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1월 도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9년 12월 제주도 여행을 위해 비행기를 탄 뒤 거진 3년 만이다. 오랜만이라 설레었지만 LCC여서 그런지 좁은 기내 안에 빽빽이 들어찬 승객들을 보고 있노라니 숨이 막혔다. 겨우 2시간짜리 비행인데 다리가 부은 느낌이 들었다. 그나마 짧은 비행이라 얼마나 안도가 되던지... 아무리 위드 코로나라지만 꼼꼼하게 백신 3차까지 받았는지 여부를 한 명 한 명 체크하기도 했고 오랜 기간 여행객들에게 빗장을 꽁꽁 잠가둔 영향인지 외국인들이 물밀듯 들어왔다. 결국 수속에만 1시간 반 정도가 소요됐다. 아이들은 수속시간을 참 힘들어했다. 목이 마르다며 물이 마시고 싶다고 수속하는 내내 매달려 칭얼거렸다. 분명 4시 비행기 편으로 출발했는데 9세 6세 두 아드님과 함께하니 자정이 다된 시간에 겨우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코로나와 함께한 3년이란 긴 시간 동안 재택근무가 상용화되면서 너도 나도 #파이어족을 꿈꾸게 됐다. 그러면서 서울에는 무인샵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작년 초 나도 무인샵 열풍을 타고 그중 하나를 도전해 볼까 알아보다 마음을 접었다. 생각보다 여전히 고객들은 사람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원했고 이커머스에 몸담고 일하는 동료들 조차 무인 계산시스템을 불편해했다. 무인시스템의 허점을 노리는 작은 털이범들의 방문도 생각보다 잦았다. 무엇보다 첫째 아들의 친구 엄마가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바로 앞에 요즘 가장 핫한 아이스크림 무인샵을 열었는데 월세가 90만 원이라 상대적으로 가겟세가 저렴함에도 남는 것이 거의 없다며 부동산에 다시 자리를 내놨다는 허망한 얘기를 들려주셨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겨우 그 횡단보도 하나 건너기를 귀찮아하더라고요." 돌이켜보니 나 또한 그랬다.
그렇다면 요즘 반려동물은 거의 모든 집에서 키우는 추세이니 펫 무인 목욕탕을 열어볼까 싶어 위례신도시에 시장조사 겸 들렀다가 매장문을 열자마자 동물 고린내가 진동해서 구역질이 나왔다. 코를 틀어막고 10초 만에 사진만 수십 장 찍고 도망치듯 뛰쳐나왔다. 말이 무인샵이지 주인의 손이 닿지 않는 가게는 을씨년스러웠다.
그럼 일본은 어떨까? 여행프로그램에서만 보던 로봇호텔을 떠올려보며 기대감에 벅차올랐다. 그런데... 뒤통수를 한대 세게 얻어맞은 것 같았다. 한국보다 늘 신기한 것이 많았던 도쿄 어디를 가도 무인샵은 눈에 띄지않았다. 왜 찾기 어려울까?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내린 결론은 서비스 정신이 투철한 나라여서이다. 사실 되짚어보면 한국에서 유행하는 무인샵은 고객을 위해서라기보다 투잡을 꿈꾸는 #희망회로에 갇힌 가게 주인 중심이지 않았나 싶다. 무인샵에 첫발을 내디뎠을 고객경험을 고려하면 상당히 불편하고 재방문 의사가 없게 만들었다. 이번에 도쿄에서 묵은 호텔은 도쿄역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히비야선의 핫초보리역과 도자이선의 가야바초역 사이에 위치한 3성급 #Sardonyx Tokyo 호텔이다.
호텔조식은 선택사항인데 조식당은 일본의 유명 패밀리레스트로랑 체인인 #로열호스트 가 대행했다. 그래서 호텔식당인데도 불구하고 항상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조식은 딱 2가지 메뉴만 제공했는데 12박 동안 매일 같은 걸 먹느라 질릴 만도 했지만 신선하고, 맛이 딱 적당해서 나쁘지 않았다.
어메니티는 1층로비에 준비돼 있어 필요한 만큼 집어가면 됐고, 물은 매일 1병 제공됐다. 이것도 로비에 요청하면 준다. 체크인날에는 예상치 못하게 아이들이 사용할 여분의 수건과 목욕스펀지 키즈칫솔 슬리퍼 따위를 챙겨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4층에는 세탁실이 있어 300엔에 세탁을 돌리고 100엔으로 건조를 시켰다. 하지만 건조기 성능은 좋지 않아 추가로 방에서 건조해야만 했다.
같은 층에 전자레인지가 있어 편의점에서 사 온 삼각김밥을 돌려먹기 용이했다. 더도 덜도 말고 딱 필요한 만큼만 서비스가 제공됐다.
그럼에도 가장 충격적인 것은 호텔리어들이 영어를 할 줄 몰랐다. 아무래도 비싼 인건비 때문일까? 며칠 전 방문한 한 유명 레스토랑에 붙은 구인포스터를 보니 1시간당 아르바이트비가 1300~1600엔이었다. 우리나라보다 인건비가 비쌌다. 사업주가 이윤을 만들기 위해 여러 상황을 고려한 최소한의 궁여지책이지 않았을까 싶다. 12년 전 와본 도쿄호텔은 아무리 비즈니스호텔이라도 먼지 한 톨 없이 깔끔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 호텔은 침대 머리맡에 앉은 먼지가 눈에 보였다. 정말 최소한으로 청소하나 보다.
그래도 만족한 것은 가성비 퀄리티 여행자로서 내가 필요한 것은 굳이 로비에 전화를 걸지 않아도 체크인 시 손에 쥐어준 종이에 기록돼 있었고 안내판에 다 붙어 있었다.
도쿄에 무인샵을 찾기 어려운 이유는 그래도 난 고객으로서 약간의 서비스 사람냄새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나와 영어로 대화가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어떤 지점에선 호텔리어와 최소한의 대화와 아이컨택이 필요했다.
이 글을 올리기 전에 혹시라도 내가 도쿄를 다 알지 못하고 올리는 게 아닌 가 싶어 구글링을 해보았다. 그래서 겨우 하나 찾은 기사는 블루보틀과 스타트업 루트 C가 콜라보한 시부야의 한 AI 커피숍이었다. 결국 무인샵도 인지도 있는 브랜드와 그 퀄리티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성공여부의 관건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