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것은 아직 오지 않았다.
오늘 우리는 우리 학교의 든든한 버팀목이셨던 두 분 원로 선생님을 보내드리는 이별의 자리에 모였습니다.
두 분의 명예퇴임을 축하하기에 앞서,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로 말문을 열어볼까 합니다.
저희 어머니는 초등 교사로 평생을 근무하시고 명예퇴직을 하셨습니다. 어머니가 퇴직하시던 날, 차가운 겨울바람이 휘몰아치던 운동장을 함께 걸어 나오던 기억이 선합니다.
그때 어머니의 손에 들려 있던 빛바랜 종이가방 속에는 아이들이 쓰다 버린 몽당 연필과 잉크조차 남지 않은 모나미 볼펜 몇 자루가 굴러다니고 있었습니다.
참 어리석게도 우리는 돈을 버는 일보다 아이들과 어울려 지내는 걸 더 잘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습관처럼 출근하고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어느새 머리칼은 희어지고 얼굴엔 주름 가득한 늙은 교사가 되어버린 것뿐입니다.
서 00 선생님, 그리고 이 00 선생님. 요동치는 교육 환경 속에서도 국어 교사로서 교단을 굳건히 지켜주셨습니다. 이제 영원히 학교를 떠나신다니 서운함과 허전함이 밀물처럼 밀려옵니다.
서 00 선생님, 선생님께 ‘원로’라는 단어는 참 어색합니다. 늘 청춘이셨으니까요. 긴 머리 휘날리며 댄스부 아이들을 이끌고 학교의 이름을 빛내셨고, 웬만한 방송국 PD 못지않은 실력으로 마지막 학예제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하시던 열정적인 모습에 우리 동료들은 늘 감탄했습니다.
수업 시간, 쨍쨍한 목소리로 아이들을 호령하며 기본을 단단히 가르쳐주셨던 선생님의 그림자는 이곳에 오래도록 남아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것입니다.
이 00 선생님, 노환 중인 노모를 지극정성으로 봉양하며 묵묵히 교단을 지켜오셨습니다. 저 역시 최근 노모를 떠나보낸 사람으로서 선생님께 깊은 존경과 위로를 전합니다. 본인의 건강조차 돌보기 힘든 상황에서도 교사의 자리를 지키며 효심을 다하신 모습은 우리 모두의 마음을 숙연하게 했습니다.
때로는 세대 차이로 인한 마음고생도 하셨음을 잘 압니다. 이제는 학교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시고, 오직 선생님의 건강과 평안만을 돌보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2026년 1월 7일, 교장이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