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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ny J Mar 25. 2020

'컬트 조직'과 닮아 있는 우리들의 '현실 사회'

신천지, 우리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보여주는 조감도 (鳥瞰圖)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그간의 극악무도한 실체가 드러난 '악질 컬트 (Cult)', 신천지.

2016년 9월 18일 제7회 하늘문화체전 및 2차 만국 회의(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출처 : 크리스천 월드(http://www.christianworld.or.kr)

말도 안 되는 교리로 수많은 사람들을 현혹시켜 무려 25만 명의 사람들의 소중한 삶을 파괴한 것도 모자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 역대 최악의 바이러스 '코로나'를 급속도로 퍼뜨리는 데 일조한 '거대 사이비 종교'다.


예전에 한번 신천지 사람들과 나도 모르게 알고 지낸 적이 있었다. ''의 얼굴로 다가와 '악마'처럼 교묘한 술수로 사람을 꾀는 '신천지'라는 종교의 무서움을 실제로 경험한 적이 있었기에, 이번 사태에 더 공감이 되고 관심이 가더라. 그래서, 유튜브에 올라온 많은 '신천지'관련 영상들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대구 신천지 사태'를 비롯하여 신천지의 '실체', '포교방법', '사람들이 빠지는 이유', '빠져나온 사람들의 사례와 이유' 등등을 다룬 많은 관련 영상과 글을 보면서 내 마음은 뭔가 평소와 달리 결이 다른 '불편감'을 느꼈다. 그렇다. 나는 거기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사회와의 공통점'을 보게 되었다.


신천지라는 컬트 조직과 우리의 현실사회는 너무도 닮아 있다.
신천지를 바라보는 나는 마치 '모델하우스 속 작은 모형'을 내려다보는 것 같았다.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 내 주택 모형.ⓒ연합뉴스

내가 본 신천지는 우리가 둘러싸인 이 거대한 '사회'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모형'처럼 느껴졌다.




아마, 유튜브에서 신천지 관련 영상을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아니, 북한도 아니고 어떻게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 저런 미친 종교를 믿고 저 짓을 하지?! 어째서 누가 봐도 멀쩡한 사람들이 저런 쭈글 망태기 영감을 신처럼 받들면서 자신의 소중한 인생을 버릴 수 있는 걸까?!

나 또한 그들의 삶을 보면서 참으로 안타깝고, 저런 말도 안 되는 종교를 믿고 따르는 자들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을 무작정 탓하고 비난하기에는 그들도 어찌 보면 우리가 구해줘야 하는 피해자들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든다. (물론, '본인들도 이번 코로나 사태의 피해자'라는 그들의 주장에는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그런데, 25만 명이나 되는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신천지'에  빠져 들게 되었는지 깊게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신천지'가 진짜 무서운 이유는 그 종교를 믿을 수밖에 없도록 '세뇌'시키는 '모략'과, 비록 그릇될지언정 각자가 강한 '신념'을 가지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무섭게 세력을 확장해갈 수 있는 견고한 '시스템' 때문이다.


이젠 미디어를 통해 많이들 알게 되었듯이, 신천지의 포교자 (소위 '추수꾼')들은 동아리, 강연, 심리상담, 설문조사 등 사람들이 쉽게 눈치채지 못할 너무도 교묘한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은밀하게 접근한 후, 포섭당한 사람들의 생활 마음속에 천천히 침투한다. 그러고 나서는 오랜 잠복기를 가지며 사람들의 마음속 약한 부분을 파고들어 감정을 감염시킨 뒤, 냉철했던 이성까지 마비시킨다. 마치, 그들이 퍼뜨린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그렇게 한 영혼은 병을 들어 죽는다.

신천지의 포교수법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 메커니즘과 비슷한 점이 많다.

인간은 누구든지 자신만의 아픔이 있기 때문에, 힘들고 나약해진 자들의 마음속 '빈틈'을 파고들어, 신천지의 '교리'와 '사상'을 집중적으로 주입시켜 버리면, 아무리 똑똑한 사람들도 어쩔 도리 없이 당하고 만다. 때문에, 신천지에서 '영혼의 구원'과 '영생'을 외치는 자들의 영혼은, (참으로 역설적이게도) 신천치 인들의 악랄한 전도 수법에 당하는 그 순간, 죽는다. 그렇게, '진짜 영혼'은 죽고 이만희가 심은 '가짜 영혼'은 이제 '신천치'와 있지도 않은'영생'을 위해 살아간다.


신천지는 외로움, 관계에 대한 믿음, 이별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군중심리 등 사람들의 연약한 '심리'를 악용하여 자연스럽게 끌어들인 후, 주입식으로 교리 교육하며, 체계적으로 전도 훈련시킨다. 그렇게 7개월 이상 3시간씩 잘 길들여진 충성스러운 교인들은 자신들의 ''과 '자유', 사랑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버리고, 결국 병약하고 거짓된 인간에 불과한 '이만희'와 그가 주창하는 '영생'을 맹목적으로 따르게 되는 거대한 컬트 조직의 희생이 되고 만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이 웃지 못할 광경은 우리의 '현실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멀쩡한 사람이 '신천지 시스템'의 희생양이 되어가는 이 과정은 우리들이 현재 살아가는 이 '사회 시스템' 안에서도 무수히 많이 벌어지고 있다.


태어나보니 한국이었고, 부모님과 선생님과 주변 사람들이 시키고 가리키는 대로 '주입식 교육'을 받고 나도 모르게 훈련되고 길들여져 어느새  부모님 말씀 잘 듣는 '착한 아이'가 되고, 내 생각보다는 남의 생각을 열심히 받아 적는 '성실한 학생'이 되고, 무조건 상사가 시키는 대로 근면하게 일하는 '충실한 직원'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지 생각해보자.하지만, 한 사람을 이렇게 만든 부모, 선생님, 주변 사람들도 같은 방식으로 세뇌된 사람들이기에 그들을 탓할 수도 없다. 그렇게 우리는 깨어지지 않는 견고한 시스템을 '함께' 만들어왔다.


지난 2017년 한 신천지 교회에서 '새 언약 이행 시험'을 치르는 모습. (유튜브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캡처) (https://www.huffingtonpost.kr/)

우리는 우리들이 걸어왔던 이 길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한 채, '이만희의 말씀'에 따라 '144,000명의 신도 수를 채우는 것'만이 '영생의 길'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신천지 교인들처럼, '부모님선생님, 그리고 상사의 말씀'에 따라  '더 좋은 점수와 더 높은 연봉을 받는 것'만이 '성공의 길'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달려오지 않았는가?


지금 이 순간에도 막연히, 이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이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다 보면, 언젠간 '성공'하고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지는 않은가? 지금 걸어가고 있는 길의 끝에는 있지도 않을 '가짜 성공'과 '가짜 행복'을 위해 내 재능, 노력, 건강, 젊음, 심지어 목숨까지 희생 제물로 바치며 살고 있지는 않은가?


이러한 '그릇된 믿음'은 신천지 교인들이 '이만희'를 열심히 믿고 따르다 보면 '영생'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 것만큼이나 '허무맹량한 신념'일지도 모른다.




현재 신도수 25만 명에 육박하는 신천지는 2014년에 이미 신도수가 14만 4000명을 넘어섰으나, 그들이 그토록 주창한 '영생의 신비'가 일어나지 않자 술렁이는 신도들의 원성을 잠재우기 위해, '단순한 머릿수가 아니라 하나님이 인정하는 충성스러운 정성신도 14만 4000명에 도달해야 한다.'며 곧바로 말을 바꿨다고 한다. 그 당시, 일부 신도들은 배신감을 느꼈겠지만 결국 그 영생의 목표를 위해 다시 또 달리고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도 '맹목적인 목표를 향해 달려가다,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거나 가진 것마저도 잃는 안타까운 현실'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남들 다 알만한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몇 년을 잠도 거의 못 자고 코피 흘려가며 '수능' 공부했는데, 결국 성적에 맞춰 대학을 선택하고, 내 적성과 흥미에도 맞지 않은 전공으로 진학한다.

남들 다 아는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건강도 연애도 포기하고 피 터지게 공부하고 스펙 쌓으며 '취업' 준비했는데, 결국 몇 년째 취업이 안 된다.

높은 연봉과 화려한 고급 승용차가 보장된 '임원'의 자리를 쫓아 20년을 회사에 몸과 마음 다 바쳐 일했는데, 임원 된 지 3년 만에 잘려 결국 택시를 몰게 된다.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사'자 들어가는 직업을 가져 돈도 많이 벌고, 사회에서 명성을 얻긴 했지만, 엄청난 업무량으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시간과 건강도 잃고 결국 과로로 쓰러져 목숨까지 잃는다.


 이런 어처구니없고 불행한 일이 이 한국 사회에선 하루에도 수 없이 일어나고 있다. 이건 극히 일부 사례임을 당신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어떠한 시스템과 조직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은 절대 그 '실체'와 '오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없다. 이 글의 부제에서 언급한 '조감도'처럼, 멀리서 아래로 내려다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악의를 품은 누군가의 치밀한 수법에 의해 그 견고한 시스템 속에 한 발이라도 들여다 놓는 순간, 우리는 순식간에 세뇌되어 깊숙이 빠져들게 되고, 우리의 시야와 생각은 거대한 벽에 그대로 막힌다.


마치, 아파트 단지 안에서 거대한 아파트들에 둘러싸여 있으면
절대 아파트 단지 밖, 저 멀리 '아름다운 석양', '맑은 하늘'과 '푸른 산', 그리고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들'을 바라볼 수 없는 것처럼.

그 동안 내 시야를 가로막았던 거대한 아파트

이렇게 한번 치밀하게 구조화된 거대한 시스템 속에 빠진 사람들은, 사실 누군가가 아무리 밖에서 여기 진정한 '자유'와 '행복'이 있다고 외치고 손을 흔들어 봐도 소용이 없다.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을 구해내려는 이들과 신천지 밖은 내 영이 죽는 곳이라는 믿으며 절대 나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신천지 교인들의 '혈전'을 보아라. 철저히 세뇌된 그들을 꺼내오려면 피 터지는 전쟁을 치를 각오를 해야만 한다.

ⓒ노컷뉴스 (http://dj.nocutnews.co.kr/news)

정말로 힘센 누군가가 강제로 그들을 끌어내거나, 그들 스스로 탈출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스스로 뛰쳐나오지 않는 이상, 그들은 절대 '진짜 구원과 '영생'을 얻을 수 없다.




하지만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현재 꽤 많은 사람들이 신천지에서 빠져나와 유튜브 등의 미디어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간증하고 있다. 그들은 '이단 상담소'의 도움과 자신들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희생한 가족 또는 좋은 친구들 덕분에 그들은 결국 자신들이 어리석었음을 깨닫고 평범한 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신천지를 탈퇴자 김강림 전도사의 유튜브 채널 <강림의 사이비 톡톡> 캡처 장면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그 사람들 중 상당수가 '그 누구보다도 신천지라는 조직 안에서 열심히 전도하고, 심지어는 신천지 내에서 교인들을 교육시키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누군가의 도움으로 또는 스스로 신천지 교리와 시스템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난 후 신천지를 나와 그 당시의 죄책감을 통해 새로운 사명감을 갖고, 아직 그곳에서 나오지 못한 사람들을 구해주거나 다른 이들이 새로 빠지지 않게 도와주는 값진 삶을 살아가고 있다




다행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도 저런 전도사들처럼 우리의 잘못된 신념들을 깨우쳐 주고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중, 나에게 가장 큰 깨달음을 준 사람들은 돈만 많은 '허울뿐인 '부자들 (The Rich)'이 아니라 '진짜 부자들(The Wealth)'이다.


그들은 그저 돈만 많은 것이 아니라, 기존의 틀을 깨고 시스템 밖으로 탈출한 '모험가' 이자 '혁신가'이기도 하다. 다양한 책과 콘텐츠들을 통해 배운 그들의 사상과 철학을 들여다보면 우리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은 마치 신천지 교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과 많이 닮아 있음을 알게 된다.


지금 우리가 신천지를 보고 어리석고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처럼, 이미 사회의 틀을 깨고 자유를 얻은 그들이 볼 때는, 우리 또한 저 신천지 교인들과 마찬가지로 '잘못된 믿음을 품은 채 의미 없는 목표를 맹목적으로 쫓아서 살고 있는 어리석고 안타까운 사람들'처럼 보일 것이다.


또한, 우리들이 '신천지 교인들이 하루빨리 그 사이비 종교에서 벗어나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것처럼, 그들도 '우리들이 하루빨리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닫고 진짜 성공을 추구하며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나도 진정 그렇게 바라고 있고, 그래서 이런 글을 쓰고 있다.




나는 조금 늦긴 했지만 20대의 끝자락에, 그동안 수많은 자유 영혼들을 가둬 둔 현실 사회의 '오류'와 '한계'를 각성하고 '미래의 좀 더 행복한 삶을 위한 탈출'을 천천히 준비하고 있다. 아직은 시스템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이러한 시스템의 중심에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던 내가, 적어도 지금은 가장자리에서 이 사회를 '조감 (鳥瞰, bird's-eye view)할 수 있는 눈'은 갖게 된 것 같다. 아직 조금은 막막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젠 이 울타리 밖에 진정한 '자유'와 '행복'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언젠가는 탈출할 수 있지 않을까?


만약에 내가 아직도 이런 '눈'을 가지지 못했더라면, 나는 여전히 사회 시스템이라는 '각본' 안에서, '신천지의 영생'과 다름없는 '직장과 사회에서의 성공'이라는 허황된 목표만을 붙잡고, 예전처럼 '건강''행복''사랑'도 잃은 채, 지금 이 순간에도 애를 쓰며 스트레스와 고통 속에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의 소중한 '시간'들을 '정말로 중요하지 않았던 것들'에 쏟고 있을지도 모른다.


요새 신천지와 코로나 사태를 켜보면서 문득, 일찍이 나를 '그 절망의 늪'에서 구해주신 하느님과 이를 도운 많은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


아마도, 이것이 진정한 '구원'이 아닐까.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하루빨리 진정한 구원행복을 얻기를 바라며, 긴 글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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