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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뭅스타 Jul 16. 2019

<보희와 녹양>

이토록 사랑스러운 성장 영화라니.

19.05.31. @CGV압구정


<기생충>으로 온 사방이 뜨거운 상황에서 절대 놓치면 안 될 보석같은 영화 <보희와 녹양>을 약 5개월 만에 다시 관람하였다. 화제작이 즐비했던 지난해 서울 독립 영화제에서 관람한 8편의 장편 중 가장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런 만큼 정식 개봉을 계속 기다려 온 이 영화는 재관람에 나선 오늘도 싱그럽고 사랑스러운 분위기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영화는 어린 시절에 사고로 죽은 줄만 알았던 아빠가 살아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보희가 든든한 단짝 친구 녹양과 함께 아빠를 찾아나서는 과정을 그린다. 그 과정에서 배다른 누나라고 생각했던 남희와 그녀의 남자친구 성욱을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두 친구의 여정은 영화 전반에 감도는 따뜻한 기운 속에서 내내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영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포인트는 극 중에서도 누군가가 오해하듯, 일반적인 선입견으로 남자에게 더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녹양이라는 이름을 여성에게, 여성적이라고 생각되는 보희라는 이름을 남성에게 부여했다는 점이다. 더불어 이 두 인물이 성격적으로도 성별에 따라 고착화되어있는 편견을 벗어난다는 점에서 독특한 재미를 자아내는데, 왜소한 체형과 소심한 성격의 보희와 하고 싶은 말은 똑부러지게 하는 녹양의 극명한 대비는 영화의 흥미를 유발하는 가장 인상적인 지점으로 다가온다.

보희가 아빠가 살아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초반부만 해도 결국 아빠를 찾게 되는가가 가장 관건처럼 보이던 영화는 자연스럽게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여정을 떠나면서 성장하게 되는 두 청춘의 성장기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보희와 녹양이 동일한 목표를 갖고 이곳저곳을 헤매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은 자연스레 이 여정이 끝난 후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갈까를 주목하게 만든다. 


이 영화의 매력을 더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이보다 잘 어울릴 수 없을 것 같은 배우들의 호연이다. 영화를 처음 만난 서독제 GV에서도, 오늘 진행된 시네마톡에서도, 스크린 속 두 배우가 그대로 화면 밖으로 나온 것마냥 영화 속 캐릭터의 성격과 실제 성격이 똑 닮아보이는 안지호, 김주아의 자연스러운 호흡은 영화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처럼 느껴진다. 여기에 극 중에서 씬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서현우 배우와 소소한 감동을 자아내는 신동미 배우의 활약 역시 영화의 무게감을 더하는 데에 크게 기여한다.

영화의 주인공 보희와 녹양은 각각의 아빠의 부재, 엄마의 부재라는 상황에 놓여있는 인물이다. 그런 만큼 그들의 삶을 다른 또래들에 비해 유난히 힘들고 어렵게 표현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을 수도 있는데, 그들에게 특별히 두드러지는 갈등과 시련의 상황을 던져주지 않을 뿐 아니라 극 중 악역이라고 부를 만한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 역시 영화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더하는 힘처럼 느껴진다.


비교적 어린 나이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영화에서 흔히 그들의 성장을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작위적인 사건을 부여함으로써 당황스러운 피로감이나 진부함을 자아내기도 하는 상황에서, 러닝타임 내내 초반의 싱그러운 분위기를 잃지 않으면서도 두 주인공의 성장을 효과적으로 표현해 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다시 만난 오늘도 무척이나 사랑스럽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분명 머지 않아 더욱 큰 배우가 되어있으리라고 감히 확신할 수 있을 두 배우를 발견하게 해준 영화이자, 남녀노소 그 누구에게라도 선뜻 추천할 수 있는 영화라고 요약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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