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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먼지 Jan 18. 2021

[여행기] 친근하고 달콤한 카페
- 구구나 커피

[취재/글/사진] [청주 이야기]


친근하고 달콤한 카페 - 구구나 커피




겨울이 깊어지자 청주에도 매서운 바람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조금이나마 추위를 피해 보려 털모자까지 뒤집어썼지만, 살을 에는 추위에는 두꺼운 패딩도 무용지물이다. 바람을 막아보려 한껏 몸을 움츠린 나는 급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순간 눈에 띈 구구나 커피는 더없이 반가운 모습으로 나에게 손짓하였다.



몸을 덜덜 떨며 따뜻한 커피를 주문하자, 주인장은 빠른 손놀림으로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주방 너머로 ‘치이익’하고 우유를 데우는 소리가 들려오자 마음이 한결 차분해졌다. 한결 여유로워진 나는 고개를 들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젊은 주인장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작은 주방은 마치 가정집 같아 보인다. 그중에서도 시선을 사로잡은 건 커다란 가정용 냉장고였다. 자석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냉장고 문과 커피머신 위에 일렬로 놓인 바나나 무늬 머그잔이 유독 아기자기하다. 좁은 주방을 앞뒤로 오가며 커피를 만드는 그녀를 보고 있으니 아는 언니 집에 놀러 온 듯한 느낌이 든다. ‘도와줄까?’라고 말을 건네면 ‘다됐어. 거기 앉아있어.’라는 대답이 돌아올 것만 같다.



멍하니 커피 내리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힐끗 돌아본 곳에는 각종 문구류를 판매하는 작은 테이블이 놓여있다. 엽서, 펜, 스티커 등 문구제품과 함께 귀여운 무늬가 인상적인 예쁜 잔도 판매한다. 알록달록 색연필과 파스텔 톤 표지가 눈에 띄는 작은 책은 카페 곳곳에 소품으로 진열되기도 했는데, 오밀조밀 늘어놓은 작은 물건들이 카페만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사방에 무심히 깔린 테이블과 의자는 크기와 모양이 모두 제각각이다. 군데군데 놓인 꽃무늬 테이블보를 바라보면 마치 집안을 색다르게 꾸민 파티룸 같이 정겨워 보인다. 신경을 쓴 듯 쓰지 않은 듯 무심한 인테리어가 도리어 친근하다.



주문한 ‘크림라떼’가 나오고, 내 신경은 온전히 커피에 매료됐다. 따뜻한 커피에 차가운 크림이 꽃잎처럼 내려앉아 내 안에 숨어있던 소녀 감성을 끄집어낸다. 뭔가에 홀린 듯 쉴 틈 없이 사진을 찍고서야 크림라떼를 마시기 시작했다. 커피와 달콤한 크림의 조화는 추위로 가라앉은 기분을 조금이나마 들뜨게 해주었다.


이거 좀 쬐고 계세요.



추위에 벌벌 떠는 내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주인장이 난로를 가져다주었다. 본인도 추울 텐데 선뜻 난로를 양보하는 모습을 보니 작은 감동이 밀려온다. 의자를 난로 옆으로 바투 끌어당기며 따뜻한 기운에 취해있으려니 이번에는 따뜻한 보리차 한 잔을 건네 왔다. 따끈한 컵을 손에 쥐고 있으니 몸도 마음도 노곤해진다.



TV 광고에서는 찬바람 불 때 핫초코를 마시라 외치지만 따뜻한 보리차 한 잔이면 이 겨울을 나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 길을 걷고 있노라면 언제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따뜻한 보리차 한 잔이 생각날 것만 같다. 






http://naver.me/GhtfoIf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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