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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 J Mar 17. 2022

어릴 땐 몰랐던 사실 셋.

부모님 알아가기

어릴 적 친구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아서 갔다.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거 같다. 나는 수줍음이 많은 아이라 노래방은 싫어했다. 친구들은 다 같이 노래방을 가고 나는 홀로 집에 가겠다 나왔다. 그때 작은 교통사고가 났다. 사람이 많이 걸어 다니는 도로라 아마도 차는 아주 느렸고 사이드미러에 살짝 부딪혀 넘어졌다. 차는 아마 시속 20킬로는 안 넘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나는 얼마 전 친구와 놀다가 피아노 의자에 꼬리뼈를 제대로 찧여서 다친 상황이었다. 넘어지면서 꼬리뼈가 어딘가에 부딪혔고 나는 너무 아파서 엉엉 울었다. 당황한 차주인은 나를 계속 달랬고, 지나가던 생일 친구의 어미니가 나를 발견해 우리는 일단 집으로 그 차를 타고 갔다. 나는 꼬리뼈를 다친 사실을 부모님한테 알리지 않았었다. 혼날까 봐. 그런데 이렇게 큰 사고를 치다니. 절대 엄마한테 알리고 싶지 않았다. 혼날 거 같았다. 그래서 병원에 가자던 차주인과 친구 어머니를 끝끝내 돌려보냈다. 엄마한테 상황을 말하고 꼭 전달하라고 주신 그분의 전화번호도 숨겼다. 그러고 나는 모른척했다. 안 아픈 척. 안 힘든 척. 아무 일도 없던 척. 


어린아이가 왜 그렇게 큰 사건을 겪고도 그 일을 숨겼냐고 하면, 아마도 무서웠기 때문일 거다. 혼날까 봐 무서워서. 내가 겪은 일 보다 부모님을 실망시켰다는 그 두려움이 더 크니까. 나는 그런 애였다. 지금은 엄마한테 그런 일도 있었다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어른이 되었지만, 나는 아직도 의문이다. 얼마나 부모님을 의지를 안 했으면 그걸 혼자 버텼을까. 나중에 그 얘기를 들은 엄마는 너무 속상해했다. 나는 부모님을 몰랐다.


어릴 땐 부모님이 무서웠다. 

아니 사실 무서운 건 아니고 친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게 맞을까?

 

항상 올바르고 착하고 잘하는 모습만 봐주고 인정해준다고 생각했다. 시험을 잘 맞아야지, 무언가를 잘해야지 반응을 했으니까. 생각해보면 우리 집은 감정적인 것에 소통을 많이 하지 않는다. 오늘 이래서 기분이 좋았다. 기분이 나빴다. 이거는 이쁘고, 귀엽고, 마음에 든다. 보다는 이것은 옳다. 그르다. 잘했다. 잘못했다. 이런 류의 이야기가 주로 오갔다. 그러니까 잘한 것과 잘못한 것에만 반응이 온다. 아무리 노력해도 객관적으로 잘한 행동은 많지 않았을 테고, 그러기에 부모님은 나를 못난 애라고 생각할 거라 생각했다. 모든 일에 자신감이 없었다. 부족한 면만 본다고 생각했으니까. 어릴수록 실수는 많고 나는 부족한데 그게 당연하다고 말해주지 않았다. 그게 여전히 너무 서럽지만 우리 집에 기본적으로 너무나 T(mbti의 T)이기 때문에 이제는 인정한다. 


엄마는 화내고 아빠는 무뚝뚝했다. 아니다. 엄마는 바쁘고 아빠는 집에 없었다. 어린 나의 시선에는 그렇게 보였다. 근데 조금 크고 보니 엄마는 너무 많은 일에 허덕였고 아빠는 사회생활에 지쳐있었다. 엄마는 혼내는 게 아니고 궁금해하는 거였고, 아빠는 가장으로서의 권위와 근엄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그리고 이제 보니 엄마는 해보고 싶은 게 많은 도전하는 사람이었고 아빠는 평화주의자에 낭만주의자였다. 그걸 이제는 알았다. 


아빠는 무관심한 게 아니었다. 아빠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우리가 부족함 없이 살기를 원하니까. 그리고 좋아하는 걸 하라고 말한다. 좋아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엄마는 나를 평가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그냥 엄마의 시선 그냥 객관적이었다. 그 객관이 많은 상황에서 도움이 되었다. 나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니까. 그리고 그 앞을 나아갈 힘을 기르길 원한 거였다. 지피지기 백전백승. 나를 알고. 상황을 알고. 나아가라고. 도전하라고. 


이제는 어느 정도 부모님을 이해한다. 당신들의 살아온 삶까지 알진 못하지만, 그래도 엄마 아빠가 한 노력이 무엇인지는 알겠다. 그게 나한테, 어린 나에게 충분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다만 서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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