽤나 걸어가야 했다. 역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몇 개의 블록을 지나가는 사이에도 뜨거운 땡볕 아래 그늘 없는 길을 걸어가느라 너무나도 더웠다. 너무 덥다고 생각하다가도, 그래도 이래야 이 때의 일본이다, 며칠 지나면 적응이 되서 돌아다닐 것이다,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계속 걸어가다 보니 어디선가 익숙한 냄새가 났다. 내가 좋아하진 않지만 한국에서 흔하게 맡을 수 있는 냄새였다. 순대국을 파는 국밥집에서 맡을 수 있는, 응축된 국밥 육수 증기가 모든 것에 찐득하게 들러붙은 냄새. 나는 멀지 않은 곳에 라멘집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냄새 다음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것은 줄이었다. 긴 줄이 있었다. 그 더운 날씨 아래에.




끓어오르던 후쿠오카의 더운 날씨 아래에 줄을 서 있던 사람들




보통 음식점에서 줄 서서 먹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미 시간을 써서 그곳까지 간 이상 다른 음식점을 찾기보다는 그냥 거기서 계속 기다렸다가 라멘을 먹는게 나을 것 같았다. 그나마 라멘은 빠르게 먹고 일어나는 음식이니 빨리 들어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천만 다행인 것은 줄 서는 라인이 건물 아래쪽이라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어 땡볕 아래에서 기다리지는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기다리는 곳 옆에는 자판기가 있었다. 자판기에서 녹차를 하나 뽑아 마시면서 줄을 서서 들어가는 순서를 기다렸다.




일전에도 동생과 후쿠오카에 와서 라멘을 먹었었지만 그것은 한국에서도 아주 유명한 라멘 프렌차이즈의 것이었다. 뭔가 한국에서는 먹어볼 수 없는, 후쿠오카 안에만 가게가 있는 라멘을 먹어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촉박해서 동생과 가 볼 수는 없었다. 이번에 나 혼자 가 본 라멘 가게는 후쿠오카 안에서 꽤 유명한 듯 해서 특히 일본 사람들에게 더 유명한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줄 서는 사람들 중에 외국인이나 여행객은 별로 찾아볼 수 없었다. 대부분이 일본 사람들이었는데, 삼삼오오 모여서 건물 그늘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도, 나는 그렇게 오래 기다리지는 않고 들어갈 수 있었다. 여러 명이서 줄을 서면 큰 자리가 나야지 들어가는데 나는 혼자 줄을 서고 있으니 작은 자리에도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가니 일본 음식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판기 기계가 있었다. 모든 것이 포함된 라멘을 하나 주문해 자리에 앉았다. 운 좋게도 바로 안쪽에 주방이 보이는 곳에 앉을 수 있었다. 요리하는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큰 행운이었다.




이곳의 라멘은 돼지뼈를 아주 오랜시간동안 우려서 돼지 뼈가 다 부셔질 때까지 끓여 돼지 풍미를 강하게 우려낸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한국에서 옛날에 먹었던 돼지국밥과 비슷한 느낌이 났다. 돼지 뼈 풍미가 진하게 들어있는 육수는 작은 거품이 쌓여 있어서 가게 측에서는 이걸 카푸치노 돈코츠 라멘이라고 밀고있는 모양이었다.




나온 라멘을 한 스푼 먹어 보니, 정말로 돼지 풍미가 강하게 올라왔다. 사실 순대국밥집의 그 응축된 돼지 육수 냄새를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가게 안에서 먹다 보니 어차피 코로 맡는 그 냄새는 둔감해지고, 진한 육수의 라멘 맛만이 다가왔다. 그냥 먹는 것도 맛있었지만, 마늘과 후추를 뿌려 먹으니 더 맛있었다. 문득 인터넷에서 봤던 후기가 떠올랐다. 돼지 맛이 매우 강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왜 그런 후기가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지만 나는 좌우지간 여태까지 먹어본 것과는 다른 느낌에 더 맛있게 먹으면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일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음식점 내부 자판기




돼지 육수가 거품을 이루고 있던 라멘




라멘을 먹고 밖으로 나와 보니, 아까보다 줄이 더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래도 내가 운 좋게 와서 빨리 들어온 편이었구나 싶었다. 문득 가게 안에서 그리고 줄 서는 사람들 중에서도 한국 사람들을 본 것 같았지만, 좌우지간 이곳은 누구나 줄을 서서 먹어야 하는 곳이었다. 한국인도, 일본인도, 구분없이 공평하게, 돼지 풍미 한가득인 라멘 한 그릇을 위해서.




뜨거운 땡볕 아래에서도 줄어들 기미가 없던 라멘집 앞의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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