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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Mar 21. 2024

열린 토마토가 시들기 전에

커뮤니티의 생명이 다하기 전에 해야하는 것

베이킹을 좋아하는 내가 외부에 베이킹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생각한 것은 꽤 오래된 일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무언가를 할 수는 없다. 세상에 모든 것은 돈이 들어간다. 사는 데에도 그렇고, 취미도 그렇다. 외부에 별도의 공간을 만드는 것은 더욱 그렇다. 외부에 네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어? 거기서 너가 하고 싶은 작업을 하고 다른 사람들도 만났으면 좋겠어? 그래 그럼 그 돈은 누가 낼 건데? 일단은 이 질문에 대해 답을 찾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리고 나는 꽤 오래 전부터 그 답을 찾아보려 했다.




내가 그 답을 찾은 곳은 내가 신경쓰고 있던 커뮤니티 활동에서였다. 맨 처음 취미 독서모임 활동에 관심이 있던 나는 독서모임 운영진을 하다가 취미로 하던 베이킹을 더 많이 하면서, 만든 결과물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곤 했다. 그러다가 내가 활동하던 취미 플랫폼에서 베이킹 관련 커뮤니티가 없다는 것을 알고, 내가 아예 베이킹 커뮤니티를 시작한 것이었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보고 참가해 줘서, 베이킹 커뮤니티는 꽤 규모가 커졌다.




그때 주기적으로 베이킹 커뮤니티 활동하는 사람들과 함께 모여서 베이킹을 하곤 했는데, 돈을 모아서 공유주방을 예약하고 재료를 준비하는 등의 일을 했었다. 초창기에는 신청하는 사람들이 들쑥날쑥 해서 많은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지만, 꾸준히 해 나가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 준 덕에 정기적으로 계속해 나갈 정도가 되었다. 주말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베이킹 하는 것을 꽤 오래 하다 보니, 다른 취미 플랫폼에서도 플랫폼 활동 제안을 주기도 했다. 다른 플랫폼의 제안도 검토하고 새로운 플랫폼에서도 활동을 계속하니, 베이킹 진행 회수가 점점 늘어났다.




처음에는 나 혼자 베이킹 일정을 진행하고 준비했지만, 어느 정도 규칙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되자 함께할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다. 나 이외에 다른 사람들 중에서도 베이킹 일정 진행하는 것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았고, 다른 사람이 베이킹 일정을 진행한다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준비했다. 그렇게 하자 나 이외에 다른 사람들도 베이킹 일정을 진행할 수 있었고, 그렇게 되니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진행하는 베이킹 일정을 고정적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사실 그때 당시에는 평일에는 일을 하고 주말에는 취미로 베이킹 일정을 진행하고 있었기에 평일에도 주말에도 꽤 바쁜 일정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환경에 노출되면서 배우는 것도 많다고 느껴 좋았고, 베이킹 일정을 진행하면서 베이킹 관련해서 느끼고 알게 되는 것도 있는데다가, 일정을 진행하는 겸 겸사겸사 다른 곳의 카페나 음식점을 가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래서 나름 만족하면서 베이킹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베이킹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나에게 어떤 성과를 줄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했다. 커뮤니티의 동력은 영원하지 않고, 그 동력이 없어졌을 때 남을 무언가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사진과 기록들을 보면서 하하 참 재밌었네 소중한 추억이야 하면서 되새김질 할 수 있는 것 이외에 더 강하게 물리적으로 남는 무언가가.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언젠간 커뮤니티는 힘을 잃고 쇠퇴할 수 있었다. 그 전에 나는 커뮤니티를 이용해 무언가를 해야 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세운 원칙을 어길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내 원칙은 간단했다. 내가 커뮤니티를 통해 하는 일은, 커뮤니티를 함께하는 사람들이 베이킹을 하는 일에 도움이 되어야 했다. 참여하는 사람들은 더 나은 환경에서 더 다양한 메뉴를 해 볼 수 있었으면 했다. 베이킹 일정을 진행하는 사람들이 기존 외부 공간에서 느끼던 부담감과 압박을 덜 수 있었으면 했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그것이었고, 다른 것은 부차적이었다.




커뮤니티를 통째로 넘기거나 중간 통행세를 걷는 것 이외에 커뮤니티를 위해 도움이 되는 방안을 고려한다면, 할 수 있는 것은 정해져 있었다. 외부 공간을 이용하면서 느꼈던 아쉬운 점들을 보완하여 완전한 별도의 공간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베이킹 일정의 수요는 들쑥날쑥한 것이어서, 붐비거나 한산하거나 둘중에 하나를 반복했다. 공간을 고정적으로 꾸준히 쓸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지나치게 희망적인 가정일 수 있었다.


하지만 완전한 별도의 공간을 준비하는 것이 커뮤니티에도, 나에게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때부터 나는 생각을 조금 다르게 해 보았다. 과연 규모를 키운다면 얼마까지 할 수 있을까? 베이킹 일정을 늘리고 진행한다면 한달에 얼마 정도까지 외부 공간 대여에 지출하게 될까? 만약 내가 생각한 금액을 넘어선다면, 그때부터는 준비를 해도 되지 않을까?




겁이 많은 나는 무턱대고 까짓거 해 보죠 하고 시작할 생각은 없었기에, 어느 정도의 금액을 생각해 두고 한 달에 외부 공간 대여로 어느 정도의 예산을 지출하는지 확인했다. 만약 그 금액 이상의 비용을 지출하고, 금액의 규모가 3달 정도 유지되면 그때부터는 지체없이 외부 공간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리고 2023년의 중순 이후 어느 달, 모임이 조금 많았다. 외부 공간임대 비용은 내가 설정해 둔 것보다 조금 부족했다. 하지만 예비비 적립이나 높은 할인단가 등 내가 공간임대 비용의 일부를 외부 기획에 이룡하는 것들이 있었기에, 차감하거나 할인받은 것들을 고려하면 금액은 내가 계획한 것 이상으로 볼 수도 있었다.




부정적인 요소들이 많았다. 과연 그 규모로 계속해서 진행할 수 있을까? 만약 다른 커뮤니티가 성장하면 내가 계획하는 일정의 진행이 줄어들지 않을까? 긍정적인 요소들도 있었다. 공간을 준비해서 외부 대관을 하게 되면 전체 진행 규모에 변동이 있어도 공간을 유지할 수 있었다. 큰 규모의 공간을 준비하면 동시에 많은 인원과 함께 일정을 진행할 수 있게 되면서 회비를 안정적으로 충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요소들과는 다른 더 중요한 요소도 있었다. 커뮤니티는 규칙적으로 일정을 진행하며 구조적으로 안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얼마 전에 퇴사를 하여 시간이 있는 상황이었다. 앞으로 언제 할 수 있을지, 또 기회가 올지 알 수 없는 것을 한다면 지금이었다. 바로 지금.




나는 매물을 찾으러 다녀 보기로 했다.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 못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매물을 찾으러 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2024 01, 서울 종로4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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