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겠어요? 예?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면서 고등학교 일 학년 공통 사회과목으로 통합사회 과목이 신설됐다. 과목 특성상 학생 중심의 활동 수업이 용이하게끔 교육과정과 교과서가 구성되어 있어 다양한 수업을 도전해보기에 좋은 과목이다. 학교로 나온 지 일년이 갓 넘은 신생 과목인지라 관련 수업 자료를 찾긴 어렵지만, 그만큼 교사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수업 구성이 가능한 과목이기도 하다. 통합사회 과목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주제’ 별로 단원이 구성되어 있다는 것인데, 그 주제 중 하나가 바로 ‘행복’이다.
일주일에 4시간으로, 차시가 넉넉히 배정되어 행복 단원의 진도가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 하여 추가적으로 어떤 활동을 할지 고민하다 계획해본 것이 바로 ‘행복 백일장’ 수업이었다. 학생들에게 행복 단원을 학습하며 배웠던 개념들을 충분히 활용해 행복에 관한 시 짓기를 제안한 것이다. 시짓기를 고민하며 행복 단원을 정리해 볼 수도 있어 좋을 것 같았다.
너희들 괜히 안 그런 척해도 모두 새벽 감성이란 게 있지 않냐며, 스스로의 감성을 부끄러워 말고 마음껏 시를 써보라고 이야기했다. 학생들이 시 짓기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끔 교실 불까지 끄고 클래식 음악도 틀어 놓아 한껏 분위기를 조성했다. 종이를 받아 들은 학생들은 처음엔 저 선생님이 뭘하나? 하는 표정으로 쭈뼛쭈뼛 민망해하더니만 이내 조금씩 가닥을 잡아가며 시 짓기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진지하게 자신의 행복론을 써 내려가는 학생들의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모든 학생들이 시 짓기에 집중한 건 물론 아니었다. 맨 뒷자리에 앉아있던 재호는 사십오 분 내내 앞자리에 앉은 친구를 건들고 떠들면서 장난을 쳤다. 드디어 무언갈 쓰는 것 같길래 가까이 가보니 종이에 적힌 건 친구를 놀리는 시였다. 보다 못해 이번 시간에 쓴 시를 모두 걷어갈 테니 행복에 대한 시를 제대로 써보라고 주의를 줬다. 그랬더니 오분도 안 되어 새로운 시를 완성했다. 이게 바로 그것이다.
행복 찾을려 하지 마세요.
찾는다는 것은 잃어버릴 때나 하는 거예요.
맨날 행복만 찾는다면 맨날 행복을 잃어버린 채 사는 거예요.
아시겠어요? 예?
얘... 뭐지?
마음만 먹으면 이렇게 쓸 수 있어서 45분을 내리 장난쳤던 건가? 시가 어찌나 단호하고 확신에 차있는지 네.. 알겠어요,라고 답해야 할 것만 같았다. 학생들은 자주 나를 놀라게 하고 가끔 나를 ‘아주’ 놀라게 한다. 오늘은 후자였다. 혹시나 나도 잃어버린 사람마냥 찾아 헤매진 않았는지 생각했다.
(2019년 4월 2일 교단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