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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무지개 Sep 26. 2024

안녕! 커피

나를 담은 음식

커피는 나의 로망이다.

주위에 수많은 카페가 있고 새로 생기기도 하지만 언제나 내가 마실 수 있는 것은 두 개뿐이다. 디카페인과 커피가 아닌 음료.

그래서 항상 남편과 카페를 갈 때면 고민한다. 남편을 위해 커피가 맛있는 집을 가야 하나 다양한 음료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하나.

나는 커피를 잘 마시지 못한다.

몸이 카페인에 민감해서 조금만 마셔도 심장이 두근거리며 식은땀을 흘린다. 심하면 손이 떨리고 기운이 빠져 축 늘어지기도 한다.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은 기본이다.

나와 커피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건 20대 후반이었다.

친구와 보드게임카페에 간 날이었다. 그곳에서 게임을 하며 커피를 마셨는데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몰랐었다. 그날 몸이 힘든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렇게 넘어갔다.

그전에는 커피를 잘 마시지 않았고 카페인에 부작용이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뒤에 또 한번 이런 증상이 나타나서야 알게 되었다. 카페인이구나.

나는 커피랑 친구가 될 수 없구나.

비 오는 날 카페에 앉아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싶은데. 아침의 시작을 커피 향과 함께하고 싶은데.

우유도 잘 못 먹는 내가 커피도 못 마시다니. 나에게 라테는 영영 이별이구나. 헤이즐넛 커피도 안녕이구나.

그렇게 커피는 나의 로망이 되었다.

그래도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으면 요즘은 디카페인을 먹는다. 그나마 낫다. 아예 안 먹으면 좋으련만 사람 맘이 그리 쉽게 되지 않는다.

못 먹는다고 생각하니 새로운 맛이 더욱 궁금하고 더욱 먹고 싶어 진다. 안 좋은 걸 알면서도 먹으려 하다니. 나의 미련인가, 욕심인가. 아니면 자극이 필요한가?

확실히 피곤한 날은 더욱 커피가 마시고 싶다. 내게 남은 에너지를 끌어모아줄 자극이 필요하다.

과하지만 않으면 커피는 나에게 기분 좋은 자극이 된다. 마치 집이 아닌 낯선 장소에서 글을 쓰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 모두는 커피에 익숙해졌다. 그 맛과 향이 우리의 일상에 늘 함께한다. 하나의 습관이나 중독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럼 우리는 우리의 몸이 커피에 중독된 것일까 아니면 우리의 일상이 커피에 중독되어 버린 것일까.

사실 아무래도 상관없다. 커피 한 잔으로 여유를 찾을 수 있다면 무슨 문제일까. 나의 하루가 커피 향으로 시작되고 유지될 수 있다는 것도 어쩌면 행복이다.

커피는 누군가에게 즐거운 중독이 되어줄 것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삶의 소소한 자극이나 로망이 될 것이다. 나처럼 말이다.

마음껏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사람이 부러워진다. 오늘 하루 커피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커피가 가져다준 하루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커피의 종류가 다양해진 요즘이다. 길고 어려운 이름이 붙은 커피도 많아졌고 모르는 원두의 종류도 늘어났다. 내가 마셔보고 싶은 커피가 늘어간다.

그렇게 나의 로망도 커져간다. 매번 카페에 갈 때마다 새롭게 늘어나는 커피 종류를 괜스레 바라본다. ‘언젠가 나도 한번은’이라는 바람과 커피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랄까.

예전에는 디카페인이 많지 않아서 먹을 수 있는 것은 커피가 아닌 음료뿐이었다. 그나마 음료가 다양하거나 맛있으면 다행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꽤 있었다.

커피가 맛있는 집이 음료까지 맛있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었다. 그러다 디카페인을 마시게 됐을 때 나의 첫 느낌은 이러했다.

‘사약인가. 너무 쓰다. 탄 맛만 나는 디카페인을 계속 마셔야 하나. 맛있는 커피가 마시고 싶다.’

요즘은 다양한 커피가 디카페인이 가능해서 다행이다. 맛도 점점 나아지고 있어서 기분이 좋다.

나는 커피를 마시지 못해도 카페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대화하기 편안한 카페의 분위기도 좋아하고 카페에 배어있는 커피 향도 나의 기분을 설레게 한다.

마음에 드는 단골 카페를 찾으면 나만의 공간이 생긴 것 같아 뿌듯해진다. 물론 내가 마실 수 있는 것은 언제나 디카페인이나 커피가 아닌 음료뿐이다.

하지만 이제는 카페의 디카페인 맛이 괜찮은지 아닌지 조금은 잘 알 수 있게 되었다. 남편이 커피가 맛있다고 하면 나도 한 모금만 달라며 떼를 쓰다 잔소리를 듣기도 한다.

나도 그렇게 카페에서 나만의 방식대로 커피에 스며들어간다.

남편은 커피를 좋아한다. 그래서 남편과 유명하다는 카페를 찾아다니기도 한다. 남편이 커피를 마실 때면 이런저런 맛과 향을 설명해 준다.

어쩜 커피의 맛과 향은 그리도 다양한지. 그걸 느끼는 남편이 대단해 보인다. 나는 그 시간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다.

남편에게 커피는 하나의 즐거움이다. 나도 옆에서 그 즐거움을 함께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안녕! 커피. 너는 언제나 나에게 로망이자 그림의 떡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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