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밤이 가고 아침이 오는 건 어떤 의미였을까?
친정엄마가 아이들을 돌 봐주시던 때까지는 밤톨과 도도는 공주처럼 지냈다
그 호시절은 친정아빠가 돌아가시고 내가 휴직을 해서 아이들을 전적으로 돌보면서 끝이 났다
친정엄마는 엄마가 맞벌이를 하느라 나에게 해주지 못한 것들을 아이들에게 해준다는 이유로 하나부터 열까지 아이들의 모든 요구사항을 들어주던 분이셨다
난 그것이 마음에 당연히 안 들었고... 시부모님에게는 요구하지 못했을 요구사항들을 친정엄마에게는 더 편하게 요구했다
친정엄마가 집안일을 해주셨을 때는 아이들만 편했던 것이 아니라 나 또한 몸도 마음도 편했다
직장에서 일하고 돌아와 집에 와서는 엄마가 챙겨주는 저녁과 간식을 먹으면 하루 일과가 마무리 됐으니까
지금 생각해 봐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직장을 다니며 아이를 키운다는 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일이다
친정엄마가 우스개 소리로 나에게 항상 하시던 말씀은 너는 아이들을 낳기만 했다는 말이었다
지금 생각해 봐도 그건 사실이니 할 말은 없다
휴직을 해서 아이들을 돌보기 전까지는 사실 난 두 딸을 낳기만 한 것이 맞았다
내가 휴직을 진지하게 고민하던 시기에 있었던 일을 말하자면
우리 밤톨은 태어나서 4살 무렵까지 나의 존재를 이웃집 이모로 생각했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종일 외할머니 얼굴만 볼뿐 엄마 얼굴을 볼 수가 없으니 아이에게 엄마의 존재는 이웃집 이모보다 못했던 것이다
그러던 아이가 5살 후반쯤 되었을 때 하루는 아이가 그랬었다
주말에 하루종일 놀다가 집에 들어오는 길이였다
“엄마 나는 일주일 중에 금요일이 가장 좋고 일요일 오후가 가장 슬퍼요”
난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아이는 나에게 말해줬다
토요일 하고 일요일은 엄마를 볼 수 있는데 주중엔 엄마를 볼 수 없어서 그런다고
그때 본청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 그다음 날 출근해서 팀장님께 말했다
다음인사 때 읍면으로 내려갔다 올라오겠다고
팀장님은 이왕 고생한 거 승진하고 내려가라는데 뭐 오늘 승진하나 나중에 승진하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 후 몇 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밤톨은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있나 보다.
나에게 이런 글을 써서 주는 걸 보면.
아이는 나에게 편지나 쪽지 써주는 걸 좋아한다
그중에 이 글은 기억이 많이 나는 글이다
낮이 오고 밤이 가는 것
그 보다 더 슬픈 일은 없다
깜깜한 밤에도 날 꼭 안아주는 사람
이보다 더 소중한 사람은 없다
엄마랑 놀 수 있는 주말이 좋고
엄마랑 잘 수 있는 저녁이 좋은 공주
아이들은 많은걸 바라지 않는다
나 스스로 또 한 번 다짐한다
잊지 말자
아이들의 마음을
퇴근하기 전에 밤톨에게 답장을 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