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최근들어 을지로 3가 쪽에 자주 갔다. 근처에서 약속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 작업할 것을 바리바리 싸들고 카페에 가서 기다리는 일이 잦았다. 근처에 다른 프랜차이즈 카페도 있었지만 나는 이전부터 한국에서 끝발 날리는 가장 유명한 프랜차이즈 카페를 가기에, 어디 없나 하고 찾아보니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래서 지난주부터 을지로 쪽에 있는 별다방을 자주 이용하고 있다. 작업하기에는 가장 좋기 때문이다. 화장실 깔끔하고, 넉넉한 콘센트에, 신호 강한 와이파이까지.
작업도 하고, 약속도 갔다오고, 거대한 건물 안에 있는 화장실까지 이용하고, 카페에 오는 사람들까지 구경한다. 오전에는 비교적 사람이 없다가, 점심 즈음엔 또 물밀듯이 사람들이 몰려왔다가 사라진다. 건물에서 일하는 사원증 건 사람들, 근처에서 일하는 것 같은 작업복의 사람들, 인테리어 시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나처럼 노트북을 가져와 무언가를 계속 하는 사람들. 문득 그 사람들을 보다 보니, 재미있는 공통점이 보였다. 카페에 커피를 먹으러 온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곳의 그 누구도 편한 카페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 방문하지 않은 것 같았다. 누구나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방문하고 있었다. 강한 와이파이 신호와 풍부한 콘센트로 작업을 위해. 점심 식사 시간 이후 남는 잠깐의 시간을 위해. 알고 있던 사람들과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사업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그 어떤 이유에도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는 주인공이 아니었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카페에 온 것이 아니었다. 카페라는 공간을 이용하기 위해 오면서, 커피라는 입장료를 끊은 셈이었다.
생각해 보니 사람들이 카페에 방문하는 이유는, 원래 그것을 별도로 하던 공간이 있지만 그걸 할 수 없게 된 것들이었다. 나는 원래 집에서 작업을 했지만 집에서 작업을 할 때 별도의 작업공간을 준비하지 않으면 게을러져서, 외부 작업 공간이 필요해 카페를 방문했다. 밥 먹고 짧게 휴식을 가지려는 사람들도 회사에 준비된 별도의 휴식 공간보다는 완전히 분리된 외부 공간을 선호했을 것 같다. 프로젝트나 사업 같은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려는 사람들도 다른 이야기를 나눌 만한 공간을 마땅히 찾기가 힘들어서 카페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었을까.
결국 카페는 뭘 하기에도 애매한 공간이지만, 뭘 할 수도 있는 공간이었다. 수다를 떨 수도, 간단한 업무를 할 수도, 사람들을 만나서 업무적인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아무 이야기나 나눌 수도 있고. 짧게 시간을 보낼 수도.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언제라도 갈 수 있고 어디에도 있을 수 있는 공간. 하지만 굳이 그곳에서 커피를 마실 필요는 없는 공간.
커피가 아니라, 커피가 아닌 무언가. 사람들은 그것 때문에 카페에 갔다. 커피는 그저 부가적인 것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