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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un Kim Aug 25. 2021

2030 축의 전환

2020년 출판된 마우로 기옌 교수의 <2030 축의 전환> 간단 리뷰

원서 표지

미래와 트렌드를 소개하는 책들은 심심찮게 베스트셀러 판매대 위에서 볼 수 있다. 이 책을 처음 접한 것도 그곳이었다. 처음엔 그저 흔한 베스트셀러 프로모션이겠거니... 하고 집어들어 잠시 읽어보았는데, 결국은 한 권 사들고 집으로 향했다...


다들 말하듯 세상은 참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대부분 개인은 이 변화의 디테일을 일목요연하게 챙기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저자가 2030년을 바라보며 7년 여에 걸쳐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 (강연을 정리한 책으로 알고 있다.) 책이 다루는 내용의 키워드 자체는 그리 낯선 개념은 아니지만, 그 키워드가 의미하는 바를 깊이 있게 캐치하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 본다. 본인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였고,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시대가 향하는 방향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한편, 어느 정도 식견도 넓힐 수 있었다.



책에서 챕터로 구분하여 다루고 있는 내용의 키워드는 아래와 같다.


1. 출생률: (선진국의) 줄어드는 출생률과 이민자들

2. 실버 세대의 중요성

3. 새로운 중산층

4. 여성의 입지 변화

5. 도시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변화하는 방향

6. 기술이 바꿀 미래의 모습

7. 공유 경제 패러다임

8.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블록체인을 통해 바뀔 사회의 모습


대략 1-5 챕터는 인구통계학적 관점에서 변화의 관점을 서술하였으며, 5-8 챕터에서는 기술의 변화를 중심으로 변화의 양태를 그려보았다. 기옌 교수는 책의 서문에서 이러한 키워드들이 각각 독립적인 현상이라기보단 서로 맞물려 변화를 만들어나가고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책에서 다루는 흥미로운 사례 두 가지를 소개해보려 한다.


아프리카의 성장, 실리콘 사바나, 그리고 화장실

   아프리카의 관한 이야기들은 책의 내용 중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었다. 아프리카의 출산율이 유럽/북미 대비 월등히 높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몇몇 국가들은 상당한 수준의 IT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 아프리카의 각 가정에는 화장실은 없다 할지라도, 핸드폰들은 다들 갖추고 있다는 점이 특히 그랬다. (3년 전, 아프리카의 마사이족 마을에 찾아가 며칠 간 머무른 지인에게 관련 이야기를 전해주었더니, 그가 머물렀던 부족 마을 역시 마땅한 화장실은 없었지만 다들 핸드폰들은 가지고 있었다는 말을 들려줬다...)


    20세기 말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본인 입장에선 신기한 일이긴 한데, 어떻게 생각해보면 상하수도 시설보다야 IT 인프라를 구축하는 쪽이 난이도가 좀 더 낮은 작업이긴 했으리라 짐작해본다. 심지어 물에 대한 접근성 자체가 어렵다고 알려진 아프리카의 경우, 더욱 그렇지 않았을까.


    무튼 덕분에 아프리카는 새로운 IT 기술에 대한 대응력과 접근성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고 한다. 무엇보다 결제 시스템이 나라 경제 규모 대비 상당히 잘 갖춰져있는 모양이다. 타 대륙 대비 인구 증가 잠재력이 높은 지역이니만큼, IT 기업 입장에서는 아주 매력적인 잠재 시장임이 분명하다. 물론, 여전히 어려움은 남아있다. 앞서 언급한 '화장실'을 비롯한 비IT 인프라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 보기 어렵고 수많은 인구에 대한 교육, 위생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아프리카의 충분한 잠재력을 끌어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책에서는 아프리카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외 사업가들의 아이디어를 몇 가지 소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물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화장실', '바퀴를 이용한 물 긷는 기계'다. 과연 이러한 새로운 기술들이 여러 정치적/경제적 불안을 딛고 아프리카의 잠재력을 꽃 피워낼 수 있을까? 필자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 생각하지만, 2030의 미래엔 분명 다른 모습이 되어 있을 것은 확실하다고 믿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DnIZOsH7ezU

책에서 소개한 Wello Water Wheel


소유의 개념은 정말 희미해질까? 

    책에서는 우버, 에어비앤비와 같은 기업들을 예로 들며, 장차 '공유 경제'가 더더욱 위세를 떨칠 것이고, 결과적으로 소유의 개념 자체가 희미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저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정규직보다는 임시직에 가까운 직업의 형태를 갖게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 한다. 소위 말하는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줄이는 세상'의 영향도 있을테지만, 일과 생활의 경계를 허물면서 더 많은 일을 원하는 때에 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19가 도래하기 전만 해도, 저런 방식으로의 변화는 일어난다하더라도 매우 느렸을텐데...란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유연해진 근무 환경은 필연적으로 삶의 터전에 있어서도 유연함을 뒷받침할 만한 변화를 필요로 할 것이고, 소유 대신 공유를 택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리란 얘기다.


    물론, 저자 또한 '공유 경제'가 오히려 빈부 격차를 부풀린다거나, 전에 없던 수준의 교통 체증과 같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음을 언급하긴 한다. 본인은 '공유 경제'의 확산이 소유의 개념을 희미하게 만드는 결과까지 낳을까...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공유 경제도 결국 지금과 마찬가지로 자산을 소유한 이들에게 더욱 행복을 주는 형태이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고...)


    정말로 공유 경제를 통해 소유의 개념이 없어지고...와 같은 이야기는 차치하더라도, 최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다양한 기업들(책에서 소개한 우버나 에어비앤비라던지, 위워크, 엣시와 같은 기업 등)은 공유 경제의 컨셉에 부합하는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큰 성공을 거뒀다. 이들의 비즈니스가 확대될수록 사람들의 생활 방식 또한 그에 적합하고 익숙한 형태로 변화될 것은 분명하다.(이미 그렇게 되기도 했고...)


    2030년이 도래하면, 이러한 기업들의 접근 방식을 토대로 정말로 우리가 소유 보단 공유를 택하는 삶에 가까워져 있을까? 책을 읽으며 가장 강하게 들었던 물음이다.




저자인 마우로 기옌 교수는 8개의 챕터에 걸쳐 '수평적 사고'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며 강조한다. 앞으로 더더욱 변화는 빠르게 이뤄질 것인데, 이 변화를 수용하고 유연하게 활용할 줄 아는 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열리리란 메시지를 전한다. (수평적 사고는 책의 말미에 7개 키워드로 언급된다: 1) 멀리 보고, 2)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고, 3) 차근차근 한 걸음씩 접근하며, 4) 막다른 길을 피해야 하며, 5) 낙관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6) 두려워 하지 않으며 7) 흐름을 놓치지 않는다.)


책을 보며 가장 공감한 포인트는 '수평적 사고'까진 아니더라도, '변화의 흐름에 올라탄다'는 표현이었다. 어느덧 남들과 다른 것을 두려워하고, 현재의 위치와 방향에서 벗어나길 어려워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하던 찰나, 여러 새로운 흐름과 그것을 대하는 방식에 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낸 데에 매우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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