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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사진을 올리면 맥주를 준대요

나가사키가 잘 보이는 이나사야마 전망대

by 문현준

8월에 일본 여행에 가서, 이전부터 알고 있던 일본 지인을 만났다. 일전에 게스트하우스에서 일을 했던 것이 인연이 되어, 선물을 주고 받고 했던 아저씨였다. 지난번 동생과 우레시노에 갔을 때 점심식사를 대접해 주시고 차로 안내해 주셨던 것이 기억이 나, 이번엔 내가 개인적으로 선물을 사들고 가서 보답을 하고 싶었다.




마침 비싼 레일 패스를 끊었기에 이걸 이용해서 나가사키에 가도 괜찮겠다 싶었던 나는, 선물을 사들고 그분을 만나러 갔다. 나도 한 번도 안 먹어 본 비싼 증류식 소주, 사는 곳 근처 백화점 지하에서 산 고급 참기름과 들기름. 나중에 나는 말했다. 이 참기름하고 들기름은 저도 한번도 못 먹어 봤어요. 맛있게 드세요.




여튼 역으로 마중 나와주신 그분의 도움으로 나는 나가사키 근처에 있는 장소를 한 곳 가보기로 했다. 평소에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즐겨찾기에 충실히 저장해 두는 나는 나가사키 근처의 전망대를 가 보고 싶다고 했다. 이나사야마 전망대였다. 거길 어떻게 알았냐면서 신기해 하셔서, 인터넷에서 옛날에 봤다가 저장해 뒀다고 했다.




감사하게도 차를 얻어타고 올라가는 이나사야마 전망대는 꽤 높은 언덕 위에 있었다. 언덕길 위를 올라가는 길이 굽이치며 이어지고 그 주위로는 낮은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올라가면서 종종 보이는 나가사키의 모습은 높고 낮은 언덕과 건물들에 바다가 맞닿아 있는 모습이었다. 문득 부산의 모습이 이렇지 않을까 생각했다. 비록 나는 부산에 가 본 적이 별로 없어 잘 몰랐지만 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언덕 위 전망대 주차장에 도착하고 나니, 앞쪽에 작은 건물이 있었다. 음식점과 카페 같은 것들이 들어가 있는 건물 안에는 길이 나선형으로 나 있어서 천천히 걸어서 올라갈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바로 옆쪽에 있는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더 쉽게 위쪽까지 갈 수 있었다. 엘레베이터 안에는 이런저런 홍보 전단이 있었다. SNS 에 전망대의 사진을 올리면 맥주 한 잔을 준다는 설명에, 통이 크다고 보통 한국에서는 음료수 한 잔을 준다고 했다.




전망대 건물 위까지 가니 나가사키의 전망이 한 눈에 들어왔다. 올라오면서 봤던 나가사키의 전망과 멀리 있는 산들까지 잘 보였다. 날씨 걱정을 했던 내 염려가 무색하게 멀리까지 좋은 전망을 볼 수 있었다.




이나사야마 전망대에서 볼 수 있었던 멋진 전경




산맥과 바다, 메가미 다리가 잘 어울리는 풍경이었다




나가사키역과 그 근처 도심지, 산들까지 잘 보였다




멀리 흐릿하게 보이던 운젠 산




한껏 전망대의 경치를 둘러보고 나서, 천천히 나가사키로 다시 내려가니 퇴근 시간이었다. 지인 분의 아들은 나가사키의 농업 협동조합 같은 곳에서 일한다고 했다. 아들과 함께 지인 분이 사는 도시로 같이 돌아오는데, 노을이 정말 예뻤고 나는 갑자기 졸음이 참을 수 없이 몰려와서 조수석에 앉아 졸았다.




퇴근 시간이라 그런지 몇 번의 교통 정체를 겪고 나서, 근처의 작은 음식점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나 혼자 갔다면 겪기 힘들었을 재미있는 경험들도 하고, 바로 코앞에 있는 기차역까지 걸어갔다. 지인 분은 나에게 사진을 한 장 찍어 주었다. 친구가 그 사진을 보더니 아주 행복해 보인다고 했다. 왜 행복해 보였을까. 그 자리가 너무 편해서였을까 아니면 음식을 많이 먹어서였을까 아니면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해서였을까.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숙소가 있는 우라카미 역에 돌아오니 완전한 밤이었다. 한적한 밤 거리를 걸어, 숙소로 돌아왔다.




고요하던 우라카미 역 앞 노면전차 정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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