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에 관하여
집을 탈출한 그 첫 번째 장소는 집 근처 카페 VISHOP이다.
VISHOP은 비건 카페로 비건 디저트, 커피 등을 판매하고 지속가능한 살림살이들을 판매하는 건강한 공간이다. 특히 알맹상점처럼 다회용기에 비정제 설탕 등과 같은 것을 살 수 있는 공간이 좋았는데, 있다가 집에 갈 때 렌틸공 한주멱을 담아갈까 고민하고 있다. 주황색의 반질반질한 콩이 참 예쁘다.
그리고 다회용 프로듀스 백이란 것도 있었는데, 장 보러 갈 때 과일이나 야채를 담는 백이라고 한다. 바코드를 붙일 수 있는 부분도 따로 있어 나도 쓰고 따로 선물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오늘 내가 시킨 것은 비건 딸기 초콜릿 케이크와 오트라테 1잔이다. 13,800원으로 카페 치고는 꽤나 돈이 나간다. 비건은 익숙히 사용하는 크림이나 버터 등을 사용하지 않고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보통 값이 나가는 편이다. 그래도 먹고 나니 배가 더부룩한 느낌이 안 나서 이걸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비건주의(Veganism), 채식주의자"는 1940년대에 만들어진 용어로 하나의 생활방식과 식습관을 말한다. 동물성 제품은 소비하지 않고 동물성 제품이 포함된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실천한다. 자연스레 동물의 권리, 환경 및 인간의 건강과 같은 문제까지 연결시켜 생활 방식을 정립해 나간다. 채식을 하는 이유나 목적에 따라 그 엄격함의 정도가 달라지며 식사 이외에도 동물로부터 난 재료의 소비를 원천적으로 거부할 것이냐 따위에 대한 관점은 제각기 다르다.
나는 지금까지 두 명의 비건을 만났었다. 한 명은 고등학교 동창이었고 다른 한 명은 스페인 교수님이었다. 그때 당시는 비건이 단순히 고기를 안 먹는 것만 생각했지 그들의 신념이나 가치관에 대해서는 묻지 못했었다. 다만, 그 친구와 같이 식당에 갈 때면 인도 카레집에 간다던지, 비건 김밥을 싸서 같이 먹는다던지의 시간을 보냈다.
지금의 나의 관점에서는 음식 선택의 폭은 줄어들지만 또 다른 경험의 확장이 가능해 보인다.
고기와 우유, 버터로 만들어진 음식의 세계를 포기하지만, 고기를 대체하여 만든 캐슈크림과 같은 음식들을 접할 수 있다.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이고, 천연재료를 사용하고, 동물성 재료를 사용한 물건을 지양하는 것 등의 생활지침을 통해 나의 삶에 대해 생각하고 내가 지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방향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지난 시간에 만났었던 그 친구들은 어떤 생각으로 비건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지금은 어떤 생활과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비건에 대한 나의 첫인상이 그리 나쁘지 않은 것도 그 친구들이 좋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내가 닮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은 아닐까. 몇 가지 질문들이 떠오르며 앞으로 내가 만들고 싶은 생활 습관이 생겼다.
1. 장 볼 때 장바구니와 프로듀스백을 지참하기.
- 나는 언제 어디서 장을 볼지 모르니 항상 지참해야 할 것 같다. 장 볼 때의 일회용품을 지양해 보자.
2. 샴푸, 린스, 주방세제 등은 새 제품을 사기보다 리필을 사용하기
3. 새로운 물건을 사는 데 있어서 고민하기
- 나는 물건을 들이는데 고민이 없어 많은 물건들이 방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과정을 줄이는 게 좋지 않을까
4. 가지고 있는 물건 오래 쓰기
- 쉽게 닳아 버리고 끝까지 못썼던 물건들을 기리며... 앞으로 물건을 소중히 다루며 써야겠다.
5. 집 깨끗하게 정리하기
- 낭비하는 물건을 줄이고 새로운 물건 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선, 내가 어떤 물건을 가지고 있는지 아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원하는 삶은 오래오래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것이다. 몸과 마음 모두. 내가 살아가는 공간도 건강한 공간이길 바란다. 지금의 생각하는 건강한 공간은 내 주변에만 국한되어 있지만 나중에 내가 그 범주를 지구로 확장한다면 비건 식생활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오늘 비건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내가 평소에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을 새로운 공간에서 그 문화를 접하며 생각해 볼 수 있는 경험을 했다. 이 시간이 귀하게 느껴진다. 앞으로 또 다른 곳에서 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