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쫓겨날 것을 두려워하는 직원은 롱런하지 못한다

by 김홍진

협상 전술에 'BATNA'라는 것이 있다.

BATNA, Be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greement, 배트나란 쉽게 말해서 협상이 결렬되었을 때 그 대안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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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집을 구해 이리저리 부동산을 돌아다녔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에는 전세난으로 전세가 나오기가 무섭게 계약이 이루어지던 시기이다. 그때 필자는 전세 매물을 하나 보게 되었는데 그리 탐탁지 않았다. 시장이 이렇다 보니 집주인과 협상이 되지 않았다. 가격 협상도 쉽지 않고 이사 날짜 조정도 쉽지 않았다.

이때 나는 협상에서 아주 불리한 조건을 갖고 있었는데 그것은 대안이 없는 것이었다.




경기가 좋을 때는 취직은 그리 큰 고민거리가 되질 않는다. 만약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회사로 옮기면 된다. 대안이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개의 대안이 있기 때문에 직장을 구하는 사람에게 협상력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불경기에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한다면 어떨까?

이때 구조조정 대상자는 두려움에 떨게 되는 것이다.


" 회사에서 해고를 당하면 난 무엇을 하지? "

이에 대한 차선책이 없으면 자신의 입지는 좁아지고 점점 두려운 나날을 보내게 된다.


나이가 들어가면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진다.

왜 그럴까? 왜 나이가 든 부장급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까?

만약에 나이가 든 부장이 대리, 과장보다 더 업무력이 뛰어나고 열정과 체력이 있다면 단순히 나이가 많고 월급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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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유형 중에 수주 산업이 있다. 수요자의 주문에 의해서 생산하는 산업을 일컫는데 수요량이 적고 제품 가격이 높은 상품을 생산하는 산업이 이에 해당된다. 따라서 업체 선정과정에서 업체 간의 치열한 경쟁전이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효자산업이었던 조선업은 대표적인 수주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분야 경기가 좋을 때는 수주를 통한 기업의 매출 증대를 쉽게 가져올 수 있지만 불경기에는 기업의 매출에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

필자도 SI(System Integration)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정보시스템 구축을 위한 입찰에서 수주를 하여야 기업의 매출이 확보되는 그런 구조이다. 이렇다 보니 프로젝트에 대한 수주는 필수 불가결이다.

프로젝트를 수주해야 투입되어 직장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프로젝트 수주에 실패하면 기업의 유휴 인력으로 남게 되는 그런 구조이다.

내가 이 프로젝트에 투입되지 않아도 다른 프로젝트가 있고 이 회사 퇴사한다고 해도 곧 갈 곳이 있다는 자신감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항상 불안에 잡혀 있게 된다.

우리는 항상 준비를 해야만 회사의 구조조정에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예전 늦은 나이에 박사 학위를 취득한 노교수님이 계셨다. 나는 조심스럽게 술자리에서 교수님께 여쭈어 봤다.


“교수님께서는 회사의 중역 이시면서 왜 굳이 박사학위를 받으셨어요? 박사 학위를 취득하니 뭐가 좋아지던가요?”


이에 교수님은 웃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난다.


" 박사를 취득한다고 해서 직장인에게 그리 큰 효과가 있는 건 아니지.

그런데 말이야, 박사를 취득하니 내가 나중에 다른 것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이러다 보니 구조조정 시기가 다가와도 그리 두렵지가 않더라고."


그 교수님은 공공기관의 임원을 끝까지 마치고 지금은 지방 대학원 교수님으로 자리 잡고 계신다. 그 교수님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임원 자리에 안주하고 그 달콤함에서 헤어나지 못했다면 지금 그러한 삶을 살지 못했을 것이다. 항상 준비하는 자가 나중에 그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회사는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사람, 역량을 갖춘 사람을 구조조정 대상자를 선정하지 않는다.

회사에서 그리 쓸모가 없고 역량이 떨어지며 구조조정에 나약하게 떨고 있는 사람이 인사팀의 표적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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