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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한달살이 경비는 얼마나 들까?

by 야간비행

2022년 말 65세로 정년퇴직 했다. 퇴직 후 10년간 75세까지 해외여행을 하면서 글을 쓰는 여행작가로 살아가기로 했다. 고상한 표현으로는 향후 10년간 디지털 노매드의 삶이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10년간 방랑 또는 유랑생활이다. 10년간 100개 국가를 여행하고 그중 50개 국가에서 한달살이를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100개국 여행은 한나라에서 며칠만 머물러도 되니 가능할 것 같은데 50개 나라에서 한 달씩 살아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경비는 얼마나 들까? 아는 사람 없는 곳에서 뭐 하며 지내지? 뭐 먹고살지? 세 가지가 궁금했다. 해외살이 시작 전 제주도에서 한 달 살아보면서 세 가지 궁금한 것을 확인했다.


앱으로 서귀포에 있는 숙소를 예약했다. 숙소에서 지내면서 빵, 과일, 계란, 우유등으로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고 시립 도서관으로 갔다. 도서관에서 독서나 글쓰기를 하고 점심은 도서관 식당에서 해결했다. 오후 두세 시 되면 귀가하여 옷을 갈아입고 서너 시간 올레길을 걸었다. 10킬로 정도 걸은 후 식당에서 저녁식사하고 마트에서 장본 후 귀가하여 유튜브 보면서 혼술 하다가 잤다. 한 달이 금방 지나갔다. 혼자 지낸다고 해서 적적하지도 않았다. 재미가 없으면 여러 명과 함께 있어도 심심하지만 즐거우면 혼자 있어도 적적하거나 무료하지 않는 법이다. 경비도 별로 들지 않았다. 식비가 대부분으로 하루 한두 번의 식당식사 그리고 마트에서 먹거리 사는 비용으로 하루 3만 원 정도 들었다. 숙소비, 항공비 그리고 식비 모두해서 200만 원 정도 소요되었다. 2023.4월의 일이므로 지금은 물가상승으로 30% 이상 더 들 것이다.

KakaoTalk_20250514_023800532.jpg 서귀포에서의 첫 한달살이: 매일 올레길을 걸었다.

해외에서도 이런 식으로 살면 되겠구나는 생각으로 해외살이를 시작했다. 한달살이 할 국가는 한국이 더울 때는 시원한 곳, 추울 때는 따뜻한 곳으로 정했다. 항공권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한번 출국할 때마다 주변에 있는 두세나라에서 한 달씩 살았다. 한달살이 할 도시는 아프거나 비상이 발생하면 급히 귀국할 수 있도록 직항 항공편이 있는 도시를 선정했다. 지금까지 제주를 포함 12개국에서 한달살이를 하고 있다. 50개국 목표이니 아직 많이 남았지만 앞으로도 지금까지 살았던 방식의 삶이 지속될 것 같다. 어디를 가던 아침 식사 후 노트북 들고 카페 가서 놀고 오후에 걷고 식당에서 저녁 먹고 마트에서 장본다음 숙소에서 유튜브 보면서 혼술하고 자는 생활이 지속될 것이다.


살아본 도시로는 프라하, 부다페스트, 이스탄불, 치앙마이, 냐짱, 쿠알라룸푸르, 비엔티안, 프놈펜, 발리, 삿포로, 타이베이이다. 한달살이 중간중간 스페인 일주 자동차여행, 중국 실크로드 여행, 스탄국가 트래킹, 유럽 캠핑카 여행 그리고 몇 번의 패키지여행을 하면서 100개 국가 여행은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년 300일 이상 해외를 떠돌고 있다.

20240923_182412.jpg 2024.8~9월 50일간의 유럽 캠핑카 여행

여행 경비는 44년간의 직장생활 동안 저축한 돈과 연금을 사용한다. 나이 들면 돈이 있어도 쓸 수 없다. 써야 내 돈이다. 해외여행에 집중하는 10년간 저축액의 절반을 쓰기로 했다. 여행 경비뿐만 아니라 서울 집과 차량 유지하는데도 비용이 발생한다. 여행자금을 확보하고 집 유지비를 줄이기 위해 서울시내에서 외곽으로 이사했다. 나의 제주 한달살이 경험과 여러 해외살이 경험담을 참조하여 50개 국가 평균 300만 원으로 총 1.5억을 책정했다. 평균 300만 원이면 50개 국가 모두에서 제주에서 한달살이 했던 정도의 소박한 생활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해외살이에 드는 예산은 숙소비, 현지생활비, 항공권 크게 세 가지이다. 항공권은 한나라 또는 여러 나라를 함께 가는지 에 따라 다르고 한국과의 거리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므로 일률적으로 추계하기 곤란하다. 숙박비와 현지생활비를 먼저 계산하고 총액은 항공권 비용을 추가해야 한다.


지금까지 평균 300만 원에 맞추어 12번의 해외살이가 가능했다. 항공권을 제외하고 숙소비와 현지생활비만을 따졌을 때 최저는 베트남의 냐짱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숙소비 80 생활비 100으로 180 정도였고 최고는 작년 프라하에서 숙소비 180 생활비 150으로 330만 원이었다. 여기에 항공권을 더하면 총액이 된다. 아쉽게도 작년부터 전반적인 물가가 급하게 오르고 있어서 앞으로는 비용이 더 증가할 듯하다.

20241217_144619.jpg 라오스 비엔티안의 숙소건물 : 라오스 최신 건물이며 레지던스 호텔.

숙소비와 현지생활비는 해당국가의 국민소득에 비례하며 관광객이 많은 도시는 더 비싸진다. 2024년 기준 한국의 국민소득은 3.6만 불로 29위이다. 소득 만불 이하 국가가 100개국이 넘으며 5천 불 이하도 70개국이다. 우리나라에서 가까운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캄보디아, 몽고, 우즈베키스탄 등이 5000불 이하이며 키르기스스탄, 라오스, 네팔, 미얀마는 2000불 이하이다.


소득 5000불 이하 국가로 가면 200만 원으로 고급스러운 생활이 가능하다. 아껴서 살면 100만 원으로도 한달살이가 가능하다. 그러나 소득 만불 이상이면서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도시는 200만 원으로도 소박하게 살아야 한다. 국민소득 1.3만 불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는 250만 원 들었으며 소득 1.6만 불인 터키 이스탄불에서는 300만 원으로도 빡빡하게 살아야 했다. 지금 살고 있는 소득 2.4만 불의 헝가리 부다페스트는 300만 원쯤 들 것 같다. 소득이 우리보다 높은 나라에 가면 300으로도 매우 소박하게 살아야 한다. 작년 체코 프라하에서 욕실을 함께 쓰는 방에 살면서도 330 들었으며 다음 달 살게 될 비엔나는 욕실과 주방을 주인과 함께 쓰는 방하나짜리 숙소임에도 생활비와 합쳐 350 정도 예상한다.

KakaoTalk_20250514_040142879.jpg 2025.4월 이스탄불의 숙소: 지진으로 벽타일이 쏟아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침식사.

한달살이 중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것이 숙소비이다. 대도시나 관광지는 비싸고 중소도시는 저렴하다. 대도시 이면서 도시중심에서 멀지 않은 곳을 기준으로, 국민소득 만불 이하인 국가는 100만 원 이면 방 한 개에 거실까지 있는 고급숙소를 얻을 수 있다. 소득 2만 불 정도의 국가는 원룸 독채가 150~200만 원 내외이다. 소득 3만 불 이상 국가는 욕실을 여러 명이 함께 사용하는 방하나가 150~200만 원 수준이며 독채는 300만 원이 넘어간다. 최근 세계적으로 인플레가 심해져서 2년 전에 비해서도 숙소비도 30% 이상 상승했다. 시간이 갈수록 여행객이 늘어나는 세상이므로 숙소비가 더 상승할 듯하다.


나는 한 달 숙소비용으로 100~200만 원을 책정했다. 가난한 국가에서는 100만 원으로 좋은 숙소가 가능하나 부유한 국가에서는 200만 원으로도 화장실 함께 쓰는 숙소를 감수해야 한다. 숙소는 모두 에어비엔비를 통해서 구했다. 숙소는 위치와 안락함이 중요하다. 출발 서너 달 전에 예약하는데 주변에 식당, 마트, 노트북 가능한 카페, 운동시설이나 걷기 좋은 공원이 있는 곳을 찾는다. 에어비엔비에서 개략적인 숙소위치가 나오므로 이를 확인하고 과거 숙박객들의 리뷰와 구글 지도를 참조하면 거의 정확한 지점을 알 수 있다. 숙소 위치가 확인되면 구글지도와 스트리트 뷰를 참조하여 주변 시설에 대한 확인이 가능하다. 숙소가 한달살이에 가장 중요한 만큼 여러 숙소를 비교하며 공들여 숙소를 찾아야 한다.

KakaoTalk_20250514_024351491.jpg 치앙마이 숙소 앞에 있는 멋진 카페: 구글지도만 잘 뒤져도 주변 환경을 미리 알 수 있다

현지 생활비는 식비, 교통비, 관광지 입장료, 마사지 등 현지에서 살아가는 비용이다. 그중 식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식비는 뭐를 먹느냐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난다. 식비가 비싼 유럽의 경우 마트에서 장 봐서 먹으면 만원 정도로 훌륭한 한두 끼가 가능하지만 허름한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나 피자에 콜라 한잔만 마셔도 2~3만 원이다. 좋아 보이는 레스토랑 가면 4~5만 원 나오고 칼질하고 와인까지 마시면 10만 원 이상이다.


내 경우 아침, 점심은 한국에서 가져온 누룽지와 전날 마트에서 사 온 걸로 해결한다. 세계 어디를 가나 빵, 과일, 우유, 요플레, 계란을 판다. 아침 점심 두 끼를 누룽지와 마트 음식으로 해결하면 동남아는 5천 원 유럽은 만원으로 두 끼가 해결된다. 한 끼는 식당에서 하는데 동남아에서는 만원 정도이고 일본, 대만, 동유럽은 2~3만 원 정도이다. 저녁에 와인, 맥주, 치즈, 햄 등으로 혼술 하는 비용이 만원 정도 추가된다. 그러다 보면 하루 식비로 동남아는 2만 원 내외 기타 국가는 3~4만 원이 소요된다. 동남아의 경우 이삼천 원짜리 현지인들 식사도 가능하지만 위생이 의심스러워서 깨끗한 식당에서 만원 정도의 깔끔한 식사를 했다,

20240716_073328.jpg 프라하 숙소에서의 아침식사: 어느 곳에 가던지 빵, 과일, 우유, 요플레, 계란. 그리고 누룽지.

해외살이 나갈 때 누룽지와 라면을 챙겨 간다. 한국음식이 없다면 현지식을 해야겠지만 한국에서 들고 갈 수 있으면 가져가는 게 좋다. 외국살이에 필요한 누룽지를 쌀알 정도로 절개 부셔서 비닐팩에 담아 나라마다 1킬로 정도를 챙겨 온다. 빵, 치즈, 햄, 요플래등 맛있는 서양 음식도 좋지만 뜨끈한 누룽지 한 그릇은 속을 편안하게 하고 몸을 따뜻하게 해 준다. 빵, 과일을 먹으면서도 누룽지를 끓여 수프처럼 함께 먹는다. 동남아시아 숙소에는 전기밥통 있는 곳이 많다. 쌀사서 밥해 먹기도 하고 남은 밥을 쌀죽으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어설픈 외식하는 것보다 더 맛있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어서 좋다. 세계 어느 곳에 가던 김치를 살 수 있어서 누룽지, 라면과 함께 한식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 좀 비싸더라도 한국산 김치를 사야 한다. 이스탄불에서 중국산 김치를 샀는데 속에서 비닐 등 오물이 나왔다. 중국인들의 청결도를 믿을 수 없다.


추가경비는 현지 교통비와 카페 비용 그리고 관광지 입장료, 마사지 비용 등이다. 거의 매일 노트북 들고 카페에 가므로 음료수 비용이 들고 간혹 입장료 내고 관광하는 경우도 있어서 숙식비 외에도 하루 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항공을 제외한 경비를 종합해 보면 동남아의 경우 숙소비 100, 생활비 100등 200만 원 정도이며 소득 2만 불 이상인 동유럽 국가는 숙소비 160, 생활비 160 등 320만 원 정도이다. 숙소비와 식비를 줄인다면 더 저렴한 비용으로 한달살이가 가능하다. 소도시 또는 도시 외곽에 숙소를 구하고 저녁식사를 집에서 조리해 먹는다면 항공권을 제외한 한달살이 비용이 더욱 저렴해진다. 동남아는 100만 원 동유럽은 200만 원 정도면 가능할듯하다. 여러 곳에서 한달살이 해보니 가난한 나라에서 한달살이 하는 것이 비용도 적게 들고 마음도 편하다. 유럽에서는 월 300만 원 정도로도 뒷골목 식당에서 싼 메뉴를 시키면서 살아야 하지만 동남아 국가에서는 200만 원으로도 좋은 식당에서 식사할 수 있다. 본인의 경제력이 뛰어나다면 상관없겠지만 가성비를 따지는 사람이라면 잘 사는 나라에 가서 어렵게 살 필요 없이 가난한 나라에서 대우받으며 고급스럽게 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한달살이 비용 중 항공요금은 한국으로부터의 거리에 따라 달라지고 시기에 따라 차이가 많다. 경유는 직항에 비해 몇 시간 더 걸리지만 20~30% 저렴하며 서너 시간 차이로 수십만 원 차이가 나기도 한다. 나는 가급적 항공권이 저렴한 시기를 골라 경유 항공기를 타고 다닌다. 바쁠 일도 없을뿐더러 중간에 내려 쉬었다 가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어서이다. 네이버 항공권 사이트를 애용하며 수십 번 클릭하여 저렴한 날자를 찾고 이에 맞춰 숙소를 예약하고 있다.


항공요금을 포함한 전체 경비는 금년 1,2,3월 라오스 비엔티엔, 캄보디아 프놈펜, 인도네시아 발리 3개국에 총 750만 원 들었다. 국가당 평균 250만 원이다. 4,5,6월 이스탄불, 부다페스트, 다음 달의 비엔나 3개국은 총 1150만 원 예상된다. 국가당 평균 383만 원이다. 비엔티엔과 프놈펜에서는 250만 원으로도 한 달간 레지던스 호텔에 머물면서 수시로 출장 마사지를 받고 매일 수영과 헬스, 사우나를 하고 고급스러운 식사를 하는 화려한 생활을 했으나 동유럽에서는 380만 원으로도 뒷골목 식당에서 메뉴판을 이리저리 넘기며 고민하고 있다. 동유럽이 이럴진대 서유럽이나 북유럽으로 가게 되면 더 할 것이다. 한 달 살기를 굳이 비싼 동네 가서 힘들게 살 필요는 없다. 서유럽 북유럽등 비싼 곳은 스쳐가는 여행만 하고 한달살이는 저렴한 곳에서 우아하게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20250124_130216.jpg 월 85만 원의 프놈펜 숙소 레지던스 호텔: 25층에 수영장, 헬스장, 사우나가 있어서 한 달간 호캉스를 즐김

노후 생활비로 부부가 한 달 300만 원 이상 사용하는 사람이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월 300만 원 이상 들어가는 해외살이를 대중들 앞에 언급하는 것이 죄송스럽다. 하지만 내 능력이 한 달 200만 원만 가능한 수준이었다면 가난한 나라에 가서 지금처럼 디지털 노매드 생활(유랑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며 한 달 100만 원만 가능했다면 국내에서 이산 저산 돌아다니며 글을 쓰고 있을 것이다.


해외 한달살이나 디지털 노매드 생활이 노후를 즐겁게 보내는 방식인지는 논외로 하고, 해외 한달살이를 마음에 두고 있는 분은 자신의 경제력에 맞춰 나라를 선정하고 도전해 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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