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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조모임에 간다

by jd

지난해부터 팀원 Y와 서울의 한 장애인가족지원센터에서 주관하는 자조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자조모임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공통점을 가진 당사자들이 봉사 참여자의 도움을 최소한으로 받으면서 능동적으로 할 일을 정하고, 함께 수행하는 모임이다. 원래는 지난해 무장애 여행 앱을 만들기에 앞서 장애인 관련 앱 사용자를 실제로 만나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것이 1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사이 자조모임의 참여 대상자는 장애인 당사자에서 장애인 가족 구성원이 있는 가정의 자녀로 바뀌었다.


오늘 자조모임은 이동, 식사 시간을 포함해 총 4시간 동안 제빵 체험 공간에서 피낭시에를 만드는 자리였다. 함께한 멤버들은 9~11세 초등학생. 대체로 귀엽고 천진했지만, 지칠 줄 모르는 그들의 에너지가 나를 지치게 했다. 거리, 지하철, 건물 안에서 이동 동선을 따라 나의 팔을 당기며 "힘들어요" "다리 아파요" 하면서도 쉴 새 없이 떠들고 뛰는 모습이 생경했다. 내가 몸담은 회사원이라는 집단에서는 "힘들다"고 하면 정직하게 온몸의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듯한 표정과 움직임을 보이는 게 정상인데, 이들은 마치 다른 인류 같았다. 때로는 힘들다는 말이 "힘을 충전하고 있어요"라는 의미로 들리기도 했다.


그러던 중 나와 짝지어진 아이가 식당에 개인 텀블러를 놓고 왔다. 다시 음식점으로 되돌아가며 문득 스스로 자조모임에 참여하는 동기를 돌아봤다. 앱 개발은 진즉 마무리된 시점에 보상도, 강제성도 없는 이 모임에 어째서 나는 달마다 토요일 하루를 할애하고 있는가. 돌아보건대 투철한 봉사심은 결코 아니고, 계획을 바꾸지 않는 관성이 작용한 것 또한 아니었다.


나는 일종의 '자기 인격 관찰'을 하고 있다. 평소 접점이 없는 부류의 사람들을 대하며 나에게 나타나는 마음과 행동을 관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자조모임에 오면 보통은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돕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다. 이것은 나의 심성이 고와서가 아니고, 전적으로 자조모임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한 프로그램 덕분이다. 나와 아무런 배경도 공유하지 않은 누군가를 무던하게 배려할 수 있을 때, 불완전한 인격이 느릿느릿 완성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다음 달 토요일에도 자조모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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