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돈 없을 때요

사업을 그만두고 싶을 때는 언제일까

by 문현준

대학교 때부터 시작해서 게스트하우스 일을 잠깐 한 적이 있다. 당시 일하던 게스트하우스는 서울 안에 두 곳의 지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사장님들도 젊은 편이어서 나와 나이차이가 5년 정도밖에 나지 않았다. 그 중에 맨 처음 게스트하우스 일을 시작한 사람은, 동네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골목길을 따라 캐리어를 끌고 매일같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을 보고 수요가 꽤 있구나 하는 생각에 작은 공간을 찾아서 직접 인테리어해 첫 영업을 시작했다고 했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그때 시작하면서 제3 금융권을 통해 자금조달을 해서, 만약 매출이 잘 나오지 않는다면 정말 큰일나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다행히 의도한 대로 매출이 잘 나왔고,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 안의 다른 곳에 게스트하우스 창업을 해서 몇 년간 안정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아르바이트 포함 몇 년간 일을 했었고 사장님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았다. 나는 사업을 하는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만나 본 적이 없었기에 내가 궁금하게 여기는 것들을 물어볼 기회가 생기면 물어보았다. 그것을 아르바이트 지원을 하러 가서도 물어보는 바람에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은 처음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었다.




여하튼 내가 그때 물어봤던 것 중의 하나는 언제 사업을 그만두고 싶냐고 느끼냐는 것이었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어떤 것 때문에 사업을 그만두고 싶을까. 나는 그때 내가 생각해 봤던 답변들이 있었다. 사람 대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돈을 벌어서라도 못 한다 싶을 때, 돈을 벌다가 이건 정상적인 방법으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다 싶을 때, 이렇게까지 해 가면서 매출을 올려야 하나 같은 생각이 들 때. 그때 게스트하우스 일을 한다는 것이 해당되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었지만, 여하튼 나는 그런 대답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들은 대답은 간단했다. 너무 간단해서 더 말 할 것도 없는 정도였다. 돈 없을 때요. 돈 없을 때 사업 그만 하고 싶어요.




맨 처음에 그 말을 들었을 때는 그 말을 어렴풋이밖에 이해할 수 없었다. 돈 말고 다른 더 신경쓰이는 것이 있지 않을까. 돈 버느라 자기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버려야 한다면, 그 때가 사업을 그만하고 싶을 때가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은 나는 여태까지 일을 하고 돈을 받는 입장에서만 있어왔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요즘 들어서 왜 사장님이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알 것 같다. 일을 하고 돈을 받는 입장과 일 하고 돈을 버는 입장은 다른 것 같아서,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있겠다 생각이 든다. 돈을 쓸 때마다 이 돈을 과연 벌어서 회수할 수 있겠다 생각이 들면, 그때마다 옛날에 들었던 이야기가 다시금 떠오르는 것이다.




돈이 없을 때가 가장 사업을 그만 하고 싶은 순간이라고.




다른건 모르겠고 돈 없을 때가 사업 그만하고 싶은 순간이라던 사장님의 말을, 이제는 알 것 같다.




돈 없는 때가 사업 그만하고 싶은 순간이라는 그 말이 요새 생각난다. 2023 03, 서울 명동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일본 후쿠오카의 아이리쉬 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