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결혼한 새댁인 내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어떠한 대답을 기대라도 하는 걸까.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의 대답을 한껏 기다린다.
"나는 1년 동안 미친 듯이 싸웠어"
이어지는 자기 고백까지.
아직은 특별히 크게 싸운 적이 없다는
나의 김 빠진 대답에는
"그럼 쌓인 게 폭발해서 1년 뒤부터 미친 듯이 싸워" 라고 답을 정해준다.
그럼 과연 결혼이 정말 그렇게 더럽고 치사한 일일까? 내 경험에 빗대어 보면 때로는 맞고, 때로는 틀리다. 그것은 상대방의 예상치 못한 공격에 내가 어떠한 스탠스를 취하고, 어떠한 감정을 선택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사실 이러한 깨달음을 얻게 된 건 얼마 전
내 남편 J군의 말을 듣고나서부터였다.
몇 주 전, J군은 볼 일을 보고 나오면서
화장실 불을 끄지 않았다. 나는 옷방에 옷을 벗어두고 나오다 아무 생각 없이 화장실 불을 껐다. 그리고 부엌에서 물을 한 잔 마시고 있었는데 다시 화장실에 손을 씻으러 간 J군이
불을 켜놓은 것을 보았다.
나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그 불을 껐다. 그러고서 거실에 있는 책을안방 책꽂이에 두고 다시 나왔는데 아니 웬걸,
J군이 또 화장실 불을 켜놓은 것이다.
순간 짜증이 홱 나서는
"J군, 도대체 왜 화장실 불을 안 끄는 거야?" 라고 쏘아붙였다.
영문도 모르는 J군은 날 한번 쳐다보더니 순순히 화장실 불을 끄고 돌아왔고, 나는 뺑덕어멈처럼 눈을 흘겼다. 그 후 며칠 뒤, J군과 사이좋게
집 앞 호프에서 치킨에 맥주를 마시며(이것이 신혼의 핑크빛 순간들) 이야기를 나누던 중,
J군이 말했다.
사실 그때, 좀 이해가 안 갔지. 왜냐고? 네가 들어갔다 나온 안방, 옷방, 부엌, 거실 불이 다 켜져 있었거든
나는 순간 멍해져서 할 말을 잃었다. 화장실 조명만 노란빛이어서였을까. 나는 정말이지 내가 다른 방들에 불을 안 끄고 나온 사실을 몰랐다. 나는 그저 내가 화장실 불을 세 번이나 껐다는 사실에 매몰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 꼴. 내가 그냥 화장실 불에 예민한가 보다고 생각하고 순순히 따랐다는 그의 말에 한없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 날 이후 내게는 작은 변화가 생겼다.
세면대 위 클렌징 티슈,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는 머리카락, 먹다 남긴 커피우유가 보였다.
바로 내가 남긴 수많은 긴 꼬리들.
그에 따라 아직 뒤처리가 남은, 손길이 필요한 J군의 무언가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도 달라졌다. 예를 들면 식탁 위에 올려진 J군의 면도기,
소파 위에 널브러진 옷가지들,
화장대 위 뚜껑이 열려 있는 토너 같은 것들.
결혼생활을 지혜롭게 하는 첫 번째. 나에게는 관대하고 타인에게는 엄격한 이중 잣대를 잠시 내려놓고, 서로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