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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사르의 미션스쿨

인도네시아 시댁방문기

by 마더 R

코로나로 인해 4년이란 시간이 그냥 흘러버렸고 거진 5년 만에 시댁에 갔다. 인도네시아는 대부분 무슬림을 믿지만 특별히 마카사르는 기독교 비중이 꽤 높다. 남편은 한국의 한 대형교회 영어예배에서 만났고 당연히 크리스천이다. 시댁에 대해선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다행스럽게도 모두 크리스천이라 만나면 자연스럽게 '기도해주겠다'는 안부를 나눌 수 있는 편안한 관계다.

오늘은 동서와 같이 점심을 먹은 김에 2시 반에 하교하는 조카들을 픽업하러 갔다. 10분정도 일찍 도착해서 아이들이 나오기 전까지 잠시 SDH학교 구경을 할 기회가 생겼다. 지금까지 인니는 무슬림문화라 기독교색채를 어디서나 숨겨야만 한다는 강한 편견을 갖고 있었다.

막상 학교 벽면에 미션스쿨이라고 떡하니 비전과 미션을 걸어놓은 걸 보니 머쓱하고 한편으로 염려가 됐다.

동서말로는 학교에서 매일아침 큐티(말씀묵상)를 한다면서 한국은 크리스천 비중이 25%나 되니 당연히 그렇게 생활한다고 여기셨다. 그것도 그녀가 가진 또다른 편견이겠지...


아이들이 태어난 해 크리스마스에 유아세례를 받았는데 그때 하나님 앞에서 이 아이들을 말씀으로 잘 양육하겠다 약속한 뒤로 늘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바쁘지만 아침마다 아이들과 ‘큐티하자 얘들아’ 하면서 따로 시간을 내 말씀을 묵상하려 노력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매일 하나님과 예수님을 기억하기 어려울 거다.

이렇게 한국은 타 종교를 존중한다고 ‘저희 학교는 종교를 강요하지 않습니다’라고 홍보해야 하니 오히려 그런 부분은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인니는 신분증에 이슬람 기독교 천주교 불교등이 새겨져 있는 만큼 각자가 가진 종교 색채가 강하다 보니 되려 그렇게 선택한 학교에서 더 진지하게 말씀을 묵상하고 크리스천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 같다.

두 번째로 부러웠던 점은 SDH학교는 이머전( Immersion school)이라 영어로만 수업을 하는데 그래서인지 조카들은 따로 영어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발음과 표현이 진짜 훌륭했다. 한국처럼 힘든 레벨테스트나 단어시험 경쟁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영어를 진정 언어로서만 받아들인 느낌, 그렇게 길러질 수 있는 문화가 많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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