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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Apr 15. 2024

파티룸 하려면 월세 더 받아야겠는데

불행 중 다행일까

다른 사람들과 베이킹을 하기에 적당한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장소인 을지로와 충무로 쪽에서 적당한 부동산 매물을 찾으러 돌아다녔다. 매물을 찾아본 적도 없었던 내가 원하는 매물에 대한 정보를 적어서 부동산마다 들어가 전단지를 돌리기까지 생각보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나는 괜찮아 보이는 매물을 하나 찾았다. 생각보다 빨리.




상하수도도 있고, 내부에 화장실도 있고, 이전에 케이크 가게였다고 했으니 오븐을 쓰는데도 무리가 없을것이고, 엘레베이터가 없지만 2층이라 짐을 올리는데에도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았다. 남쪽으로 나 있는 통창이 밖을 향해 잘 보이도록 되어 있어서 개방감이 있었다. 을지로 쪽에는 오래된 건물들이 많아 내가 생각하는 그런 조건을 맞춘 곳들이 없다고 느꼈던 터라, 앞으로 비슷한 매물을 찾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했다.




아직 건물주와의 최종 확인이 남아 있었지만, 일단 이곳에서 진행을 하면 어떻게 될까를 생각하며 준비하기로 했다. 일단 줄자를 가지고 가서 전체 공간에 대한 전반적인 그림을 그리고 공간을 어떻게 쓸 지에 대한 생각을 해 보았다. 쓸 수 있는 공간과 쓸 수 없느 공간을 나누고, 쓸 수 있는 공간에 가전을 투입할 시 어느 정도의 여유공간이 나올지 계산해 보았다. 오븐과 냉장고, 수납장 같은 것을 어디에 둬야 할지. 화장실은 그대로 이용할 수 없으니 화장실을 깔끔하게 인테리어 하는데에는 비용이 얼마나 들지.




가전을 이용하고 공간 구성하는 것은 얼추 해 봤다고 쳐도, 화장실이나 도배, 페인트질 같은 인테리어 까지는 정말 한 번도 경험이 없었던 것들이라 이것들을 알아보는데에도 경험과 시간이 필요했다. 아직 본격적으로 공사를 시작할 지는 알 수 없었던 상황이었기에, 을지로에 있는 벽지 가게에 들어가서 도배를 하는데 얼마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공간은 어느 정도 되는지, 벽지 도배는 일반벽지를 할지 실크 도배를 할지 같은 것들도 모르는 상태에서 가게에 가 도배 하는데 얼마에요 하고 물어봤으니, 가게 사장님 입장에서는 무슨 이상한 사람이 와서 피곤하게 하나 싶었겠지만.




그나마 냉장고와 오븐을 고르고 싱크대를 선택하는 것은 비교적 할 만 해서, 어느 공간에 어떻게 배치를 할지, 전반적인 예산은 얼마나 들지를 계산해 보았다. 내가 생각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싱크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황학동의 선반 싱크대 주문제작 하는 곳에 가서 원하는 방식으로 주문제작 하는데에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확인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것들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건물주와의 최종 협의였다. 부동산을 오가면서 파티룸을 하겠다고 이야기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건물주가 별로 안 좋아할 것이다 라는 것이었고, 비록 내가 생각한 공유주방과 공간 개념은 파티룸과는 조금 달랐지만 좌우지간 불특정 다수가 오가면서 공간을 이용한다는 것은 마찬가지였기에 나는 아 제가 하려는건 파티룸이 아니고 공유주방인데요 뭐가 다르냐면요...라는 긴 이야기를 구구절절 풀어놓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그 구분에서는 확실하게 건물주와 이야기를 하고 시작해야 했다. 나중에 더 큰 문제를 만들 수 있다면 애초에 시작하지 않는 것이 나았으니까.




그 외에 건물에 궁금한 것들도 있었다. 화장실의 위 아래에는 콘크리트 벽이 있고 환풍기가 붙어있는 샌드위치 판넬의 밖은 천막으로 가려져 있었는데, 그 천막의 밖은 벽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어떻게 되어 있는 것인지. 물이 들어오는 상수도는 그렇다 쳐도 하수도는 밖의 하수구로 나가는 유수인지 아니면 제대로 하수로 빠져나가는지 같은 것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건물에서 파티룸 같은 공간임대를 영업해도 되는지. 부동산 사장님에게 건물주와 통화해 보고 싶다고 했고, 나는 여태껏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통화를 위해 기다렸다. 그리고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건물주는 중년 여성인 듯한 목소리였다. 나는 일단 궁금했던 것들에 대해 물어보았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화장실의 공간이었다. 건물주가 말하길 위 아래만 원래 건물이었던 콘크리트 공간이고, 옆쪽에 있던 샌드위치 판넬은 원래 없던 공간인데 화장실 공간을 만들기 위해 사이에 끼워둔 것이었다. 그 밖에 있는 검은 천막은 외풍을 막기 위해 만들어 둔 듯 했다.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 공간을 임대하여 공간임대 파티룸으로 이용해도 되는지. 건물주는 단칼에 잘라 말했다. 자기는 그 공간을 사무실 임대를 주기 위해서 내놓은 것이고, 공간임대를 원한다면 월세를 더 받아야 한다고 했다. 아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하면서 통화를 종료할 수밖에 없었고, 전화 직후 부동산에 연락했지만 통화 중인 것이 건물주와 통화중인 듯 했다. 잠시 후 나와 통화한 부동산은 조금만 기다려 보라고 자기가 더 이야기 해 보겠다고 말했지만, 좌우지간 나는 건물주의 거부 의사를 확인한 상태였다.




건물주는 두 가지 입장일 수 있었다. 하나는 정말로 그 공간에서 공간임대를 진행할 생각이 없는 경우. 외부인이 계속해서 들락거리는 공간임대 사업과, 밤새도록 술을 마셔서 주위를 시끄럽게 한다는 파티룸의 이야기 같은 것들이 그런 생각의 이유일 수 있었다. 아니면 두번째는, 파티룸이 돈이 된다는데 월세를 더 받아 볼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경우였다. 그리고 나는 두 가지 모두 따라갈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진행할 수 없는 공간에서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너가 좀 더 잘해주면 나도 생각이 있어 라고 말하는 사람과도 할 생각이 없었다.




아쉽지만, 충무로의 그곳에서 진행할 수는 없었다. 나는 다른 매물을 찾아야 했다. 충무로와 을지로 근처를 계속해서 찾거나, 아니면, 더 적합한 다른 매물을 찾아 다른 곳으로 가거나. 나는 이제 두번째 선택을 고려해야 했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하나 있었다. 공간 구성을 하고 인테리어와 공사 일정 준비하는 것을 조금 겉핥기 해 봤다는 것이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했던 장소였지만, 아쉽게도 진행할 수 없게 되었던 충무로 역 근처의 장소. 2023년 10월, 서울 충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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