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28세, 직장인 HJ, 준비된 여행을 계획 중.
독일의 '알렉산더 훔볼트'라는 사람은 남미 여행을 위해 적어도 3년을 철저한 준비를 했다고 전해진다. 자연과학 전반을 공부했고, 화산 공부를 위해 1년 반의 이탈리아 여행을 했다. 대학과 천문대를 두루 훑고 당대의 내로라 하는 동물·식물·물리·천문학자들을 찾아 배웠다. 고도계·기압계·수중계·크로노미터 등을 구입하고 측정 기술을 배웠다. 체계적 기록을 위해 그만의 기록법도 만들었다. 이런 준비 끝에 1800년대에 여행을 나섰다. 그에게 남미 여행은 수년간 체계적으로 계획된 '준비된 여행' 이었다.
(출처 : [문병로의 알고리즘 여행] 준비된 여행)
오늘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평범한 여성, HJ는 지금으로부터 2년 후인 2022년, 그러니까 한국 나이로 딱 '서른'이 되는 해에 반도의 물을 건너보려고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HJ은 준비하는 여행에 있어서,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2년이라는 짧고도 긴 시한부를 두는 것이다. 매달 통장으로 입금되는 월급으로 근근히 살아가는 급여생활자는 잘 먹고 잘 살려면 배는 더 노력해야 한다.
<물건너기 프로젝트>라는 인생일대의 큰 포부를 위해 2022년 7월, 비행기를 타겠다. 모든 준비는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퇴사 후에도 망설이지 않고 떠날 수 있을 것이다. 이루고자 하는 버킷리스트도 있을 것이고, 목표하는 영어 레벨도 있을 것이다. 견문을 넓히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포함될 것이고.
나이 서른에 28년을 함께 나눈 대한민국 땅을 떠나, 익숙한 일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일을 꿈꿔보는 게 두렵지 않겠느냐고? 물론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불안으로부터 독립된 심드렁한 연마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무엇을 하든 이것을 마음 속에 되새기며 나의 '준비된 여행'을 하나둘씩 계획해보려고 한다.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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