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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ny K Aug 07. 2020

직장인의 관성(慣性)

직장인의 삶은 천천히 떠내려가는 돛단배

관성() = 물체가 현재의 운동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성질

뉴턴의 제1법칙인 '관성의 법칙'은 어떠한 외부적인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물체는 정지해 있거나 등속 직선운동 상태를 유지한다는 법칙이다.


어느 날, 야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어둑한 퇴근길을 걷다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도 이러한 관성의 법칙용한다'는 생각이 문득 뇌리를 스쳤다.


직장인의 관성 - 사슬은 절대로 스스로 끊어지지 않는다.


관성()은 쉽게 깨어지지 않는다.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인 '관습'과 '습관'을 이루고 있는 '관()'이라는 글자는 마음 심 (心)과 꿸 관 (貫)이 결합한 한자로 ‘고정(貫)되어 있는 마음(心)’ 즉, 익숙해진 ‘습관’이나 ‘버릇’을 뜻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이미 고착화되고 익숙해진 것은 마음을 단단히 먹어도 쉽게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각자의 삶에서 서로 다른 '관성'을 가지고 살아간다. 좋은 관성이든 나쁜 관성이든 그것은 우리의 습관이 되어 개개인의 성격, 취향,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고 그 사람의 삶을 가득 채운다.  


우리는 각자 서로 다른 관성을 지니고 살아가지만

대다수의 현대인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관성이 있다. 바로 '직장인의 관성'.


물론, 직장인의 관성은 우리의 선택 사항이 아니다. 이미 어릴 때부터 가족, 친구, 지인, 사회로부터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고착화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 관성은 지금까지도 우리의 삶을 강력히 지배한다. 이로 인해, 우리는 20년 넘게 남들보다 더 뛰어난 직장인이 되기 위해 열심히 달려왔고, 결국 그토록 바라던 직장인이 되어 살고 있다. 그렇게 직장인의 삶은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해져 버렸다.

하지만, 우리는 언젠간 이 익숙함을 벗어던져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진정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


독일 사회주의 철학자이자 여성 혁명가였던 로자 룩셈부르크는 말한다.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을 묶어놓은 사슬을 눈치 재지 못한다."

그녀의 말대로, 직장인으로 살아가면서도 이를 벗어나기 위해 계속 노력하지 않는다면, 결국 '직장'이 우리가 경제적/정신적/시간적 자유를 얻지 못하도록 묶어두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도 못한다. 안타깝지만 많은 이들이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살아간다.



'계속 노를 젓지 않는 배는 결국 물살에 휩쓸린다.'


직장인의 삶은 흐르는 강물 위에 떠 있는 돛단배와 같다. 우리는 목적지로 가기 위해서 열심히 물살을 거슬러 노를 저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우리의 삶은 언젠가는 급류를 만나 하류로 떠내려 가게 되거나 까닥하면 폭포 밑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사실 나도 그리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한 것은 아니지만, 2년 간 익숙해진 삶의 관성은 쉽게 벗어나기 힘들었다. 그러나 오늘 다시 한번 그 관성을 깨고 오랜만에 브런치 '작가의 서랍' 속 흩어진 글 조각들과 두 달간 모아두었던 나의 삶의 조각들을 이어 붙이기 시작했다.


구독자분들께는 핑계가 될지도 모르지만, 지난 두 달간 브런치에 글을 쓰지 못했던 이유는 쉴 새 없이 바빠진 회사 일로 글 쓸 시간도 없었거니와 브런치에 올릴 만큼 단단하고 매력적인 글감을 나 스스로 만들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직장인의 삶을 벗어나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그리고 사람들에게 부단히 외치던 내가 또다시 평범한 직장인의 삶으로 돌아가버린 순간 나는 글 쓸 거리를 찾지 못했다. 내 마음속에서 깨어난 '타이탄'도 직장에 몸과 시간이 단단히 묶여 있으니 힘을 쓸 수 없었다.


https://brunch.co.kr/@hjin8286/8


지난 3월 코로나 사태 직후에는 재직 중인 회사가 약 3개월 동안 휴업을 실시했었다. 그래서 그 시기 동안에는 회사가 아닌 진짜 내 미래의 꿈을 위한 것들을 할 수 있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비즈니스 구상을 하고, 취미로 나를 닮은 이모티콘도 만들어 보기도 했다. 정말 나를 위한 삶이었고 행복했다. 하지만 그런 행복한 꿈속에서 살 시간은 내 바람대로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갑자기 7월부터 회사의 경영악화로 월급은 70%로 삭감된 상황에서 야근은 잦아지고 회사일은 내 주말까지 침범하기 시작했다.


4개월 만에 또다시 직장인의 삶에 매몰된 그 시간 동안, 나는 꿈을 잃은 듯 잃지 않은 나날들을 보냈다. 답답하게 집에 갇혀 있었으나 오히려 새로운 꿈을 꾸며 수많은 비즈니스 아이디어들이 샘솟았던 그 시기가 그리워졌다. 몸과 시간이 직장에 매여 있으니 비즈니스 아이디어와 브런치에 올릴 글감들은 내 머릿속에서 조각조각 흩어진 채로 쌓이기만 했다. 그러면서 이전에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던 다른 것들에서도 잠시 손을 놓게 되면서 더욱 불안해졌다. 그렇게 강력한 관성에 이끌려 꿈도 희망도 없는'직장인'으로 남게 될까 봐. 물살에 휩쓸려 영영 꿈에서 점점 멀어질까 봐.


관성을 깨기 위해서는 반드시 '외부의 자극'이 필요하다.


그렇게 마음만 불편한 채 관성에 휩쓸려 산 지 한 달 반쯤 되었을 때, 조용히 떠내려가던 배와 같던 나의 삶이 폭풍우를 만난 듯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 2년 간 단 한 명뿐이었던 동료는 회사의 상황을 비관하며 심각하게 퇴사 준비를 하고 있고, 그 사이 단 한 명뿐인 팀장님 또한 얼마 전 퇴사를 결정지으며, 나로서는 더 이상 지금 회사에 남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가고 있었다. 내가 이 회사에서 2년을 버틸 수 있도록 해 준 '내일 채움 공제*'라는 매력적인 족쇄도 스스로 끊어낼 각오를 하지 않으면 내 꿈과 점점 멀어지는 상황이 될 것이 뻔했다. 그 와중에 이직을 위해 열심히 준비해서 지원했던 회사 한 군데도 탈락을 한 상황이었다. 이래 저래 총체적 난국이었다. 내가 예전에 계획했던 모든 것들이 뒤틀리면서 마음이 힘들고 혼란스러웠다.



*내일 채움 공제 = 청년이 중소기업에서 2년간 정규직 근무 시 1,600만 원의 목돈 마련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주는 프로그램 (https://www.sbcplan.or.kr/page.do?mCode=B120000000)


하지만, 그 이후 몇 주가 흐른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돌아보면, 그 당시 내가 느낀 그 불안과 두려움이 나를 천천히 떠내려가게 하던 관성을 벗어나게 해 줄 힘이 되어주었던 것 같다. 확실히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7월 중순쯤 쓰나미처럼 몰려든 회사일 덕분에 나는 직장인의 한계를 다시금 깨닫게 되어 그 관성으로부터 빨리 튕겨져 나올 수 있었고, 지금 걷는 이 길이 잘못된 방향임을 깨닫고 내가 이루고자 하는 길로 빨리 방향을 틀어 신속하게 그에 맞는 준비들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으니 말이다. 오히려 지난달에 월급이 깎인 채로 회사 일이 미친 듯이 바쁘지 않았다면, 동료와 상사가 퇴사를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대로 관성을 따라 매력적인 족쇄에 묶여 더 오랫동안 이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면 내 꿈을 미뤄두었을지도 모른다.


잔잔할 때 더 빨리 힘차게 노를 저어라!


다행히, 악몽 같았던 7월을 지나 8월이 되자 다시금 회사일도 여유로워지면서 나를 거꾸로 끌어당기는 그 힘은 약해졌고, 나도 어느 정도 마음 정리가 되었다. 강물로 치자면 급류를 지나 잔잔한 구간으로 온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더 열심히 노를 저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언제 또다시 급류나 장애물이 나타날지 모르니까 최대한 빨리 속도를 내어 이 반대 물살을 확실하게 벗어나야 한다.


앨버트 아인슈타인은 "미친 짓이란,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라고 했다. 목적지가 아닌 방향으로 아무리 반복해서 노를 저어 봤자 내가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는 없는 법이다. 물론 내가 지금 노를 열심히 젓는다고 해도 거대한 망망대해에서 내가 꿈꾸는 목적지에 바로 도달할 수는 없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원하는 곳으로 더 빨리 갈 수 있는 물살이 흐르는 곳으로 옮겨 가려고 한다. 직장인의 삶을 당장 벗어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내가 꿈꾸는 것과 같은 비전을 실현해나갈 수 있는 회사를 찾아 떠날 생각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도 평범한 직장인의 관성에 휩쓸리지 말고 그 거센 물살을 거슬러 노를 저을 수 있는 힘을 길러 언젠간 자신이 원하는 목적지에 꼭 도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자기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들을 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목적지를 분명히 하고 계속해서 나아가길.


"인생은 자전거 타기와 같다. 균형을 잃지 않으려면 계속 움직여야 한다." - 알버트 아인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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