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다큐멘터리 3일
방송: 2015년 9월 20일 (일) 밤 10시 55분 KBS 2TV
목포에서 100㎞ 떨어진
서해의 외딴 섬
이 섬의 다른 이름은 바보섬이다.
풍요롭지만 욕심껏 거두지 않고
작은 것도 똑같이 나누며 사는
행복한 바보들의 이야기이다.
■ 바보로 불리는 작은 섬 사람들
영산도에는 가게, 식당, 자동차가 없다. 관광객을 위한 시설이라고는 펜션 두 동에 마을 식당 한 곳이 전부이다. 입도할 수 있는 인원도 하루 40명으로 제한해놓았다. 바다도 마찬가지로 외부 낚시꾼들의 출입은 금지되어있다. 주민들조차 자체 금어기를 정해놓고 해산물을 보존한다. 풍요로운 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소득을 얻는데 연연하지 않는 그들을 주변에선 바보라 부른다.
우리 영산도 주민들 보고 바보들이 사는 섬이라고 그랬죠. 제가 봤을 때는 이 좋은 자원을 막 가꿔가지고 훼손하는 그분들이 더 바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저희들은 웬만하면 지켜가면서 살아가고 싶죠.
- 최성광(49) 영산도 마을이장 -
■ 함께 나누는 바다의 선물
갯바위에서 자란 미역은 영산도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한 해 농사이다. 70-80대가 대부분인 주민들은 갯바위 근처까지 배를 타고 이동한 뒤 배가 닿지 않는 곳은 떼배를 타고 들어가 미역을 채취한다. 갯바위에 달라붙은 채로 낫을 이용해 미역을 베고, 옛날 방식 그대로 자연 햇빛 아래에서 미역을 말린다. 미역을 채취할 시기가 오면 할머니들은 밤낮없이 미역을 자르고 말리는 작업에만 몰두한다.
씨도 안 뿌리고 그냥 자연에서 나잖아, 지가 알아서. 다음에 딸 때 되면 따서 맛있게 먹고, 팔기도 하고. 여기는 미역이 일 년 농사예요.
…… 최고지, 바다가.
바다 없이는 우리가 살 수가 없지, 여기 사람들은.
- 김성우(43) -
■ 똑같이 나누고 다 같이 잘 사는 마을
미역을 따오면 ‘만보’라는 작업을 한다. 거둬온 미역을 똑같은 양으로 나누고 추첨식으로 나눠가지는 분배작업이다. 이 마을 사람들은 체력과 능력에 상관없이 함께 일하고 똑같이 나눠가지는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나이를 먹어 일을 많이 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면 젊은 사람이 그만큼 일을 더 하면 되는 것이다. 영산도 사람들은 서로 욕심내지 않고 도와가며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누가 많이 했다고 많이 가져가는 그런 거 없이
똑같이 이렇게 해서 공동분배 하는 게
우리의 목적이지 다른 거 없어.
옛날부터 우리 할아버지들이 지켜오던 것을
우리도 그렇게 지켜가고 있는 것입니다.
- 구재철(70) -
■ 영산도의 미래, 연진이와 효경이 그리고 바다
영산도가 명품마을이 된 데는 고향으로 돌아온 40-50대 젊은 층들의 역할이 컸다. 이들은 2000년대 초 연이은 태풍재해로 사람들이 떠나 무인도가 될 뻔한 고향에 돌아와 국립공원 명품마을 공모에 도전하고 그 지원을 바탕으로 섬을 다듬고 보존해왔다. 이들은 주민들이 돌아오는 행복한 마을을 만들어 가는 것이 꿈이다. 그래서 폐교가 될 뻔한 학교를 지켜주고 있는 3명의 아이들은 이 섬의 보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