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봐도 딸바보입니다만

by 이현정
육아일기를 작성한 지 16년.
긴 시간 기록하며 깨달은 것은 아이를 기다리고 추억기 위해 남긴 수많은 글들은 결국 나를 좀 더 좋은 어른으로, 좋은 부모로 자라게 해 주었다는 것이다. - 작가 이현정


[5월, 어느 날의 육아일기]


풍경이 좋은 카페를 검색하고 오픈 시간을 확인한다.

누구보다 일찍 도착해 온라인에서 봤던 포토존에 도착해 딸을 위해 쉴 새 없이 셔터를 터뜨린다.

아이의 인생 사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나의 뒷모습은 참으로 눈물겹기만 하다.


하지만 나는 내일 또 같은 선택을 할 거란 걸 잘 안다.

아이의 미소가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든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몇 주 전 오션뷰 카페에 들러 찍었던 사진들인데, 절로 웃음이 새어 나온다.

'진심으로 열정적이다'라고 외치듯 사진 속 우리는 참 최선을 다하는 듯하다.

뒤집어지듯 포즈를 잡고 셔터를 누르는 엄마와 쪼그려 앉아 사진을 찍는 아빠.

남들 보기엔 우스꽝스럽겠지만 우리 가족에겐 사춘기 즈음의 어느 날,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될 순간들이다.



비가 내리던 주말.

브런치 카페에 들렀는데, 1시간 정도 지나니 소강상태. 초록으로 가득한 풍경에 아이를 담아주고 싶어 엄마는 기다란 재킷이 물에 젖는 것도 모르고 그렇게 한참을 사진 찍기에 혼신의 힘을 다한다.

누가 시켜서 했다면 아마 못했을 행동들.

아이의 예쁜 순간들을 담아주고 싶다는 엄마의 진심이 담겼기에 가능한 순간들이다.

(사춘기 아이들은 크게 고마워하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다. 다 부모 자신의 만족이다)



나의 그런 작은 노력들은 이렇게 고운 사진으로 완성된다.

만족스러운 듯 사진을 보며 좋아하는 아이를 보고 있자면 그것만큼 또 행복한 게 없는

'나는 뼛속까지 딸바보가 맞는 것 같다.'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어댄 덕에 배가 고팠는지 그릇을 싹싹 비워내고 느긋하게 커피 한 잔 들이켜는데 아이가 사진 한 장을 보여준다.


나만 아이를 담는 게 좋았던 게 아닌가 보다.


"엄마 예쁘게 나온 것 같은데. 마음에 들어?"


"어머 나잖아? 언제 찍은 거야? 너무 마음에 든다."


실컷 호들갑을 떨고 싶은 순간.


역시 나 혼자만의 짝사랑은 아니었구나.

설레듯 반짝이는 아이의 눈빛을 보면 그동안의 서운한 감정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


이심전심.

마음과 마음으로 서로 뜻이 통한다더니 우리 사이.

돌아서면 금세 눈을 치켜뜨는 사춘기의 면모를 보일지 몰라도

찰나의 순간만은 딱 맞아떨어지는 말에 그저 흐뭇한 우리의 매일이다.




사춘기 자녀와의 관계에 대해

오늘도 치열하게 고민하시는 부모님께

힘이 되는 글이 되길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작가 이현정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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