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은 웰다잉

도시재생을 했었다.

by 황훈주

도시재생사업을 했었다.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었고,

도시재생사업을 떠났다.

그땐 뭐라 적당한 단어를 선택하지 못했던 일들이

이제야 선명해진다.


도시재생은 웰다잉이다.

개발과 발전이 아닌 숭고한 죽음을 위한 복지 측면이다.

과거의 영광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이제는 손이 늙어 꿈이 희미해지는, 과거의 선배들에게 보내는

4년짜리 추억이다.


도시재생을 하며 많은 어르신을 만난다.

그들과 여러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마을 공동체를 회복한다.

가치 있는 일이다. 젊은 사람과 시대를 견딘 이들이 다시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은 낭만적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무엇을 이룰 수 있었을까.

마을에 정 많은 어르신은 어디에나 있다. 따스한 정은 더이상 사업지를 특별하게 하지 못한다.

돈이 모이는 곳엔 언제나 정이 넘치기 마련이다.


잠시 큰 돈으로 사람을 끌어보아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은 신기루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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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모이는 곳에 사람이 모인다.

지금은 기술이 돈을 모은다지만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엔 물성이 곧 돈이었다.

전통시장은 붐볐고, 그 주변으로 상권이 형성된다.

돈이 빠르게 돌고 돌아 왁자지껄하고, 꽤 사람다운 시절이었다 상상하곤 한다.


지금은 물성은 모두 무형의 무언가로 치환되었다.

우리가 소비하는 것은 물건이 아닌 브랜드가 되었다.

당연히 전통시장에 사람들은 발을 끊었고,

돈이 모이지 않는 곳에 슬럼화는 가속화되는 것이다.


돈이 모이는 곳에 사람이 모인다.

도시재생은 '몇 백 억 유치'와 같은 큰 돈을 한 공간에 부어

다시 사람들을 끌어 모았다. 그러나 그 사람들이 계속 공간에 남을 이유는 만들지 못했다.


전통시장을 살리려면 그 공간에 물건을 파는 상점이 아닌,

개발자들을 불러 모아야 했다.

개발자들을 불러 모으려면 이유가 필요하다.

왜 이곳에 사람이 와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 말이다.

교통 중심지였던 곳이기에 지금도 교통 인프라가 좋다던지,

마을 근처에 큰 대학이 있다던지,

그것도 아니라면 사업지를 구상할 때 생태계를 구축했어야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도시재생사업은

과거 산업을 재현하는 것에 멈췄다.

마을을 지킨 이들에게 다시 한번 청년과 같은 꿈을 꾸게 하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너무나도 가치있었지만

현장이 떠난 자리엔 다시 빈 자리가 남는다.

명절이 끝난 후 꺼내 둔 접이식 테이블을 접는 마음은

따스한 먹먹함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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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먹먹함 앞에

무력함을 느껴 떠났다.

시간이 지나며 수많은 사인을 발견한다.

그 사인들을 따져가며 부검하는 것이 작가의 일이다.

그래서 작가의 웃음은 희소하고 값지다.


살아가는 도시에 대한 여러 생각을 한다.

버는 돈이 적은 작가는 환경에 기대어, 도시에 기대어 살 수 밖에 없어,

따스하고도 먹먹한 수많은 사인을 짚어가며

소도시에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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