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죽

엄마생각

by 도로시

호박죽 한 그릇 끓이며

엄마 생각이 난다


새 집을 짓고도

굳이 잔디밭 한 귀퉁이

가마솥을 걸고

아픈 아들

몸에 좋다는

약재를 철철이 달이고


빼떼기죽 한 솥 끓여

온동네 나눠주고도 모자라


호박죽에는

열두가지 곡물을 갈아 넣어

젓고 또 젓고

불앞을 지키던

곱은 손가락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냥 시장서 한 그릇 사먹어도 되는데


맛은 있네 하고

무심히

한 수저 들다 마는

가족들을 보며


오늘 두 시간을 쌀가루 뒤집어쓰고서야 안다

정성들여

따스하게

한그릇 먹이고자

불앞에 선 꼬부랑 내 엄마의 사랑


그저 감사한 것을


어쩌면

내 엄마의 속내도

호박 속처럼

텅 비어 가지 않았을까

다 내어주고도 모자라

남은 가죽으로 버티고 선

늙은 호박

어느순간 풀썩 주저앉으면

그제야 알아차리는 자식의 무심함


밑둥이 조금씩 상해 들어가길래

도려내고 도려내던 호박 살 한조각처럼

어느 한 구석이

아파 못 쓸지언정

아프다 소리 한번 안 하던


따스한 죽 한 그릇

이제서야

감사히 먹겠습니다


고된 몸 누이는

방구들은 따스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