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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다 Mar 16. 2023

두딸을 키우며 느끼는 엄마의 삶

  딸로 태어나서 직장인과 아내의 역할을 거쳐서 엄마의 삶을 만났다. 지금 삶 속에서 감당하고 있는 여러 가지 역할 중에서 어떤 것이 가장 힘이 드는지 생각해 봤다. 딸로 사는 삶도, 직장인으로 사는 삶도, 사회인으로서 사는 삶도 아닌 엄마로서 사는 삶이었다.

엄마의 손길을 거쳐서 또 다른 엄마가 되어 살아가는 삶.

내가 어릴 때 받았던 엄마의 사랑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어릴 때 받은 엄마의 사랑이 나의 어린 시절과 지금의 나를 채워주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엄마가 된 뒤로 다양한 육아서를 많이 읽었다. 어릴 때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읽은 책들도 내가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읽은 책보다 적었다. 처음엔 몰라서 읽었고 나중엔 생각하기 위해서 읽었다. 지금 나와 아이와의 관계에서 무엇이 문제인가?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딸로 사는 삶은 부모님에게 받기만 하는 삶을 살면 되었고 직장인으로 사는 삶은 나의 일을 제 역할에 맞게 해내면 되는 삶이었다. 

하지만 엄마로서 사는 삶은 받는 것이 아닌 주는 것에 익숙해야 하는 삶이었다.     

 나는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가끔 보는 아이들이 귀엽기는 하지만 다만 그뿐이었다. 아이들이 어릴 땐 너무 힘들다고 생각할 때가 많았다. 업무도 힘든데 오롯하게 쉴 수 있었던 주말에는 아이들과 함께해야 해서 더 힘들었다. 

첫째 도도를 만났을 때 그래서 더 어려웠다. 지금 돌아보면 이런 순둥이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아이였는데도 난 힘들어했다. 둘째가 태어나고 나서 절실히 깨달았다. 첫째가 아주 많이 순둥이라는 것을.  

 하지만 엄마가 된 후 10년 정도가 지난 지금 돌이켜 보니 아이들에게 받은 것이 훨씬 많았다. 박물관이 있다는 걸 알기만 했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내가 주말마다 전국 박물관 여행을 했다. 엄마가 아니었다면 절대 읽지 않았을 책들도 아이들과 함께라면 읽게 되었다.

무엇보다 좋은 건 아이들에게 다양한 체험을 해준다는 핑계로 어렸을 때 해보지 못한 경험을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가는 시간이었다. 아이들과 하는 10년 동안 나는 여행과 사람들을 많이 좋아하게 되었고, 호기심도 많이 충족되었다.    

 지금 돌이켜 보니 아이들에게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었다. 엄마로서 부족한 나에게 아이들은 온전한 사랑을 십 년 가까이 주었다.

나도 어렸을 때 엄마에게 그런 사랑을 주는 아이였을까?

아이들과 함께 온전히 함께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감사하다. 아이들이 더 자라게 되면 함께 하는 시간이 더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더욱 소중하다. 마흔이 넘은 지금도 엄마의 도움을 받으며 지내는 나를 생각하면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내 나이가 될 때 난 어떤 엄마의 모습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사춘기가 오면 엄마를 찾는 시간이 없어진다는 선배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지금, 이 순간이 그리워질 것 같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그렇게도 혼자 있고 싶어 했는데 아이들의 사랑으로 성장한 나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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