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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정 Dec 31. 2020

멜로가 체질? 수다가 체질!

정주행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

그런 드라마가 있다.
언제 방송하는지 어떤 배우가 나오는지도 모르는데 이미 주제곡을 흥얼거리게 되는...

'멜로가 체질'이 바로 그런 드라마다.
장범준 특유의 음색과 클래식한 기타 선율이 어우러져 길고 긴 제목에도 자꾸만 듣고 싶고 따라 부르게 되는 그런 중독성의 음악은 결국 1년이 지난 시간 드디어 나를 티비앞으로 불러들였다.

물론 그 시작에는 넷플릭스가 한몫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이미 '킹덤'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채널이라는 것만으로도 애정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가지고 있지만 무료한 지금 속에서 지난 명작들을 보는 재미는 솔솔한 일상의 즐거움이 된다.

배우들 한 명 한 명이 현실 세계 속 어딘가에 살아가고 있을 것만 같았던 친숙함과 유쾌했던 대사들.

매력적인 이 여배우들이 없었다면 #멜로가체질 은 완성되지 못했겠지?

무엇보다 이 드라마 뭐지? 하는 물음표와 흥미도를 끌어올린 결정타는 바로 이 장면!

"안 들어~~~"
"아~~~ 안 들어~~ 충고 안 들어~~~"

남주가 이렇게 못나게 나와도 괜찮은 건지 걱정까지 됐던 장면! 이 드라마의 마성에 빠져드는 결정적 장면이 바로 이 순간이 아닐까 한다.
싸가지인 줄로만 알았던 손범수 감독이 급 호감으로의 길로 접어드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맥주 한 잔과 함께 나누는 주인공들의 수다는 정신없이 쏘아대는 폭격 같지만 그 속의 따뜻함이 너무도 좋았고,

그리 잘 부르는 건 아니지만 배경음악과 함께 흘러나오는 안재홍의 연주 장면은 은근하게 멋스럽고 듣기 좋다.

둘 만 있으면 어떤 방향으로 튈지 모르는 대사는 서로에 대한 호감이 높아질수록 달달함으로 바뀌고

처음에는 분명 뭐야? 싶었던 진상(?)의 등장인물들이 모두 저마다의 사랑스러움을 장착하고 제자리에서 반짝반짝 빛이 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멜로가 체질'
빵구트기로 한 편을 완성하는 필력이란!

어른 같은 아이.
아이같이 어른.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쏟아내는 대사는 갑갑한 속을 뻥 뚫어준다.

극의 흐름에 꼭 필요한.
아니 어쩌면 우리 인생에 꼭 한 명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싶은 멋진 사수.

고민을 나누고 아픔을 함께 견뎌내며 성장하는 서른의 그녀들. 어딘가에는 존재할 것 같은 평범한 일상이 함께 어우러지기에 그들을 응원하고 공감할 수밖에 없다.

'멜로가 체질'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배우들이 많다.
지금은 어디에서 또 어떤 모습의 캐릭터로 살아가고 있을까? 애정으로 마무리한 드라마는 궁금한 마음에 불을 지피고 결국 인물들의 뒤를 따라가게 한다.


큰 기대 없이 첫 편을 보게 되면서 16화까지 정주행하게 되었던 드라마.

무료하거나 반복된 일상에 다소 지쳐있는 그대라면.. 큰 기대 없이 복잡한 생각들을 비워내고 싶은 그대라면..
감동적이면서 유쾌하고 위로가 되는 본격 수다 블록버스터 '멜로가 체질'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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