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y Hungry Stay Foolish!"
저는 아이폰 사용자도 아니고 '애플빠'도 아닙니다만 실리콘 밸리에 살고 기술 분야에 일하다 보니 세상을 바꾼 천재 사업가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첫 번째로 꼽습니다. 이 글과 공유한 사진은 스티브 잡스가 돌아가셨을 때 추모하기 위해 그의 집을 방문해 제가 직접 찍은 사진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살았던 집 울타리를 따라 많은 팬들이 두고 간 애플 로고를 상징하는 사과, 꽃, 편지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요즘 스티브 잡스 코스프레를 하고 있습니다. 일에만 집중하기 위해 스티브 잡스는 살아생전 매일 똑같은 디자인의 검은색 목티에 리바이스 청바지를 입고 뉴 밸런스 운동화를 신었다고 합니다. 저도 요즘 리바이스 청바지에 회색 티셔츠 2개를 번갈아 가며 입고 있습니다. 옷에 신경을 쓰지 않아 시간을 줄이고 단순한 삶을 살며 재취업 준비에만 집중하기 위함입니다. 매일 아침이 되면 샤워를 하고 같은 옷을 입고, 검은색 재킷을 교복처럼 입습니다. 날씨가 추우면 머플러나 비니를 착용하기도 합니다. 겨울이 지나고 이제 곧 봄이 오니 같은 디자인의 다른 색깔 옷을 2-3벌을 구매할 계획입니다. 이전에 입던 옷들은 드레스 셔츠, 니트가 대다수라 대충 입으면 어색하고, 아무래도 옷매무새에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에요.
스티브 잡스가 살아생전에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식에서 축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축사의 제목이 "Stay Hungry Stay Foolish"입니다. 한국말로 하면 "현실에 만족하지 말고 늘 배우고, 계속 혁신하라"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해당 축사 안에는 "Stay Hungry Stay Foolish" 외에도 주옥같은 말들이 많습니다. "connect the dots"라는 말도 아주 유명합니다. "미래를 예측해 점을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지나고 난 후에 보면 점들이 연결돼 있다"라는 뜻입니다.
제 인생이 대단히 성공한 삶은 아니지만, 저도 나름 "connect the dots"을 계속해왔던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의 제 첫 직장은 한국 대기업 미국 연구소 대표의 비서였습니다. 저를 인터뷰했던 주재원 부장님께서는 제가 석사 출신인데 커피 타고 일정 관리하는 비교적 단순한 업무를 할 수 있겠느냐고 물으셨었지요. 저는 그때 메타의 COO (최고 운영 책임자) 셰릴 샌드버그가 구글 인터뷰에서 구글이 제시한 조건이 여러모로 맞지 않는다고 불평을 하자 에릭 슈미트가 "Don't be an idiot. If you’re offered a seat on a rocket ship, don’t ask what seat. Just get on."이라고 답했다고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났습니다. 저는 이 일화를 인용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제게 이 회사는 로켓입니다. 어떤 자리든 상관이 없어요." 지금 생각하면 살짝 닭살 돋긴 하는데, 인터뷰하신 분을 감동시킨 나름 재치 있는 답변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게 취직에 성공했고, 많은 커피를 탔습니다. 본사에서 손님들이 오시면 그분들의 비서를 통해 취향을 미리 파악해 엄청 맛있는 커피를 대접하려고 노력했답니다. 비서로 일한 지 1년 남짓 후에는 전략팀에서 AI, 머신 러닝 등에 관한 기술 동향 보고서 쓰는 일을 비서일과 함께 하게 됐습니다. 제가 모시던 상사분이 본사로 돌아가시면서는 완전히 보고서 쓰는 일만 하며, 기술에 한층 더 가까워졌죠.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 때 코딩 공부를 시작해 지금은 개발자가 됐습니다. 제가 석사학위도 있고, 한국에서 나름 이름 있는 직장에 다녔으니 비서 일은 못한다고 생각했으면 지금의 경력으로 연결되지는 못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Stay Hungry Stay Foolish"를 계속할 생각입니다. 앞으로는 100세 인생이라는데 40대 중반인 저는 이제 절반밖에 안 온 셈이니까요. 앞으로도 제겐 어떤 회사, 어느 직책은 중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현재에 충실하며 계속 열심히 학습해 나가면 좋은 기회는 늘 온다는 것을 체험했기 때문이죠. 여러분도 저와 함께 "Stay Hungry Stay Foolish"의 삶을 살아보시면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