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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구축의 시작, 기획안에 꼭 들어가야 하는 항목

커뮤니케이터의 일

by 공현주

컬리의 기업 공식 커뮤니케이션 채널 '뉴스룸'을 오픈했다. 커뮤니케이션 본부에서 작년부터 1년 가까이 준비해 온 프로젝트였다. 브랜드의 마케팅 채널은 많지만 기업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래서인지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도움을 받을만한 곳이 많지 않았다.

*출처: 컬리 뉴스룸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환경이 점차 복잡해짐에 따라, 주요 이해 관계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에 대한 니즈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나처럼 뉴스룸(또는 기업 홍보 채널)을 만드는 과정에서 고군분투할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를 위해 뉴스룸 구축-운영 과정을 틈틈이 기록해보려 한다. 이번 콘텐츠는 그 첫 번째로, 뉴스룸 구축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뉴스룸'이라는 배가 먼 산으로 가지 않기 위해 기획안에 꼭 담아야 할 내용에 관한 것이다.



지금, 왜, 뉴스룸을 만들어야 하는가?

기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관계를 맺는다. 이해관계자에는 고객은 물론, 미디어, 투자자, 내부 구성원 등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을 위해 연결돼 있는 모든 존재들이 포함된다. 기업은 주요 이해관계자들에게 프로덕트, 비즈니스, 조직문화 등 기업이 행하는 여러 활동에 대한 정보를 시의적절하게 알리고 이해시키며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어간다. 기업 전반에 대한 적확한 정보를 주는 채널로써 뉴스룸은 분명 유의미한 채널이다. 그러나 뉴스룸을 구축하고 운영하려면 많은 인풋이 들어가기 때문에, 뉴스룸의 우선순위를 파악하는 작업이 가장 먼저 진행돼야 한다.


컬리는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10년 동안 세상에 전할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였다. 할 이야기는 넘쳐났지만 우리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곳은 별로 없었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같은 마케팅 채널은 잘 운영되고 있었지만, 흔한 공식 홈페이지도 없었고, 회사소개의 역할을 하는 페이지는 컬리몰에 들어가 숨바꼭질하듯이 찾아야만 했다. 컬리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기업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채널이 필히 필요한 상황이었다.


비싼 가격, 강남 엄마만 쓰는 프리미엄 서비스 등 컬리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들이 그림자처럼 컬리를 따라다니는 이유도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도 봤다. 사람도 기업도 정면만 보여줘서는 안 된다. 다양한 측면을 입체적으로 보여줄 때, 그 사람과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 이해를 해야 호감을 가지고, 호감을 가져야 신뢰할 수 있게 된다. 컬리하면 떠오르는 좋은 '상품'은 컬리의 정면이다. 좋은 상품을 고르고, 만들고, 고객에게 전달하는 모든 과정은 컬리의 측면이다. 10살이 된 회사, 이제는 컬리의 측면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야만 하는 때였다.

컬리 뉴스룸에는 컬리의 다양한 측면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출처 : 컬리 뉴스룸)


누구를 위한 뉴스룸을 만들고 싶은가?

모든 커뮤니케이션 활동에는 메시지를 전달할 '대상'이 있다. 대상이 없는 채널은 허공에 메시지를 뿌리는 것과 같다. 대상이 있어야 뉴스룸을 통해 어떤 콘텐츠 경험을 제공할지가 정해진다.


컬리 뉴스룸의 타깃은 크게 핵심 타깃과 확장 타깃으로 나누었다. 컬리에 관심이 있거나 더 알아보고 싶지만 기업 정보를 찾기는 어려운 사람들을 1차 핵심 타깃으로, 컬리를 알고는 있지만 그다지 관심은 없는 잠재 고객은 2차 확장 타깃으로 잡았다. 대부분의 뉴스룸은 언론을 주요 타깃으로 정한다. 컬리의 뉴스룸은 뉴스룸이라는 카테고리에 들어가 있긴 하지만 '콘텐츠 플랫폼'으로써의 역할을 하길 기대해 좀 더 확장된 타깃 전략을 세웠다. 이러한 타깃 전략은 컬리 뉴스룸을 디자인하고 콘텐츠를 기획하는 데 기준점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컬리 뉴스룸의 타깃일 뿐, 타깃층을 설정하고 어떤 식으로 단계별 공략을 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뉴스룸을 만들고 싶은가?

뉴스룸 운영 목적과 타깃에 대한 내부 합의를 마쳤다면, 어떤 뉴스룸을 만들고 싶은지, 조금 더 구체적인 방향성을 잡아야 한다. 사실 목적과 타깃을 명확하게 잡았다면, 채널의 형식과 전체 이미지, 메인 화면 레이아웃, 카테고리 구성 등은 자연스럽게 그림이 그려진다.


그럼에도 뉴스룸의 얼개가 잘 그려지지 않는다면 타사 뉴스룸 레퍼런스 분석이 도움이 된다. 단순히 좋다 나쁘다의 평가가 아니라, 분석 항목 중심으로 비교를 해보는 게 효과적이다. 나의 경우, 가장 먼저 분석 대상을 정했다. 컬리와 체급이 비슷하거나 우위에 있는 기업 위주로 동종업계를 봤고, 사람들에게 '브랜드'로 불리는 곳들을 추가적으로 살펴봤다. 이유는 팬덤이 있는 브랜드들이 기본적으로 소통을 잘하는 곳들이 많기 때문. 그렇게 해서 10개 정도의 기업을 추렸다.


각 기업은 1)채널 정의 및 콘셉트 2)GNB(Global Navigation Bar)와 메인 화면 레이아웃 3) 콘텐츠 종류로 나누어서 레퍼런스를 분석했다. 10개의 분석 대상이 공통적으로 하고 있다면 보편적인 기능이라는 것이니 우리 뉴스룸에도 적용하는 것이 좋다. 그 외 기업별로 다른 기능들은 뉴스룸의 목적과 타깃에 따라 버리고 택할 것을 정하면 된다.


뉴스룸 외 콘텐츠 플랫폼도 2-3개 정도 같이 분석해 보기를 추천한다. 콘텐츠 플랫폼은 주제 선정부터 썸네일, 콘텐츠 배치까지 독자 관점에서 전문적으로 콘텐츠를 고민하는 곳들이기 때문에, 콘텐츠 영역에서 차용할 만한 포인트들이 다수 있다. 이런 포인트를 엣지로 가져가면 뉴스룸의 공통 형식을 따라가 익숙한 느낌을 주면서도 비슷한 듯 다른 신선함을 줄 수 있다.



누가, 어떻게 만들 것인가?

마지막으로 뉴스룸 기획안에 담아야 하는 것, '필요 인력'이다. 이 과정은 타 부서까지 확장하여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논의할 것도 많고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보통 뉴스룸을 담당하는 팀은 PR/커뮤니케이션 조직이 많기 때문에, 콘텐츠 외 뉴스룸 개발 및 디자인 영역에서는 내부 개발 조직 또는 외주업체의 도움이 필요하다. (간혹 스타트업의 경우 개발도 커뮤니케이션 조직에서 하는 걸 보긴 했지만 완성도에서 분명 차이가 있다) 여기서 중요한 판단은, 내부에서 처리 가능한 것과 절대 불가한 것을 잘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통 측면에서 보면 내부 개발 조직에서 뉴스룸 구축을 맡는 것이 베스트지만, 개발 조직에 산재해 있는 이슈들이 워낙 많다 보니 뉴스룸 구축이 중요도 상으로 잡힐 일은 거의 없다. 내부 개발 조직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 기약 없는 기다림의 시간이 있을 수도 있다. 반면, 뉴스룸 구축 경험이 많은 전문 업체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척하면 척하는 것이 있고, 뉴스룸 트렌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인하우스에서 고민하는 부분을 함께 논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은, 당연 비용이 발생한다. 내부 개발 조직의 우선순위와 구축비로 사용 가능한 예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내부 또는 외부 개발 여부를 정하면 된다.


콘텐츠 제작과 채널 운영 부분에서도 인력채용과 외재화 중 선택이 필요하다. 여러 옵션을 고려할 수 있다. 뉴스룸 운영 업체를 쓰거나(개발과 운영을 함께하는 업체도 있다), 콘텐츠 기획-제작- 채널 운영 각각의 담당 인력 채용, 혹은 해당 기능 중 일부 담당자만 채용 등. 여기서도 팀에서 처리 가능한 것과 불가한 것에 대한 판단이 선행돼야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오픈 초반에는 채널의 정체성을 잡아가는 단계로 내부에서조차 시행착오를 겪는 시기이기 때문에, 초기부터 외부에 운영을 맡기는 건 최대한 지양하길 권한다. 컬리 뉴스룸도 콘텐츠 제작과 운영은 모두 내부에서 하고 있다. 특히 커뮤니케이션 영역은 그 미세한 차이들을 설명하는 것이 오히려 더 공수가 많이 들기도 하니까. 물론 채널이 너무 잘 돼 스케일업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아웃소싱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이 부분도 정답은 없다. 어디까지나 팀과 담당자의 재량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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