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리 어게인>

반려견과의 추억이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애정을 표할.

by 뭅스타

<인 디 아일>을 보고 난 후 피로도가 급상승했지만, 볼 수 있을 때 후딱 보자는 생각으로 관람하게 된 오늘의 두번째 영화 <베일리 어게인>. 북미를 비롯한 대부분 국가에서 이미 지난해 초 개봉해 전세계 2억 불 이상의 흥행을 기록한 바 있는 이 영화는, 분명 눈에 띄는 단점들이 상당히 많음에도 소재가 자아내는 감동에 어쩔 수 없이 무너지게 되는 작품이었다. 분명 올드하고 진부한데 어쩔 수 없이 감동하게 되는 영화였다고 할까.


영화는 우연히 소년 이든을 만나 그의 단짝으로 함께 성장한 반려견 베일리의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특이한 점은 영화가 인간인 이든이 아닌 반려견 베일리의 시점에서 주로 전개된다는 점인데, 영화는 내내 베일리가 인간들의 삶에 적응해가며 성장해가는 과정을 내레이션으로 그려냄으로써 관객들에게 흥미를 선사해낸다. 한편 중반부까지 소년 이든이 고등학생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이를 함께 하는 베일리의 삶을 속도감 있게 그려내던 영화는 이후 베일리가 죽음을 맞이하면서 급격히 분위기를 달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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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원제보다 맘에 드는 국내 제목 <베일리 어게인>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나듯이 영화는 반려견이 생각을 유지한 채 태어나고 죽는 과정을 반복한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이든과 즐거운 나날을 보낸 뒤 죽음을 맞이한 후 이후 카를로스의 경찰견 엘리로, 사람과 어울리지 못해 외로워하는 마야의 반려견 티노로, 매번 다른 삶을 살아가던 베일리는 매번 다른 주인과 다른 장소에서 살아가며 각기 다른 상황에 적응해간다. 이렇게 베일리를 맞이하는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아가고 그들이 베일리에게 대하는 태도도 제각기 다르다는 점에서 재미를 자아내기도 하며,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는 위트 섞인 대사나 내레이션들도 소소한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앞서 말했듯이 영화에는 분명 적지 않은 단점들이 존재한다. 이든과 베일리의 스토리가 펼쳐지는 중반부까지의 과정에서 이든과 주변 인물들 사이의 갈등이나 그가 겪는 사건들은 마치 20년 전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진부하기 짝이 없으며 선과 악의 인물 설정 역시 지나칠 정도로 전형적인 것이 사실이다. 더불어 결국 엔딩에 이르러 드러나는 이 영화의 궁극적인 메시지 또한 굉장히 교훈적이고 식상하게 다가오기도 해, 왜 이 영화의 국내외 전문가들 평점이 이토록 좋지 못한지는 충분히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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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화는 결국 그 단점들을 충분히 상쇄시킬 정도로 큰 재미와 감동을 선사해낸다.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반려견들의 향연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매력을 자아내는 영화는, 반려견들을 주인공으로 한다는 특성 상 현장에서 시나리오를 수정해가며 촬영했다는 만큼 그들의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최대한 담아냄으로써 더욱 자연스러운 재미를 이끌어낸다. 더불어 너무나도 애정하고 아끼던 반려견이 생을 마감하게 되는 몇몇의 시퀀스는 특히 반려견을 키운 경험이 있거나 현재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관객들에게 무척 진한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보이는데, 당장 나 또한 몇 년 전 10년간 함께 자란 반려견을 떠나 보낸 경험이 있는 만큼 반려견과 이별하는 장면을 마주할 때마다 반려견과 함께 한 추억과 이별의 순간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며 자연스레 코 끝이 찡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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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반려견을 키웠던 입장에서 이 영화가 영화적으로 얼마나 훌륭한지를 도저히 객관적인 시각에서 평가할 수 없을 것만 같다. 비록 지나치게 전형적이고 진부한 상황이 주를 이루는 것은 사실이나, 자연스레 나의 옛 추억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만큼, 그리고 굳이 나의 추억을 반추하지 않더라도 개들의 활약상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무척 흥미롭게 느껴지는 만큼 어쩔 수 없이 이 영화에 적잖은 애정을 쏟게 된다고 할까. 이미 한 번 이별을 경험한 상황에서 앞으로 다시는 반려견을 키우지 않겠노라고 다짐해왔지만 이 영화를 보고 있자니 언젠가 만약 다시 반려견을 키우게 된다면 그때는 더욱 애정과 정성을 다해 보살필 것이라는 다짐을 하게 되는 동시에, 어쨌거나 저쨌거나 왜 이 영화가 국내에선 이제서야 개봉을 하게 되었는지 새삼 궁금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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