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터의 일
레퍼런스의 ‘결과물’만을 답습하지 않는 것.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은 표절이죠. 이는 크리에이터라면, 아니 크리에이터가 아니라도 하지 말아야 할 부끄러운 행동임을 늘 명심합니다. 또한 레퍼런스와 제가 당면한 문제는 분명 다르기 때문에 레퍼런스는 반드시 ‘기법’만을 참고합니다. 새로운 촬영 기법이 나왔다거나 신선한 모델이나 장소를 사용했다거나 하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정보만을 차용하는 겁니다. 누군가의 창의성에서 태어난 것들은 최대한 피하면서 말이죠.
오하림, 카피라이터의 일
뉴스룸 기획안(*기획안 가이드는 이전 글을 참고해 주세요!)에 대한 내부 합의가 끝났다면 어디에 좌표를 찍고 가야 할지는 정리가 된 것이다. 이제 뉴스룸의 얼굴을 구체적으로 그릴 차례, 이 단계에서 꽤 중요한 과정이 타사 레퍼런스를 분석하는, 일명 벤치마킹이다.
벤치마킹은 좋은 점을 단순히 따라 하는 것이 아니다. 카피라이터 오하림 님의 말처럼, 타사의 결과물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은 표절이다. 그렇다면 표절과 벤치마킹의 차이는 뭘까.
어느 특정 분야에서 우수한 상대를 기준으로 삼아 자기 기업과의 성과 차이를 비교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들의 뛰어난 운영 프로세스를 배우면서 부단히 자기 혁신을 추구하는 경영기법
1)우수한 상대 2)차이 비교, 그리고 3)자기 혁신
나는 나무위키가 내린 벤치마킹의 정의에 전략적 벤치마킹의 조건이 모두 담겨있다 생각한다.
레퍼런스 분석을 다다익선이라 여기지 말자. 레퍼런스 상대가 많아질수록 그만큼 품이 많이 드는 일. 데드라인이 있는 프로젝트 일정 안에서 언제까지고 레퍼런스 분석만 하고 있을 순 없다. 레퍼런스 대상이 무조건 많은 것보다 배울 점이 있는 상대를 잘 골라 효율적으로 분석하는 게 중요하다.
나의 경우, 동종업계 탑티어(1-5위) 중 뉴스룸(또는 브랜드 미디어)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을 추렸다. 같은 업계는 아니지만 타 업계에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고 있는 기업 2-3곳도 추가로 넣었다. 대략 10개 정도의 기업이 벤치마킹 리스트에 담긴다.
벤치마킹 상대를 동일선상에 올려놓고 비교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 만약 여럿이서 나누어 레퍼런스 조사를 한다면 더욱이 그렇다. 분석하는 사람마다 중요하게 보는 뷰가 다르기 때문인데, 예를 들어, 누구는 디자인 특징만 보고, 어떤 이는 사이트 구조만, 또 다른 이는 콘텐츠 사이드에서만 분석을 할 수도 있다. 분석 기준이 다르면 대상 간 객관적인 비교가 불가능하다.
브랜드 미디어의 분석 기준은 하드웨어적인 측면과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을 고르게 분류한다. 하드웨어적인 측면은 미디어의 얼굴로 디자인, 기능 등을,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은 콘텐츠와 채널 운영에 대한 것을 의미한다. 아래는 실제 타사 레퍼런스 분석을 할 때 기준으로 삼았던 항목이다.
하드웨어 측면
- GNB(Global Navigation Bar): 메인 메뉴. 해당 사이트가 담고 있는 모든 서비스를 한눈에 직관적으로 확인 가능하다.
- 메인 화면: 무드, 레이아웃 등 확인. 해당 사이트가 무엇을 가장 강조해서 보여주고 싶은지, 강조하려는 것을 어떤 식으로 보여주고 있는지 알 수 있다.
- 컬러: 브랜드 컬러를 메인과 보조, 포인트에 어떤 식으로 연계해 사용하고 있는지 파악한다.
- 콘텐츠 썸네일 스타일: 썸네일 통일성, 디자인 특징 등
- PC/모바일 최적화 여부
소프트웨어 측면
- 채널 정의 및 타깃, 콘셉트
- 핵심 콘텐츠: 발행주기가 잦고 주력으로 밀고 있는 콘텐츠는 무엇인가
- 콘텐츠 톤앤매너: 어떤 보이스로 말하고 있는가
- 콘텐츠 발행주기: 주에 몇 회 정도 발행하고 있는가
- 채널 운영 인력: 사이트 상에서 파악은 불가하고 발품을 팔아 확인해야 하는 부분
- 포털 노출 환경: (필수는 아니지만) 해당 채널을 포털에서 검색했을 때, 어떤 식으로 노출되고 있는지
분석 기준을 잘 잡아 성실히 분석을 하고, 그 결과를 깔끔하게 정리하면 벤치마킹이 끝난 걸까? 여기에서 끝나면 단순 비교에 그치지 않는다. 벤치마킹의 진짜 목적은 타사가 이걸 잘하네 못하네 아는 것에서 나아가, 이 '앎'을 바탕으로 '자기 혁신'을 끌어내는 데 있다.
나는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보편성'을, 소프트웨어 측면의 분석에서는 '차별성'에 대한 힌트를 얻어 벤치마킹의 결론을 도출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뉴스룸 같은 기업 채널은 '목적성' 유입이 많기 때문에 들어왔을 때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포맷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그래서 타사 뉴스룸에서 공통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뉴스룸의 레이아웃과 기능들은 우리 뉴스룸에도 대부분 반영했다. 뉴스룸 사용자들이 이 정도 기능은 당연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들어왔는데, 그 기능들이 빠져있을 경우 좋지 않은 경험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너무 보편적인 스타일로만 제작하면 우리 브랜드만의 개성이 안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뉴스룸의 목적, 지향점, 타깃을 바탕으로 변주를 줄 부분을 추가적으로 결정했다.
반면, 콘텐츠 측면에서는 타사 뉴스룸이 '하고 있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가려내는 데 집중했다. 콘텐츠는 결국 점유의 싸움이다. 즉, 고객이 A스타일의 콘텐츠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면 타사에서 마나든 동일한 A스타일의 콘텐츠를 보는 데 시간을 쓰지 않는다. 그러니 타사에서 이미 하고 있는 콘텐츠를 우리도 할 필요는 없다는 것. 타사와 다른 B스타일의 콘텐츠를 새롭게 제시해야 고객은 A와 B 중, 자신의 시간을 어디에 쓸지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콘텐츠 분석 결과는 다른 곳들이 이러이러한 스타일의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에, 저희는 다른 유형으로 접근해 보렵니다. 의 방향성을 도출하는 게 필요하다.
뉴스룸을 만드는 과정에서 정리해 본 벤치마킹 방식은 이후 다른 기획을 할 때도 적용 가능함을 확인했다. 꼭 뉴스룸, 브랜드 미디어가 아니어도 타사 레퍼런스를 분석해야 할 때, 우수한 상대 고르기->균형감 있는 분석 기준->앎을 통한 인사이트 도출 이 세 축을 중심으로 한다면 유의미한 벤치마킹이 가능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