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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군분투 플라멩코

이열치열 연습기

우리 연습실에는 에어컨이 없다. 예전에 잠시 있었다는데 별 소용이 없어서 제거되었다.

제습기가 세개, 커다란 선풍기가 하나, 써큘레이터 두개

그리고 천정에 실링팬이 두개 돌아간다.

지구온난화로 날씨는 변덕스럽게 악독해지고 열대기후처럼 장마와 상관없이

여름 내내 하루 건너 소나기가 내린다. 

작년까지만해도 지하실이라 계단을 내려가면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는데

올해는 더운건 고사하고 비가 오는 날에는 물 속에서 춤을 추는 기분이다.


뒷모습을 그리는 GYB작품


그럼에도 불구하고 짜증내지 않고 땀을 닦는 이유는 뭘까.

우선은 재미있기 때문이다. 

안무를 다 못외워서, 몸이 안따라서 나에게 짜증이 나지만

하루하루 눈꼽만큼이라도 나아지면 기쁘다.

거의 8년째 플라멩코를 하고 있지만 한 날보다는 쉰 날이 더 많고

코로나로 4년쯤은 전혀 안하고 놀다가 작년부터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초급반에서 다시 시작했다. 


작년까지는 어깨 석회성견염으로 오른팔이 올라가지 않아서

자세가 갸우뚱했지만 이제 수술해서 팔도 번쩍 올라가니

좀더 예쁘데 제대로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도 한다.

그렇다고 성급하게 잘 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그저, 못해도 그만두지 않고 평생 초보라도 버티기로 마음먹었다.


그나마 일주일에 두번 아침에 일어나서 부시시한채로 연습실을 가지 않으면

게으른 내가 오전에 움직일리가 없기 때문이다.

아침마다 눈을 반쯤 감은채 아들에게

"연습 다녀올게" 

"ㅎㅎㅎ 엄마 잠이 덜 깨는데?"

그래 그래도 가야한다.

환갑을 지나고 나니 내가 자유롭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싶은 생각이 절실하게 든다.

안좋은 머리는 이제 그만쓰고 몸을 많이 쓰자 싶다.


음...글을 쓰는 것은 머리를 쓰는 걸까. 몸도 쓰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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