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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연 May 05. 2021

(Viana do Castelo)
그래도 유일한 하루

포르투갈 일지





2019.12.27


춥다.

동상이 찾아왔다.

올해는 만나지 않아보겠다. 했던 동상이 다시 찾아왔다.

그래도 굳이 위로를 하자면 2달은 늦게 찾아온 셈이긴 하다.며 위로 중이다.

서양의 난방 기구 에어컨에서 나오는 히터와 손 난로와 같은 라디에이터를 만나고 있지만

집 개조 전 벽난로를 때던 시골집에서 손 난로만큼 작은 라디에이터로 지내는 집.

통계만으로 한국과 비교하고,  모두 무난히 잘 지내온 늦가을부터의 오흐리드, 

티라나 등의 날씨를 겪고 보고 너무 방심한 내 잘못이다.


체크인 때 집주인 아내와 딸을 만나 보니  전기 사용료 100유로 이상은 추가금이라 한다.

100유로 정도에 489kw 정도

집 주인과 예약 전 언제나 필수로 질문하는 전기료 등의 공과금이 모두 포함이냐. 란 질문에 

그렇다.의 답을 받고  예약한 집이다.

이젠 뭔가 따지기도 지긋해.

13만 원 정도의 큰돈이 기본 포함이니 뭐 어찌 되겠지.

이 집 말고는 가고 싶은 곳이 없었으니 말이다.

어릴 적 집에서부터, 둘이 살던 서울에서도 절약, 절전에 관해선 자신 있는 나.


테스트를 해보았다.

손을 대면 살짝 온기가 느껴질 뿐인 이 깡통 같은 난방 기구를 30분 작동시켰을 뿐인데 

5kw가 그냥 돌돌 돌아간다.

어라.

계산을 해보니 대단한 전기 소모량이다.

낮엔 자연광, 해가 지면 불 하나, 상시 대기 중인 가전은 물 보일러와 냉장고뿐.

하루 종일 달달 달달 떨다가 자기 전 30분 히터 작동하니 하루 사용량이 대략 20kw

허허.


나는 포르투갈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마지막 겨울 3달을 짜 넣은 건 오로지 유럽 내에서도 수치가 좋은 편인 겨울 대기 질과 

통계 상 높은 온도 때문이었다.

그런데 개뿔.

모든 게 한국과 다르지 않은,

아니 지나 친 나라 중 가장 한국과 흡사한 생활패턴으로 돌아가는 나라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벗들이 이 계절 나의 동상에 대해 염려해 주어 

아주 말짱함!이라는 답으로 안심 시켰건만

손과 발이 매년 익숙한 느낌과 색깔로 점령되고 있다.


어찌 보면 겨울 동상 안 걸려보기.는  이번 떠남에서 큰 기대와 미션이기도 했는데 말이다.

몸이 잔뜩 골룸처럼 쪼그라들고 시퍼렇게 벌벌 떠는 만큼 마음이 쪼그라들고 바싹 퍼렇게 날이 선다.

망할 포르투갈.

걸름 없이 그냥 날이 선 생각을 뱉고 얼굴을 만든다.

내가 왜 이딴 델 골라왔을까.

공기도 나쁘고, 강아지도 없고, 나무도 없고,, 과일, 채소도 맛없고, 춥고, 

화장실 배수구도 없어서 변기 물청소도 곤란한 이딴 곳에.

매일 매 순간 더 날을 세워 바싹바싹 간다.

그 칼로 나를 찔러대고 또 베어낸다.

이제 이렇게 마음도 몸도 쪼그라들 데로 쪼그라들며 벼터대는 삶이 지긋지긋하다고.

이러려도 모든 걸 털어 이곳을 내 발로 찾아 온 나에 대한 원망이 검푸르다.

감정과 마음과 생각을 알아보고 챙겨보는 것들이 모두 뒤엎어지는, 홀딱 벗겨져 초라한 날들이다.


매일 작고, 배가 똥똥한 작은 새가 찾아오는 집.

아무리 난방을 하지 않아도 전기 소모량의 숫자가 자꾸만 올라가는 집.

매일 매일 소각장에 사는 듯한 탄내과 하얀 연기로 가득 채워지는 집.

너무 떨어서  밥 먹고 체하고 코피 나는 집. 

토미마저 동상에 걸려버린 집.

더 이상 지구상에 내가 도망갈 곳이 없다. 는 것을 확인 지켜주는 집.

지친다. 그만 두고 싶다. 는 에고에 완벽하게 점령 당한 것을 알면서도 그대로 둘 수 밖에 없는 집.

눈이 편하고, 마음과 몸이 병드는  집.


포르투의 죽일 듯한 공사를 겪고 와 곧장 이대로 홀랑 벗겨져 냉동되고 훈제되니

별의 별 것을 겪고 살고 있지만  모두 그대로 잘 사이좋게 지내왔는데 

떠남 후 지금. 

유일하게 고비라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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