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커머스 with 성냥팔이 소녀

안데르센 동화 <성냥팔이 소녀>의 주인공을 직접 만난다면

by 삶을빚는손

* 안데르센 동화 [성냥팔이 소녀]를 모티브로 창작해서 쓴 글입니다.


2021년 8월 15일, 광화문 앞에서 성냥을 팔고 있는 소녀를 보았다. 최근에 성냥을 써본 적이 언제였을까 떠올려봤다. 생일 케이크를 살 때 "초 몇 개 드릴까요?"라는 질문에 대답하면 서비스로 넣어주는 성냥이 전부였다. 예전에 읽었던 안데르센의 동화 <성냥팔이 소녀>가 갑자기 떠올랐다. 동화에서 성냥팔이 소녀는 새해 첫날 성냥을 끌어안고 미소를 지으며 죽어있었다. 해피 엔딩인지 새드 엔딩인지 헷갈린다. 결말은 모호하지만 동화의 내용처럼 성냥을 아무도 사지 않는 상황이라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소녀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왜 여기에서 성냥을 팔고 있어요?"

"아버지께서 성냥을 팔지 못하고 집에 들어오면 혼을 내세요. 그런데 아무도 사 주지 않아요."


이야기를 나눠보니 소녀의 집에는 성냥이 많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성냥이 잘 팔리지 않아 가계가 곤란한 상황이었다. 당장 먹을 것이 없을 정도로 말이다. 겨울이라면 성냥불로 누군가를 따뜻하게 해 줄 수 있을 텐데... 그나마 다행인 건 여름이라 소녀가 추워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요즘 뭔가를 판매한다면 '목에 거는 선풍기'가 어떨까 생각해 봤다. 요즘 눈에 띄는 상품이었다. 성냥을 팔아서 '목에 거는 선풍기'를 사자고 해도 성냥을 우선 팔아야 한다. 지금은 2021년 아닌가! 소녀에게 새로운 방법을 찾아서 도와주고 싶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나는 브런치 작가로 글을 쓰고 있다. 감사하게도 글을 읽고 하트를 눌러 주시는 분도 몇 분 계신다. 소녀의 상황을 알리며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브런치에 발행했다. 브런치에서 '라이브 커머스 꿀팁'을 알려주시는 분의 댓글이 달렸다. 실시간을 뜻하는 라이브와 상업을 의미하는 커머스가 더해진 단어이다. 요즘 언택트 시대가 되면서 실시간으로 인터넷 방송을 보면서 상품을 판매하는 '라이브 커머스'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소녀와 함께 라이브 커머스에서 성냥을 판매하는 시간을 가지면 어떻겠냐고 의견을 주셨다. 소녀에게 이야기해 보았더니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한 번 해보겠다고 했다.


이제 판매할 상품을 점검할 시간이다. 광화문의 유동인구는 경복궁도 있고 해서 지속적으로 있는 편이다. 그런데도 구매가 없으면 상품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결론을 얻었다. 나 같아도 소녀의 성냥을 선뜻 사기에 망설여졌기 때문이다. 소녀를 도와주고 싶지만 내가 성냥을 쓰는 일은 별로 없었다. 그래도 소녀의 집에 성냥이 많으니까 이걸 파는 게 목표인 거다. 소녀에게 물어보았다.


"너에게 성냥은 어떤 의미니?"

"노답이에요. 집에도 맘 편히 갈 수 없잖아요. 그렇지만 지금 저의 유일한 희망이에요."


성냥을 생각해봤다. 나를 태워서 빛을 낸다. 그리고 나는 사그라진다. 다시 쓸 수 없다.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것도 비슷한 점이 있다. 본인은 사그라지면서 새로운 희망을 키워내기 때문이다. 성냥팔이 소녀의 아버지도 이런 상황이 마음 편치 않을 것이다. 그래서 성냥에 의미를 부여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성냥은 소녀의 희망입니다. [성냥팔이 소녀] 동화를 기억하시나요? 과거와 현재를 이으며 세상을 밝히는 일에 함께해 주세요.”


그래도 부족한 느낌이다. 지인이 UN성냥을 좋아했다길래 찾아보니 지금도 판매 중이었다. 어머나 반가워라. 참고하려고 구매자의 상품 리뷰를 찾아보았다. 성냥으로 불을 붙이는 데 사용하는 건 물론이고, 빈티지 장식품으로 쓰는 경우도 있었다. 꿈에서 불은 재물운을 상징한다고 들었다. 떠올려보니 성냥팔이 소녀도 성냥으로 불을 붙여 온갖 환상을 만났었다. 불을 붙일 수 있는 매개체가 바로 성냥이다.


한 번 정도는 사람들의 온정으로 성냥을 팔 수 있을까? 당장의 생계가 해결되면 그다음을 향해 준비할 수 있는 힘을 얻을 텐데 말이다. 나의 경우를 떠올리면 돈이 부족할 때 뭔가를 시도하기 힘들었었다. 한 가지 바라는 점은 이 성냥이 가난한 이를 위한 적선보다는 기꺼이 지갑을 여는 구매가 되었으면 좋겠다.


라이브 커머스라는 제안을 준 브런치 작가님에게 참여의사를 밝히니 답변이 왔다. 짜자잔~! 성냥의 라이브 커머스 생방송 일정이 3주 후로 잡혔다. 일정과 라이브 커머스 관련 브런치 작가님의 연락처, 그리고 나의 아이디어를 성냥팔이 소녀에게 알려주었다. 이제 내가 가던 길을 다시 걸어가야지. 소녀에게 좋은 기회가 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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