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올해는 다른 글이 없었다니.
일 년 365일, 길다면 길지만 짧다면 짧은 일 년 회고할 시기가 벌써 돌아왔다.
특히 올해는 정말 정신없어서 중간중간 브런치를 써야지 다짐했던 에피소드들도 타이밍을 못 맞추고 지나가버려 아쉽지만 이또한 올 해의 바쁨을 나타내는 증거가 아닐까.
저번 글로 25년을 시작하면서, 25년에 이루고자 했던 목표를 점검해 보았다.
하늘색은 올해 일 년 내내 지속하지 못했던, 일부만 달성한 것과 조금 더 진한 파랑은 단기로 1회라도 이루면 올해 목표를 이룬 것들, 혹은 1년 내내 지켜진 것들이다.
초반에는 의식했지만 후반에는 의식하지 않아도 지켜지는 습관도 있었고, 어쩌다가 혹은 이유가 있어서 이루지 못한 목표도 있었다.
목표를 대부분 이룬 것도 카테고리도 있고, 아예 시작도 못한 것도 있어서 어느 부분에 집중했는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바이브코딩에 한참 빠져서 커서로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새벽 3시까지 바이브코딩하다가 5시간 자고 출근한 날도 있다. 수파베이스로 DB 연결도 해보고, 하드코딩으로 데이터를 밀어 넣어보기도 했다. 할 줄 아는 개발은 html 코드를 눈치껏 파악하고 어떤 게 디자인 코드로 작동하고 어떤 스펙인지 파악하는 정도였는데 하나의 웹사이트와 특정 인터렉션을 구현할 수 있어서 재밌었다.
DB 설계를 하는 것도 클로드와 GPT의 교차 검증으로 이렇게 저렇게 커서에게 지시해 봤다.
리액트로 웹사이트를 만들어보았고, 바이브코딩을 하려면 어떻게 프롬프트를 쓰면 좋을지 경험했다. 덕분에 PRD를 쓰거나 개발자와 대화를 할 때 이전보다 더 구체적이고 원하는 상황이나 맥락을 상세히 전달하고, 확인할 때도 더 자세히 확인하게 되었다.
바이브코딩을 해본 덕분에 현업에서는 피그마 - make를 통해 PRD와 디자인을 생략하고 빠른 백오피스 프로토타입도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인터렉션이 들어가고 더미데이터를 통해 작동 방법을 소통하니 직관적으로 물어보고 확인해야 할 케이스를 바로 찾아낼 수 있어서 효율적이었다.
DND 운영진으로 여전히 활동 중이다. 21년 5월부터 운영진으로 활동했다. 이번 겨울을 시작으로 14기가 시작되면, 5-14기 동안 많은 디자이너와 개발자를 만나서 8주간의 서비스를 만드는데 도움을 주게 되는, 나름 경력이 긴 대외활동이다. 매번 기수마다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고 배포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참 뜻깊고 즐거운 일이라 길게 이어갈 수 있었다.
종종 DND 운영진으로 다양한 추가 대외 활동 제안이 온다. 작년에는 서퍼톤의 멘토로 참가했고, 올해는 국무조정실에서 진행하는 청년총회에 초대되어 청년의 목소리를 같이 이야기하는 실무자가 되었다.
AI시대에 불안해하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실무(IT)의 이야기를 적절히 섞어 정책 제안까지 이끌어내는 행사였다. 전문가 강연까지 듣고, 각 부처에서 지금 어떤 정책을 지원하고 있는지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실제 청년들을 초청해 각 주제마다 토론하며 제안 정책을 발표하는 행사를 참가하면서 기존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어서 생소했지만 즐거웠다. 현업에서도 AI 시대에 대해서 불안하고, 어떻게 하면 더 잘 쓸까를 고민하지만 그게 취준생, 대학생들에게 어떻게 느껴질지는 언론이나 SNS에서 단편적인 목소리만 들었다. 현장에서 생생하게 들으면서 내가 생각했던 AI 도구에 대한 장벽이 다른 사람에게 더 높을 수 있다는 걸 깨닫기도 했다.
덤으로, 내가 참가한 청년총회는 대전에서 진행되었기에 겸사 성심당도 가서 시루를 먹었다�
원티드에서 주최한 콘퍼런스에 참여해서 다양한 회사에서의 고민과 실험방법, 문제 정의에 대해서 들었다. 해당일에는 제품 배포일이라서 콘퍼런스 기록을 하면서 실시간으로 제품 테스트와 모니터링도 하느라 정신없었지만, 콘퍼런스 내용도 열심히 정리해 팀원들에게 공유했다.
스타트업의 묘미는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 해야 하는 게 아닐까? 고객 영업부터 운영 대응(CS 포함), 기능 가이드까지 직접 담당하기도 했다.
처음에 '안된다'라는 말을 듣는 기존 스펙이나 정책이 있다면 그게 왜 안되는지, 되게끔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도전하기 위해 관계자와 오랜 시간 회의하고, 배우기 위해 레퍼런스를 찾아갔다.
외부 협력사와 이야기할 때 협력사에서는 해당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딱 잘라 말하며 제품 개발이 안 된다는 결과만 제공해 준 적도 있었다. 협력사도 사용하는 서비스 정책상 있는 걸로 확인되니 한번 더 확인해 달라는 연락을 꾸준히 하며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원래는 되는데 일부 누락이 되거나 버그가 있던걸 파악해서 원래 만들고자 하는 제품으로 만들게 되었다.
제품 업데이트가 되면 제품 사용자에게 업데이트 안내를 문자, 뉴스레터로 돌리기도 하고 실제 사용자를 모니터링하며 유저의 설계대로 잘 작동되는 프로세스인지 확인했다. 만약 유저가 설정을 잘못했다면 채널톡 혹은 내가 만든 오픈 프로필을 통해서 의도를 확인하고 설정 수정을 안내하기도 했다.
'내 일이 아니야.'보다는 일단 했다. 내가 놓친 지점이나, 불편하다는 의견을 들을 때도 변명보단 왜 불편했는지 그 의도와 근본 문제를 확인하고 개선하겠다는 이야기를 전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변명처럼 상황에 따라서는 긍정적인 대답보다는 현실적으로 지체되는 일정이나 희망적인 답변을 줄 수 없는 경우가 있었다.
아쉽고, 슬퍼지기도 했지만 최대한 할 수 있는 데까지 노력했다.
꾸준히 운동을 한 이유도 좀 더 좋아하는 일을 오래, 잘하고 싶어서였다. 체력 관리하면서 몸과 마음을 챙기고 싶어서 회사 건물에 위치했던 헬스장을 끊고 출근 전, 30분에서 1시간은 아침 운동을 하기도 했다.
하필이면 올해! 콜드플레이가 내한하는 게 아닌가! 작년에 예매해 둔 티켓으로 올해 열심히 다녀왔다. 첫콘, 중간, 그리고 마지막 콘서트까지 알차게 다녀오며 사랑으로 가득 채운 상반기를 보냈다. 키가 작은 편이라서 스탠딩은 지금까지 욕심내지 않았는데 이번에 용기를 내어 다녀왔고 좌석과 는 다른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에도 좋아하는 가수가 온다면 스탠딩으로 가보고 싶다.
친구들이 야구를 보기 시작하면서, 따라다녔다. 특별히 응원하는 팀이 없어서 친구들이 자기 팀을 응원하라고 데려가줬다. 야구에 무지했던 나는... 지금 시작 중이냐는 질문과 함께, 왜 점수가 안나냐고 속 터지면서 잔인한 질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농구를 보던 내게 야구는 너무 다른 스포츠였다.
올해는 해외여행보다 국내 여행을 다녔다. 친구들과 울릉도-독도를 다녀왔는데, 하필이면 그때 울릉도 바가지... 사건이 터져서 회사에서도 그걸 직접 겪어보려고 가는 거냐는 장난을 듣기도 했다. 3대가 덕을 쌓아야 갈 수 있다는 독도도 다녀왔다. 우스갯소리로 여행 전에 화내지 말고 덕을 쌓자고 했던 친구들 끼릴 이야기했는데 실제로 독도 땅을 밟아보니 기분이 신기했다(관광객이 갈 수 있는 곳은 생각보다 좁았다)
하반기에는 친구가 바다를 보며 기분전환을 하자고, 나를 위한 여행을 먼저 설계해 줘서 머리를 비우기 위해 따라가기도 하고, 방탈출 대신 스릴러 참여형 연극에 가보기도 했다. (친구가 한교동 좋아하는 걸 알아서, 한교동 지팡이도 랜덤 뽑기로 뽑아줬다)
24개의 영화를 보면서 CGV SVIP를 유지하게 되었다.
올 해의 영화를 뽑으라면 미키 17이다. 선함과 사랑이 살아남는 게 좋다. 인간찬가를 이야기하는 작품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원래라면 보지 않았을 영화는 컨저링... 공포영화는 무서워서 못 보는데 친구가 같이 보자고 해서 봤다... ㅠㅠ...
상반기 초반, 도메인이 변경되면서 캠페인 기능을 담당하게 되었다.
가설검증을 위해 비즈니스 매니저와 라이브클래스 서비스를 가장 잘 사용해 주시는 분들을 인터뷰하고, 인터뷰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요구사항을 정리했다. 요구사항에 맞춰 기존에 라이브클래스에서 서비스해 주던 기능을 고도화했다. 회원이 직접 알림톡을 보내며 각자의 브랜딩에 맞춰 퍼널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하되, 가설검증을 위해서 최소 스펙으로 빠르게 진행됐다.
1단계, 2단계, 3단계를 나누어서 가설검증 후의 장기 플랜도 계획했다. 초반에는 모니터링할 지표는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정량평가보단 정성평가에 귀를 기울였다.
기능이 고도화되면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엣지케이스를 마주하기도 했다. 100건 넘는 테스트케이스를 직접 작성해서 테스트를 진행했지만 놓치는 버그가 있었다. 고객의 불편을 직접 마주한 날이면 심장이 철렁거렸다. 모니터링을 하고 지속적인 VoC를 들으며 내가 맡은 '캠페인' 기능 외에도 라이브클래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들도 함께 고도화했다. 궁극적으로 라이브클래스에서 회원이 설계할 수 있는 퍼널이 더 많아지도록 쿠폰, 설문폼 제출, 회원 관리(세그먼트) 기능들까지 개선했다.
가설검증을 진행하면서 무료로 제공하던 캠페인 기능을 유료화로 전환할 때는 비즈니스팀과 긴밀하게 움직였다. 무료에서 유료가 되는 순간 이탈하지는 않을까, 가격 정책에 대해서 부담을 느끼진 않을까?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공지 안내를 준비하고 고객 응대에 대한 예상(자주 물을 만한 질문과 정책)을 공유했다.
알림톡은 카카오 정책과 기능을 이용해야 하고, 특정 고객 필터링을 위해서 회원 데이터 조회와 메시지 전송 시스템에 대한 개발 환경 모니터링도 함께 진행하며 협력사와 메일을 주고받다 보니 급할 땐, 담당자의 연락처를 받아서 문자하고 전화하는 일도 많아졌다.
이해관계자가 많다 보니 서로 생각하는 '캠페인'의 정의도 달랐다. 내가 담당하기 전까지도 각자 생각했던 제품이 달랐기에 이해관계자 모두와 '캠페인'을 정의하고 우선순위를 나열하는 과정도 당연히 필요했다.
덕분에 제품을 바라보는 시야와 함께 라이브클래스 회원(사이트를 만든 회원)들의 생태계나 비즈니스팀에서 주요로 바라보는 유저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갔다.
높아진 이해도로 유저들이 만든 캠페인을 모니터링하여, 캠페인 기능이 어려워 설정오류로 메시지 예약을 걸어두면 내가 먼저 연락을 하거나 고객을 관리하는 비즈팀에게 연락해서 확인을 요청했다.
번거로운 작업이고, 굳이 불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최대한 오해 없이 단순하게 풀어내는데 더 집중하는 게 맞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기능에 따른 난이도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는 문제대로 풀고, 현재 유저가 불편함을 겪지 않게 노력했다.
대시보드를 만들고, 백오피스와 사내 메신저에서 바로 에러 상황을 알 수 있는 메신저 알림까지 만들었다. 이 과정도 순탄하지 않았지만 덕분에 피그마 make 기능도 써보고, 모니터링에 필요한 최소한의 스펙을 다시 정의할 수 있는 경험이 되기도 했다.
1월부터 3월까지, 회사에 적응하고 열심히 일했다. 중간에 맡은 도메인이 바뀌면서 힘들기도 했지만 잘 버텨냈고, 해냈다.
4월부터 6월까지, 콜드플레이 콘서트를 기다리며 보냈고, 콘서트를 다녀온 행복으로 가득 찼다. 담당했던 제품이 점점 고도화가 되어가며 내가 만든 제품을 유저들이 쓸 수 있도록 영업하면서 운영 안내, 제품 CS를 직접 하면서 유저들이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잘 알아갈 수 있었다.
6월부터 9월까지, 열심히 제품을 고도화했다. 앞서 상반기에는 한정된 회원만 쓸 수 있게 제공하며 가설검증을 진행했다면 이제는 전체 회원이 사용할 수 있도록 고도화를 진행했고 전체 배포를 준비했다.
10월과 11월까지, 담당했던 제품이 전체 배포되면서 긴장이 풀리자 체력과 마음이 많이 소모되었다. 뜻하지 않았던 사고도 있어서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되었다.
12월에는 개인적인 목표를 달성하기도 했다. 나를 더 잘 알아가게 되는 사건이 이어지는 달이었고, 아직도 그럴 에피소드가 남아있어서 참 쉽지 않은 25년 12월이다.
25년에 많은 일이 있었다. 이루고자 했던 목표를 이룰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며 벽을 느낀 적도 많다. 그간 많은 사람을 만나봤다고 자부했지만 세상은 참 넓다는 걸 깨고. 인생이라는 건 마음대로, 계획대로 가지 않는다는 걸 절실히 체감하는 25년이었다.
내년에는 좀 더 웃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
25년처럼 거창한 목표와 구체적인 목표를 정리하지 않기로 했다. 좋아하는 걸 여전히 좋아하고, 그걸로 행복을 잃지 않는 26년이 되도록 노력하는데만 집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