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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ny K May 05. 2020

'자기 계발'의 패러독스 (PARADOX)

여태껏 '남'을 위해 하고 있던 '자기'계발

당신의 퇴근 후 자기 계발은 과연 '누구'를 위함인가?


우리나라 직장인들 중 한 번이라도 '자기 계발'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열정 있는 직장인들에게 자기 계발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지며, 'LTE급 고속 승진'과 '인상적인 연봉 인상'을 위해 업무 외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반드시 해야 하는 퇴근 후 TO-DO-LIST 1순위 항목이 되었다.


요즘 직장인들의 자기 계발 리스트


그렇다면, 올해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하고 있는 (혹은, 하기를 바라는) 자기 계발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보통,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시도하는 자기 계발로는 영어회화 공부, 자격증 공부, 업무 관련 공부, 운동, 독서 등등이 있다. 이와 관련된 실제 데이터를 살펴봐도 앞서 언급된 리스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직장인 987명을 대상으로 한 평생 교육 전문 지업 휴넷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이 올해 이루고 싶은 새해 소망은 1위 자격증 취득, 2위 외국어 습득, 3위 이직 및 창업, 4위 건강관리, 5위 재테크, 6위가 연봉 인상 및 승진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설문에 참여한 직장인들 중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진정한 '자기'계발을 하고 있을까?


2020년 직장인들의 새해 소망 리스트


위 자료에 따르면, 올해 직장인들이 가장 이루고 싶어 하는 새해 소망이 자격증 취득외국어 습득이라는데, 이것들도 결국은 3위에 랭크된 이직이나 6위의 연봉 인상 및 승진을 위한 것일 것이다. 사실, 직장인들에게는 더 좋은 회사로의 이직과 이를 통한 연봉 인상이나 승진이 가장 큰 목표일 테니 당연한 결과일 테지만, 나는 이러한 결과에 다소 안타까움을 느꼈다. 많은 이들이 이루고 싶어 하는  목표들이 과연 진정한 자기 계발인 걸까? 설문 조사 결과만 봐도,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자기 계발이 진짜 '자기'를 위한 계발인지 의문이 든다.


셀러던트들의 슬프고 불안한 자기 계발


현재 우리 직장인들은 공부가 직업이던 학창 시절을 지나서도 '셀러던트 (salary man + student : 공부하는 직장인)'라는 슬픈 수식어를 달고, 매일 쏟아지는 업무의 쓰나미 속에서도 정신을 잃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수많은 공부를 해야 하는 현실에 처해있다. 보통은 그 쓰나미에 정신을 잃고 아예 자기 계발에 손을 놓는 경우가 더 많다. 자기 계발은커녕 몰아치는 업무를 하루하루 쳐내기도 버거운 현실이니 말이다.

수많은 업무와 끊임없는 자기계발의 압박 속에서 불안한 직장인의 삶

그중에서도 성공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시간을 내서라도 영어공부나 운동이나 독서 등의 업무 외 자기 계발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실 자기 계발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짜 이유도 알지 못한 채 맹목적으로 '남들이 다 하니까' , 그저 의무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자기 위안을 위해 '나만 안 하면 불안해서' 자기 계발하는 경우도 많다.


https://www.m-economynews.com/news/article.html?no=24826


'자기 계발'의 진짜 의미


국립 국어원 (2015)에 따르면, 자기 계발'잠재되어 있는 자신의 슬기나 재능, 사상 따위를 일깨워 줌'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자기 계발과 주로 혼용되는 '자기 개발'이라는 단어도 '자기에 대한 새로운 그 무엇을 만들어냄, 또는 자신의 지식이나 재능 따위를 발달하게 함'을 뜻한다.


그런데 과연 보통 우리가 하고 있는 '자기 계발'은 어떤가? '자기 계발'의 원래 단어 뜻처럼 진정 우리의 잠들어 있는 생각과 사상을 일깨우고 슬기와 지혜를 쌓고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고 발달시켜 하루하루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공부와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엔 사실상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앞서 언급한 데이터뿐만이 아니라 겨우 반년 전의 나의 TO-DO-LIST만 봐도 나의 목표들은 모두 '나 자신'의 계발이 아닌 회사에서 인정받는 '더 나은 직원'이 되기 위한 '업무 역량 개발'에 불과했다.   

내년 중순까지 컴퓨터 활용능력 자격증 취득
토익 매일 한 시간씩 공부해서 3개월 내로 토익 950점 받기
어플로 영어회화와 중국어 공부 매일 15분
주식/재테크 공부 매일 30분
재테크 관련 블로그 글쓰기
꾸준히 운동해서 체력 키우기


나도 한 때 이런 자기 계발에 목매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작년 12월 올해 계획을 세울 때만 해도 나의 WISH LIST에는 다양한 자격증 공부, 토익 공부 및 외국어 회화 공부 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다 몇 달 후 '부에 대한 각성'을 한 나는 과거의 리스트에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앞서 언급한 이런 공부들은 언뜻 보면 '나'를 위한 것 같지만, 결국 '남'을 위한 자기 계발이었다는 것을 그때의 나는 몰랐다. 이 리스트의 항목들은 매일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공부하다 보면 언젠가는 도움이 되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맹목적으로 공부했었다. 또한, 셀 수 없는 야근을 버티기 위해서 체력을 키우고, 더 빨리 더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서 직무 역량 관련 책을 읽으려고 했다. 회사에 방문한 해외 클라이언트와 대화하고 보고서를 더 잘 쓰기 위한 목적으로 영어를 공부했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자기 계발'은 내가 아닌 회사의 부를 쌓아주기 위한 스펙 (Specification, 사양) 일뿐이었다. 이런 자기 계발은 하면 할수록 회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날 수 없으며, '내가 이만큼 효율적으로 잘 굴러가는 톱니바퀴입니다'라고 증명하기 위한, 결국 회사에 내가 괜찮은 부속품이라는 것을 인정받기 위한 허울뿐인 노력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젠가 더 나은 사양의 부속품이 나타나면 나는 대체되어버리고 말 것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기 위해 나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업데이트해주어야 했다.


그러나, 이는 내 인생을 멀리 바라봤을 때 나의 내실을 다지고 미래의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한 진짜 '자기'계발은 아니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나는 진짜 '자기 계발'을 하고 싶었다.



내가 생각하는 진짜 '자기 계발'


그렇다면, 지금의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자기'계발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진짜 '자기'계발은 '연봉'이 아닌 자신의 '몸값'을 올릴 수 있는 노력들이다. 회사라는 '액자'를 벗어났을 때도 '나'라는 '작품'이 온전히 가치 있도록 스스로를 갈고닦으며 성장시키는 것이다.

회사라는 액자를 벗어나도 나 그 자체로도 가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는 삶을 위해

이와 더불어, 회사를 넘어 더 넓은 세상 (+더 깊은 내면)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양질의 독서, 뉴스 탐독, 글쓰기, 책 쓰기 등), 20~30년 후 월급이 아닌 배당만으로도 한 달을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만큼의 투자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실천하며 (재테크 및 투자 공부. 사업/비즈니스, 부업 등),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더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소소한 취미나 특기 (요리, 운동, 예술, 악기 연주 등)를 개발하는 것도 포함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렇게 갈고닦은 다양한 능력들을 융합하여 자신만의 강력하고 독특한 퍼스널 브랜드 및 제품/서비스, 그리고 이를 통해 다양하고 견고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함으로써 '회사'라는 시스템을 최대한 일찍 탈출하여 미래에 신체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자유로운 삶'을 준비하는 것이 진정한 '자기 계발'일 것이다.




이렇듯, 진짜 자기 계발의 의미와 목적을 깨달은 나는 이제 더 이상 토익 950점을 달성하기 위해서만 영어공부를 하지 않는다. 취업과 이직을 위해서만 자소서를 쓰지 않는다. 기계처럼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 컴퓨터 자격증을 따지 않는다. 셀 수 없는 야근에 지치지 않기 위해서만 운동하지 않는다. 연봉 인상과 승진을 위한 더 효율적인 회사 업무에 도움되려고만 을 읽지 않는다. 이직하기 위해서만 업무 외 다른 분야를 공부하지 않는다. 보고서를 잘 쓰기 위해서만 글쓰기를 연습하지 않는다. 명예, 성공을 위해서만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내지 않는다.


토익 점수를 위해서가 아니라, 전 세계 어디를 가던 다양한 사람들과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 영어중국어를 공부하고, 나만의 퍼스널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 자기소개글을 쓰며, 나중에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IT 및 디자인 공부를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크게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살고 싶어서 운동하고, 세상에 대한 견문을 넓히고 내면을 성장시키며 거대한 세상 속 내가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찾기 위해 독서를 한다. 그리고 세상에 내 생각을 알리고 가치관이 맞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힘을 합칠 기회를 얻기 위해 이렇게 을 쓴다. 아직은 월급쟁이지만 언젠간 내가 진짜 이루고자 하는 소중한 꿈과 자유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간다.


이런 자기 계발은 다소 먼 미래를 향하지만, 현재의 순간들까지도 행복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나는 요새 외국어 및 IT 공부, 운동, 독서, 글쓰기 등 분명 과거와 똑같은 활동을 하는데도 목적과 의미가 다르니 희한하게 하나도 힘들지가 않고 스트레스도 없다. 예전 같으면 시간 날 때마다 재미는 있지만 내 삶에 도움도 되지 않는 불필요한 콘텐츠들을 보며 시시덕거리고 있었을 텐데, 지금은 그런 시간들을 최대한 아껴 진짜 자기 계발에 내 소중한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 분명 예전에는 시켜도 하기 싫던 자기 계발이 이제는 억지스럽지 않고 즐겁다.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제대로 된 준비를 하고 있다는 확신이 있으니 불안하지 않고 오히려 평온하며 행복하다.




진정, '자기'계발을 해야 하는 이유


혹시나, 현재 회사라는 울타리 속 피 튀기는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힘들고 슬프고 불안한 '자기 계발'을 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그분들께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더 이상 '남'을 위한 허울뿐인 자기 계발을 하지 말고, 진짜 '자기'계발을 하자.


회사는 회사일뿐 내 인생을 책임져 주지 않으며, 회사는 자의든 타의든 언젠가는 나와야 하는, 나올 수밖에 없는 곳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러나 현재 필요한 업무능력을 개발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특정 분야의 수준 높은 전문가를 꿈꾼다면 당연히 그 분야의 업무와 지식을 쌓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다만, 업무지식 및 능력 개발 외에 '나를 위한 진짜 자기 계발' 또한 잊지 않고 꾸준히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니 회사에서의 높디높은 사다리를 타기 위해서만 노력하지 말고, 지금 당장은 시간 없고 힘들지만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회사 밖에서 내가 훨씬 높이 올라갈 수 있는 튼튼한 기회의 동아줄하루빨리 찾고,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지금부터 미래를 위해 서둘러 준비하자. 


지금의 '진짜배기 자기 계발'이 미래의 당신을 더욱 새롭고 강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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