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디 아일>

특별하면서도 무난한, 일상 속 잔잔한 위로.

by 뭅스타

오늘 개봉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전국 상영극장이 열 개가 갓 넘는 그 영화 <인 디 아일>을 관람했다. 이동진 평론가의 시네마톡 일정이 뜨기 전까진 개봉하는지조차 몰랐을 만큼 낯설기만 했던 이 영화는 음, 개인적으로는 뭔가 뚜렷하게 해소되지 않는 물음표를 남긴 채 끝나버린 작품으로 기억될 듯하다.


내성적인 성격의 크리스티안이 대형 마트 음료 파트 직원으로 근무하게 된 첫 날의 풍경을 그리며 시작하는 영화는, 이후 그가 여유로움과 적막함이 공존하는 마트에서 근무하는 몇 달간의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나간다. 집과 마트를 반복하는 단조로운 삶을 살아가던 크리스티안은 옆 파트에서 근무하는 마리온에게 호감을 느끼며 삶의 활력을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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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반에 깊게 깔려있는 분위기는 극도의 고독함이다. 몇몇 장면에서 제법 흥겨운 음악을 활용해 분위기를 전환시키기도 하지만,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대체로 잔잔하면서도 담백하다. 말수가 적은 주인공 크리스티안의 성격만큼이나 영화 역시 한없이 조용하고 느릿하게 전개되며, 크리스티안이 직장 동료 브루노나 호감을 느끼는 마리온과 나누는 대화는 그 적막과 묘하게 어우러져 더욱 주목하고 귀기울이게 만든다.


결국 영화는 미칠 듯한 고독과 외로움의 정서를 전면에 내포하는 동시에, 그 속에 한 줄기 따뜻한 빛을 서서히 이끌어내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통일되기 이전의 삶을 그리워하고 추억하는 브루노와 남편과의 결혼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마리온, 그리고 조금은 험난했던 과거를 뒤로 하고 안정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크리스티안을 비롯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어딘가 반복되는 삶에 지칠대로 지친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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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들이 마치 어떤 활력도 찾아보기 힘든 창고형 구조의 대형 마트에서 근무하고 대화를 나누며 조금씩 여유를 찾는 과정은 이 쓸쓸함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영화에 이유 모를 따뜻함을 선사한다. 어쩌면 그저 단조로운 삶이 반복되기만 하는 것은 조통의 우리들이 겪는 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영화 속 인물들이 맞이하는 지루한 삶은 작지만 강한 몰입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 한들 125분의 러닝타임 내내 그저 잔잔하고 담백하게만 흘러가는 분위기나 그 속에 특별한 무언가가 펼쳐지지 않는 전개는 다소 힘겹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영화의 엔딩이 선사하는 따뜻함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이전의 과정이 필요했던 것만은 분명해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딩의 한 방만을 기대하고 지켜보기에는 러닝타임이 조금은 장황하게 느껴졌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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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아쉬움과 별개로 영화는 괜시리 적적해지는 연말과 어느 정도 어울리는 작품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중반부까지 관람하며 어쩌면 마찬가지로 연말에 개봉했던 <마카담 스토리>나 <패터슨>이 선사했던 따뜻한 기운을 듬뿍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는 것과 달리 다소 루즈하고 힘겹게 다가왔다는 것을 차마 부정할 수는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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