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소식] 첫 책 앞에서 다시, 아버지와 어머니를 생각합니다.
많이 애쓴 첫 책이 드디어 나왔습니다. 제가 많이 부족해 글 앞에서 망설인 시간이 너무 길었습니다. 여름에 나올 거라던, 추석이 지나면 나올 거라던 책은 꽤나 쌀쌀해진 바람과 함께 왔습니다. 온전한 저의 이야기가 아닌 부모님의 이야기를 쓴 책이라 단어 하나, 표현 하나에도 많은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부디 저의 글이 우리 모두의 부모를 기억하는데 작은 요동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랫동안 하얀 빈 문서 위 커서 앞에서 자주 마음을 깜빡여봤습니다. 깜빡. 왜 나는 아빠의 직업이 부끄러울까? 깜빡. 왜 우리 엄만 평생 가족들 뒷바라지만 해야 했을까? 까만 글자들이 늘어나는 만큼 빈 문서는 꽉 찬 한 편의 글로 채워졌습니다. 그렇게 부모의 생이 기억되고 쓰여졌습니다. 한 권의 책이 만들어졌습니다.
책을 만들기까지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어요.
저의 글쓰기 스승 은유 작가,
저보다 더 많은 고민을 함께 해 주신 수오서재 황은희 편집자,
의미 있는 추천사를 써 주신 신용목 시인, 김원영 변호사, 이주영 오마이뉴스 기자,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덕분에 제 책이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제 글을 읽어주시고, 공감해 주시고, 응원해 주셨던 모든 독자분들. 제가 계속 쓸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독자’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의 아버지 임동명, 어머니 조순덕.
‘두 생애가 나를 위해 흘러갔습니다.’(이 문장은 편집자가 책 제목으로 깊게 생각했던 문장입니다. 결국 제목은 다른 문장이 되었지만, 제가 애정 하는 표현이에요.) 미약한 자식을 위해 두 사람이 매일매일 삶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엄마, 아빠!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이제야 겨우 저는 자식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어쩌면 우리는 모두 살아가며 ‘겨우’ 자식이 되어가는 건 아닐까요?
출판사 책소개
"나는 막노동하는 아버지를 둔 아나운서 딸입니다"라는 제목의 글로 큰 울림을 준 임희정 아나운서. 그녀는 오랜 시간 부모에 대해 침묵해왔다. 가정통신문 학부모 의견란에 아무것도 쓸 수 없는 부모를, 대학 등록금을 마련해줄 수 없는 부모를, 드라이브를 하거나 여행을 하는 일상의 여유를 함께 누릴 수 없는 부모를 부러 말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무엇을 하시냐는 질문에 "건설 쪽 일을 하시는데요" 하고 운을 떼자마자 아버지는 건설사 대표나 중책을 맡은 사람이 됐고, 어느 대학을 나오셨냐 물어오면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아도 부모님은 대졸자가 됐다. 부모를 물어오는 질문 앞에서 그는 거짓과 참 그 어느 것도 아닌 대답을 했다.
그는 그 시간들을 부끄러워하고 참회한다. 자신의 부모가 부족하지 않았음을,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싶었고, 그들의 선명한 증거가 되고 싶었다. 이제 글로써 그 마음을 닦는다. 죄스러움도 슬픔도 원망도. 그는 말한다. "창피한 건 아빠의 직업이 아니라 바로 나였다"고. 이 책은 한 자식의 고백에서 출발하지만, 결국에는 세상 모든 아들과 딸의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아버지의 마음, 어머니의 마음, 자식의 마음, 결국 모두의 이야기다.
임희정 아나운서가 탈고한 후 가장 첫 번째로 한 일은 자신이 쓴 책의 전문을 읽고 녹음한 것이다. 글을 읽지 못하는 부모에게 보내는 세상에서 가장 길고 따뜻한 음성 편지가 될 것이다.
책 속 문장들
P. 132 충분히 사랑받으면 결핍이 없어진다 했던가. 나는 나의 결여가 부모의 사랑으로 채워졌음을 이제야 알겠다. 그래서 내가 완성됐음을 너무나 잘 알겠다. 나는 많이 사랑받았다. 아버지는 자기 목숨을 걸고 나를 위해 노동했고, 어머니는 자기를 희생해 나를 위해 밥을 지었다. 그 노동과 밥은 가난과 무지를 넘기 위한 부모의 피나는 노력이었다. 그런데 지나온 나는 ‘지금의 나를 만든 건 부모가 아니라 나’라고 이기적으로 생각하며 자랐다. 혼자 크고 혼자 이뤘다 느꼈다. 부모는 걸림돌이 아니다. 걸림돌은 내가 주워 오는 것이다. 돌멩이는 훠이 훠이 던져버려야지 주머니에 담아두는 것이 아니다. 무겁고 힘들고, 무엇보다 나를 축 처지게 한다.
- 〈충분히 사랑받으면 결핍이 없어진다 했던가〉 중에서
P. 246 어찌 됐건 내가 나의 부모의 이야기를 더 열심히 써야 할 이유가 분명해졌다. 글이 가진 힘을, 연대를, 희망을 보았다. 가장 큰 공감과 위로는 그저 뻔한 대답이 아닌 자전적 담론임을, ‘나는 그랬다’고 꺼낸 한마디가 ‘나도 그랬는데’로 돌아오는 선순환임을 잘 안다. 너무 깊어 꺼내기 힘들었지만 팔을 뻗어 어딘가에 내놓았을 때, 박수 쳐주고 독려해주는 독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오늘도 열심히 부모님의 이야기를 쓴다.
- 〈임희정 아나운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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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앞에서 다시, 아버지와 어머니를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그 마음을, 시간을, 사랑을 기억해야지요.
앞으로도 계속 쓰며, 살아가겠습니다.
글을 쓰면 삶의 면역력이 생긴다 믿으니까요!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