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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AN Jan 10. 2021

신호등을 주제로 한 시들

빨강, 노랑, 파랑

안녕하십니까, J.HAN입니다. 일주일 중 파란 불에 해당하는 주말에 찾아온 이주의 베스트 시간이네요.

이번 주제는 신호등이었습니다. 신호등, 의식을 하든 안하든 주변에서 자주 눈에 들어오는 물건이죠? 문명의 혜택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하루에 한번쯤은 시야 한구석에 신호등이 눈도장을 찍고 지나갔을겁니다. 그만큼 신호등은 현실적이고 흔한 단어입니다.

신호등엔 세 가지 색이 있습니다. 움직임을 멈추라는 뜻의 빨간 불, 지나가도 좋다는 뜻의 파란 불, 그리고 잠시 기다리라는 의미의 노란 불, 이 세 가지 빛은 교통체계를 다스리는 기호로써만이 아니라 심리적인 의미 또한 가집니다. 빨간 불은 사람이 본능적인 위험을 감지하는 색입니다. 그래서 위험한 상황을 1차적으로 막기 위한 '정지'에 색이 부여되었지요. 파란 불은 그 빨강의 반대고요.

그렇다면 노란 불은 어떨까요? 이 노랑은 아주 오묘합니다. 글감으로 노란 불을 선택하신 분들도 아마 이 오묘함에 끌려 그것을 텍스트로 나타내려 하신거겠죠. 노랑은 애매한 색입니다. 정지도, 통과도 아닌 '기다림'이기에. 다른 두 불에 비하면 찰나에 불과할만큼 짧지만 사람들은 그새를 못참고 파란 불이 나오기도 전에 신호등을 지나갑니다. 노란 불이 오묘한 이유는 의미가 애매하기 때문이 아닌거죠. 존재가 흐릿해서 그런겁니다.

기다림이란 곧 여유입니다. 또 여유는 내적인 풍족이지요.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은 심리적으로 급한 상황에 놓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건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그렇지요. 만약 세상에 조금 더 여유가 넘쳤다면, 노란 불이 이렇게 문학적 시어로써 주목받는 일이 적었을겁니다. 정지와 기다림, 통과가 적절하게 어우러지는 조화의 사회가 진작 만들어졌을 것이고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않죠. 그러니 이런 형태로나마 신호등의 노란 불이 가진 의미를 떠올려 봅시다.

그럼 이번 주 베스트에 오른 글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1. 베개피님의 '슬픈 주황불'

https://m.fmkorea.com/3289393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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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할 때를 아는 자는 얼마나 행복한가

파란불이 켜졌을 때를 아는자는 가야할 때를 안다.

그렇다면 

가지 말아야 할 때를 아는 자는 얼마나 더 행복한가

빨간불을 볼 수 있는 자는 참아야할 때를 안다.

그렇지만 

주황불만 볼 수 있는 자는 너무도 서글프다.

가야할 때를 모르기 때문이다. 

가지말아야할 때도 모르기 때문이다.

갈지 말지 갈팡질팡 고민만 하면 머리 위에 파란 신호를 눈치 채지 못 하고 가만히 있는 것이다.

단숨에 마음을 먹고 앞으로 가면 사실은 빨간 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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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기다림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기다림의 길이 또한 모릅니다. 파란 불을 아는 사람은 인생의 활로를 찾을 줄 알고, 빨간 불을 아는 사람은 인생의 함정을 피해서 나아갑니다.

그러나 주황 불은 다릅니다. 주황 불만 보아서는 기다림의 진짜 의미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멈춰야 할 때, 나아가야 할 때를 아는 사람만이 기다려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압니다. 주황 불이 뜬 뒤엔 머지 않아 파란 불이 오는 걸 이해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주황 불만 볼 수 있는 사람은 시기를 모릅니다. 이 기다림이 나에게 독인지도 모릅니다. 이윽고 내딛은 한 발이 사실은 사지로 가는 지름길인지조차 모릅니다. 그래서 화자는 신호등이 무섭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2. 형이상학님의 '주황불에 대한 고민'

https://m.fmkorea.com/3298671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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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까 말까 하는 사이에도

시간은 흐르고 삶은 지나간다

뛰는 사람과 멈추는 사람

사람을 밣는 사람과 멈추는 사람

어릴 적 위법을 하던 동생은 트럭에 치인적이 있지만

살아가며 계속 고민을 해야했다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때로는 사소한 고민

시간에 쫒기며 시간을 보낼줄도 아는 여유를 가져야하는 사람이란

얼마나 많은 바쁨과 애매함 속에서 수 많은 클락션을 울려야 할까

아침부터 얼마되지않는 이력을 적으며 라면을 먹어도 시간은 갔다

나의 바쁨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나는 외롭느라 바빴다 하루종일 전자파를 받으며 외로움을 증폭하고나면

싱글침대라는것은 혼자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주었다

외로이 눕는 사람과 새벽에도 일을 하는 사람

삶에 대한 최선

혼자라는 사실에도 슬퍼해야할때가 있음을 아는 사람은

언제나 혼자인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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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내내 기다리기만 하는 사람은 인생의 방향도, 목적도 찾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결과가 없기 때문입니다.

기다리는 사람은 사실 아무 일도 안 하는 게 아닙니다. 기다리는 일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마찬가지로 화자가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유는 인생의 방향대로 나아가기 위함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하지요.

기다린다는 행위가 일이 될 수 있는 조건은 언젠가 통과할 수 있다는 확신, 미래가 있기에 성립되는 것입니다. 만약 기다림에 기약이 없다면, 기다림은 단순한 휴식에 지나지 않습니다. 결과를 내지 못하니까요. 그리고 이 명제는 화자의 행동에도 그대로 부합합니다. 혼자라는 사실이 슬픈 이유도 그 때문이고요.

잘 읽었습니다.


3. 시간의돛단배님의 '신호등'

https://m.fmkorea.com/3291449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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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나 파란불일줄 알았다

아직 시간 많잖아

조금 천천히 가도 되지 않을까

빨간불이 켜지고서야 후회했다

조금만 더 빨리 갈 걸

조금만 더 서두를 걸

후회해봤자 신호는 바뀌었다

언제 돌아올 지 모르는 파란불이 돌아올 때까지

그저 하염없이 멈춰서서 기다릴 수밖에 없다

내 뒤를 쫒는 시간이 날 집어삼키기 전에

늦지 않게 파란불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그저 하염없이 신호가 바뀌는 것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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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정지'의 빨간 불이 주는 중압감을 잘 표현해낸 시입니다.

어떤 일이든 정해진 때가 있는 법입니다. 우리네 인생에서 거의 그런 시기들은 파란 불이 켜진 때이고, 그래서 적잖은 이들은 파란 불이 계속 켜져 있을거란 낙관적인 관측에 몸을 기대죠.

그도 그럴것이 파란 불을 보고 있으면 너무 마음이 편하거든요. 저기로만 가면 힘든 일은 하나도 없을 것 같아. 이제 내 인생은 탄탄대로구나. 여유가 생겼으니 천천히 가도 되겠지? 이런 어리광이 고개를 쳐드는겁니다.

그럴수록 빨간 불이 찾아온 뒤의 후회가 더 큽니다. 왜 난 달릴 수 있을 때 달리지 않았나. 무슨 근거로 신호등이 멈춰있다고 생각했나. 두 줄의 교훈을 얻기 위해 치른 대가는 너무도 쓰라린 양이었습니다.

그래도 화자는 다음에 올 기회를 놓치지 않겠죠. 그때가 언제일진 몰라도, 이번엔 올바른 곳에 희망적인 관측을 내놓아야 할 때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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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베스트는 어떠셨나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적인 시어 '신호등'이었습니다. 여러분의 한 주는 무슨 색이었나요. 그리고 그 다음 주는 무슨 색이 들어서길 바라시나요. 전 늘 노란 하루가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제 인생에서 지금은 기다려야 하는 시기거든요.

그럼 다음주 베스트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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