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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주 Sep 13. 2020

UX 디자이너의 재택근무 후기 2

사람의 마음은 변하는 것






한 달 재택을 하고 쓴 후기에 이어서, 이제 두 달이 넘도록 재택근무를 하며 바뀐 심경변화를 적어보자.



재택, 언제까지 하니?


    그러게 말입니다. 코로나 19가 종식까진 아니더라도 소강되어야 할텐데 그럴 기미가... 처음엔 재택근무 기간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오래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지만 요즘은 정말 언제까지 할지, 스스로도 궁금하다. 이대로 재택 근무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 반, 그래도 사람 만나서 같이 이야기하고 싶다는 마음 반이다.




재택 근무 두 달 이상의 심경 변화


1. 가끔 회사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더 자주한다.

    Home Office라는 말이 생기고 다양한 재택근무를 위한 제품과 사무용 가구이 인기다. 나도 물론 의자를 새로 샀고, 지금 장바구니에는 높이 조절이 가능한 책상이 담겨있다. 편하게 일하고 싶은 물리적 환경에 대한 욕심으로 열심히 돈을 모으고, 내 몸에 맞는 것들을 사모으지만 정서적 교류에 대한 부분은 채울 수 없다. 화상 채팅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도, 근무 시간 내내 화상 채팅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니 한계가 있다. 거리두리가 실행되고 친구와 약속도 '코로나 19가 잠잠해지면 만나자'로 기약없는 연장되어 가니 사람이 만나고 싶다. 취미로 열심히 하던 방탈출도 못하고 있다. 회사 출근길이 힘든 건 기억하지만 그래도 그 사이에서 여러 사람이 살고 있고, 다들 각자의 방법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걸 보고 싶다. 하지만, 또 재택을 포기하고 싶진 않아서 일주일에 1~2번만 나가도 되지않을까?하는 마음이 있다. 월, 수만 나가서 필요한 업무 분담, 회의를 하고 각자 진행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아무래도 온라인으로 느낄 수 있는 소속감과 소통은 인간의 감정적인 부분을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2. 집중력 조절과 업무 시간의 공백 마인드 컨트롤.

    열심히 일했다. 재택이니까 내가 일하는 걸 업무량으로 보여줘야한다는 생각으로 더, 더 열심히 일했는데 어느 순간 번아웃이 왔다. 사실 디자인이라는 게 혼자 빨리 작업을 끝낸다고 프로덕트가 완성되지 않는다. 개발, 데이터 분석과 함께 시간을 맞추어야 한다. 회사 사무실에 있다면 다른 사람이 바쁘거나, 어떤 이슈가 있어서 일이 미뤄지는 걸 보고 어느정도 속도를 맞출 수 있는데 재택은 그런게 없다. 서로 우선 순위와 업무 속도를 말해주기 전까지 내 속도와 다른 일의 속도가 엇나가는 걸 인지 할 수 없어 누구 한 명이가 더 기다리거나, 재촉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서로가 잘못한 게 아니라 일을 하다보면 다른 직무의 협업이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이 속도를 직접 채팅이나 업무 일지로 체크하는 건 사무실에서 오가며 인사하면서 가볍게 물었던 것과 다른 번거로움이다.

    여기서 기다림도 일인데, 그 일이 괜히 일하는 것 같지 않고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다른 일을 하거나 괜히 업무 창만 보고 있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있었다. 일을 끝내고 빈 시간에는 적당히 스트레칭하고, 압박감을 갖지 않고 기다릴 수 있는 마인드 컨트롤 능력이 매우 많이 필요했다.




3. 나만의 시간? 이게 내 시간인가? 회사 시간인가?

    마인드 컨트롤과 이어진다. 회사 일을 하다보면 내가 야근을 하게 되거나 동료가 야근을 할 때가 있다. 내가 야근을 할 때는 저녁을 먹는 것도 시간이 아까워 일을 끝내고 먹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쭉 이어했는데도 저녁이 되니 집중력도 흐트러지고, 괜히 스트레칭 한 번 더 하고 그런다. 그럼 결국 저녁 먹고 하는 시간과 비슷해지고... '내 시간'과 '업무 시간'이 정말 섞인 날에는 시간 계산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되기도 하고, 그러다가 밤 늦게 혹은 새벽에 문서나 파일 업데이트 알림을 놓치지 않게 메일로 받아볼 수 있도록 하고, 핸드폰에도 설치했는데 종종 공식적인 퇴근 시간 후, 주말에도 알림이 온다. '나는 내 일을 끝냈으니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괜히 내가 내 일을 끝낸 게 맞나? 다시 돌아보기도 하고 돌아오는 출근 날에 할 일을 다시 생각하기도 한다. 결국 내 시간이 곧 업무 시간이고, 업무 시간이 곧 내 시간이라고 유동적으로 적당히 타협해야한다. 일을 하지 않고 살 수 없으니까 말이다.




4. 출퇴근은 안 하는데, 체력이 필요해.

    출퇴근도 나름 운동이었나보다. 출퇴근했던 때보다 더 체력이 없어진 걸 체감하고 생존을 위해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필라테스도 하고(물론 거리두기로 지금 못 간 지 몇 주 되었다.) 기초 체력을 기르기 위해 스트레칭이랑 러닝도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내 몸이 얼마나 저질 체력을 가지고 있었는지 절실히 알게 되고... 업무용 책상, 기기에서 불어난 욕심이 홈트 용구, 운동 용구로 확장됐다. 몸에 투자하는 건 아끼지 말자는 생각으로 러닝화도 좋은 걸로 샀다. 혼자 하는 거니까 포기하지 않도록 할 때마다 기록한다. 처음부터 무리하지 않으려고 천천히, 러닝 앱에서 짜준 것만 하다보니 기록이 뛰어나진 않지만 그래도 꾸준히 하다보니 평균 페이스도 올랐고(초반에는 10'00"대 였다.) 이제 계단 오르락 내리락도 힘들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달리고, 몸을 접고, 굽히는 건 힘들다...




5. 창의성? 스몰토크에서 나오는 아이디어가 사라졌다.

    점심시간이 아니더라도 업무를 하면서 스몰토크를 하며 종종 아이디어를 얻는다. 항상 사용자를 생각하고 다양한 경험, 아이디어를 떠올려야할 때면 내가 아니라 타인의 시점이 도움이 많이 된다. 하지만 재택은... '글'로만 소통하고 기록이 남아서 사무실에서 떠들 때처럼 더 가볍고 빠른 대화 전환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종종 스몰토크에서 영감을 받은 빈도가 줄었다. 무척 슬프다. 대신 개인적으로 보고 싶은 책, 레퍼런스, 구글링의 글을 눈치안보고 마음껏 읽을 수 있다는 점은 좋다.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는다고 하지않는가. 게다가 열심히 읽고, 공유하고 나름 풀리지 않는 문제점을 스스로 적어가다 동료와 공유하면, 동료도 자기만의 시선으로 해결책을 함께 찾아준다. 아이디어가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니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6. 디자인 업무에선?

    이전과 크게 바뀐 건 없다. 실시간 협업이 유용한 피그마를 팀원과 함께 사용하고, 회의할 때는 내 얼굴보다 작업 화면을 공유한다. 1일 업무 정리는 피그마 링크와 그 날 한 페이지, 아이콘 디자인을 정리해서 파일 정리를 하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점을 정리해 다른 팀원이 함께 볼 수 있도록 만든다. 주어진 '일'을 하는 업무 면에서는 완벽히 적응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더불어 개발자가 직접 화면을 보여주면서 함께 작업하는 일도 적응하고, 역으로 개발을 배우기도 하니 어떤 면에서는 얻은 게 더 많기도 하다.




한마디로,

프리랜서라고 하기엔 애매하고 그렇다고 또 회사에 출근하는 것도 아닌 애매한 상황에 여전히 '내' 생활을 방황 중.


    디자이너는 프리랜서도 많다고 하고, 나도 나중에는 프리랜서가 되는 걸 꿈꿨다. 그리고 미리 체험 하고 있다. 다른 개인 오피스를 구하지 않고 집에서 있다보니 종종 "조금만 더 늦게 자도 바로 일어나서 일하면 되지."라는 생각이 드는 날도 있다. 그러면 자기관리가 무너지고, 이런 악습관이 쌓이다보면 생활이 바뀌게 되어 더 피곤해진다. 결국 회사에 출근할 때보다 자기 관리가 철저해야지만 살아남는 업무 방식이다. 관리하기에 있어 적응하고, 일상에 녹아들게 만드는 건 단 시간에 되지 않는다. 충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워라벨이 아닌 워라블이라는 말은 완벽하게 재택근무, 리모트 근무에 어울리는 업그레이드라고 생각한다. 업무면에서는 적응하기 쉬우나 사람의 개인적인 시간 관리, 심리관리에 있어서 일과 생활을 나누는 건 어렵고 어쩌면 무의미하다. 일을 하는게 즐거운 사람이 있기도하고, 결국에 사람은 살아있으면 일을 하게 되니까 개인만의 타협점과 정의를 내리는 게 지금 재택근무가 늘어나는 상황,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더욱 빨리, 유연하게 적응하기 위한 사고 방식 아닐까?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등장했고, 각자의 위치에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자영업자, 회사원, CEO, 다양한 직책에 있는 사람들이 저마다 무기력하고 우울하다. 코로나19에 대한 압박감은 무의식에 깔리고 작년에 다녀왔던 콘서트를 곱씹거나, 여행 사진을 보며 그리워하는 일이 많아졌다. 언제 종식될 지 모르는 현상에 우울을 덜어내고 새로운 흥미를 찾기 위해 이전보다 더 노력하고 있다.


    다들 하루, 하루를 지내는 것만으로도 값지다는 걸 잊지않고 잘 지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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