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뒤바꾼 지난 10년간 세 번의 터닝포인트
대학 입학한 지 4년 반. 아등바등 노력하고 일을 많이 벌이다 보니 어느새 졸업할 때가 되었고, 또 운이 정말 좋게도 졸업 후 행선지가 마지막 학기 시작 전에 정해졌었다. 나는 올해 9월에 미국으로 컴퓨터과학 석사 유학을 떠날 예정이다. 상당히 진로/관심 분야가 많이 바뀌어서 지난 10년을 생각해 보면 우당탕탕 인생이라는 말이 정말 적합할 거 같다. 그렇다 보니, 지금쯤 한번 내가 왜 이 분야를 선택했는지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고 싶었고, 그런 맥락에서 써보는 글이다.
10년 전, 2014년의 나에게 "너는 10년 뒤에 컴퓨터과학 전공으로 미국 석사 유학 갈 거야"라고 한다면 단번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을 것이다. 그럴 법도 하다. 왜냐하면 2014년의 나는 법조인을 꿈꾸던 문과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문과 집안에서 자란 나는 어릴 때부터 당연히 문과였고, 또 한때는 이과가 뭘 하는지도 몰랐었다. 그러던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친한 친구들이 다 이과로 간다는 말에, 갑자기 "문과 요즘 취업도 어렵다던데 이과나 갈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에라 모르겠다 하고 이과 진학을 선택했다. 이 어리고 단순했던 선택은 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게 되고, 나의 첫 번째 터닝포인트였다.
석사 전공과는 다르게, 내 학부 본전공은 컴퓨터과학과 굉장히 동떨어진 전공이다. 지도 교수님부터 친구들까지, 많이들 나에게 던졌던 질문은 "왜 본전공을 전공하냐"라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본전공과 연관성이 거의 없는 일을 하다 보니 다들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곤 하는데, 사실 별다른 뜻을 두고 선택한 과는 아니었다. 물리를 안 좋아했고, 물리를 안 하는 전공 중에서 그나마 제일 나아 보여서 선택한 과였다. 그렇게 큰 생각 없이 선택한 전공이 적성에 맞았다면 운이 정말 좋았었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본전공을 공부하는 것이 즐겁지 않다는 걸 깨달은 순간부터 앞으로 어떤 걸 해야 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던 거 같다. 고민하던 차에 1학년때 듣던 파이썬 프로그래밍 수업이 너무 재밌어서 컴퓨터 공부를 해볼까?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컴퓨터과학은 다행히도 나에게 많은 즐거움을 줬다. 공부하면서 분명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했지만, 내가 별다른 노력을 안 해도 집중이 저절로 되는 분야는 짧은 인생을 통틀어서 처음이었다. 그중에서도 어떤 걸 해야 할까 대학생활 초에 고민을 많이 했었던 거 같다. 컴퓨터과학에 알고리즘, 시스템,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1-2학년동안은 모든 분야를 찍먹하면서 재미를 찾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쉽사리 나에게 재미있는 분야를 찾지 못했고, 과연 그럼 나는 어떤 걸 해야 할까, 고민을 하던 중에 유튜브에서 Fei-Fei Li 교수님의 Ted Talk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이 Ted Talk는 처음으로 나에게 컴퓨터 비전이라는 학문 분야를 알려줬고, 나의 두 번째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대학 재학 중, 캐나다의 토론토대학교로 교환학생을 다녀왔었다. 토론토대학교는 딥러닝의 발상지와도 같은 곳으로, 정말 임팩트 있는 연구를 많이 했던 학교였고, 지금도 좋은 연구를 많이 하고 있는 학교이다. 딥러닝의 Godfather인 Geoffrey Hinton 교수가 지금은 퇴임하셨지만 재직했던 학교였고, OpenAI의 창립멤버인 Ilya Sutskever, Andrej Karpathy 등등 인공지능 분야에서의 유명인사들을 대거 배출한 학교였다. 커리큘럼이 어렵기로도 유명한 학교였다 보니, 그런 학교에서 인공지능을 제대로 배워보고, 또 그 학교의 뛰어난 학생들과 경쟁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열심히 컨택을 한 끝에, 그 학교에서 운이 좋게도 연구 기회를 구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쉽게 할 수 없는 분야에 대한 연구를 하고 싶었고, 지도 교수님과의 의논 끝에 로봇 Sim2Real 연구를 시작했었는데, 그러다 보니 점차 로보틱스라는 분야에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 연구를 하면서 더 나아가 주위 환경을 point로 매핑해서 인식하는 기술에 관심이 생겼고, 이는 점차 3D 비전이라는 구체적인 분야로 관심이 확장이 되었다. 이는 나의 세 번째이자 가장 큰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첫 글이다 보니 내 간단한 소개와 왜 글을 쓰기로 했는지를 말하면서 마무리해볼까 한다. 나는 연세대학교를 2024년 8월에 졸업할 예정이고,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미국 대학원에 CS 석사과정 학생으로 입학할 예정이다. 사실 내가 하는 일 특성상, 이 일을 왜 하고 있고, 또 무엇을 얻고자 이 일을 하는가를 고민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거 같다. 그렇다 보니, 매 순간 내 결정에 대해 끝없이 고민을 하고, 또 예측을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한 맥락에서 글로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것이 아이디어 생성에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앞으로 자주는 아니겠지만, 틈틈이 내 경험을 기반으로 대학원 라이프, 그리고 학부 라이프에 대해서 써보고자 한다.
그리고 글을 본격적으로 브런치에 쓰는 이유는, 시카고 대학교의 이민아 교수님, 카이스트의 김주호 교수님의 글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모르던 1학년때부터 이 분들의 글을 즐겨 읽었는데, 유학준비생, 더 나아가 대학원생의 고뇌, 그리고 스트레스가 적게 남아 와닿으면서 공감이 되었다. 물론 두 분에 비해선 정말 아무것도 아닌 보잘것없는 학생이지만, 나도 저렇게 느꼈던 감정들이나 생각을 진솔하게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라는 사람도 언젠간 저분들처럼 좋은 연구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좋은 글로 찾아와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