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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 J Mar 17. 2022

어릴 땐 몰랐던 사실 둘.

'나' 그리고 심리학

나에 대해 알기 시작한 건 대학교 때의 심리학 수업에서다. 그때 애착 유형을 배웠는데, '불안 회피형'이라고 검사 결과가 나왔다. 그게 뭔지 잘 이해를 못 했지만 검사 결과 중에 최악이다라고 생각했다. 내가 좋은 게 나올 거라는 생각은 못했지만 제일 나쁜 게 나올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물론 지금은 그게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닌 걸 안다. 그때, 나는 내가 평범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닐 수도 있다고 처음 인지한 거 같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여러 남자 친구들을 사귀면서 상대방에 대해 이해하려고 심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었다.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으니까. 왜 혼자가 편한지. 왜 같이 있고 싶어 하지 않는지. 그런 유형의 사람들만 만나는 이유가 뭔지. 공부하다 보니 다 애착 유형과 관련이 있었다. 내가 힘들어했던 그분들은 하나같이 다 '회피 유형'이었다. 그러면서 사실 나에 대해 돌아봤다. 사실 '불안 회피 유형'에 대해선 많은 정보가 없다. 불안형과 회피형에 대한 얘기만 있을 뿐. 


요즘에는 간신히 안정형의 턱걸이에 있더라. 다행히 많이 변했다. 공부를 하면서 내가 문제가 생기면 왜 피하고 싶은지. 그럼 그게 왜 안 좋은지. 왜 불안을 느끼는지. 안정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말 많이 공부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조금은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아 상처받았구나, 그래도 싸우기 싫으니까 피하는구나. 그럼 저 사람은 불안하구나, 확실한 걸 확인하고 싶어 하는구나. 이렇게. 내 감정은 너무 서툴러서 꽁꽁 묶어 가두 고만 있었는데 공부를 하니까 내가 어떤 감정을 가지는지,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알기 시작했다. 물론 얕은 지식으로 남들을 일반화를 하면 안 되지만, 적어도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사람이 더 이상 감정 덩어리의 불편한 존재가 아니고 나의 지인으로서 연민이나 애정이 생긴 거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때부터 나는 관계가 순탄친 않았다. 친구도. 연인도. 가족도. 

이해가 된다고 내가 변한다고 상대방까지 변하는 건 아니니까.


두 번째 계기는 어떤 책을 발견했을 때부터다. 크리스텔 프티콜랭의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신경 언어학을 공부한 심리치료사의 책이다. 평소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생각이 정말 많은 거 같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남들은 생각을 안 하나...? 요즘에야 mbti 검사가 유행되면서 N유형들은 생각이 많다 이런 소리를 많이 하지만 (실제로 나도 n 유형이다) 얼마 전에는 사람들이 서로 생각을 얼마나 하는지, 생각을 평소에 하는지 이런 대화를 해보지 않으니. 나는 내가 생각이 많은 사람인지 몰랐다. 


작가는 생각이 많고 예민한 사람들을 심리 치료하며 정리한 내용들을 담았다. 신기하게 나에 대한 많은 부분이 설명이 되더라. '정신과민증' 저자가 나 같은 사람들을 정의한 말이다. 세상에 내가 특이한 사람이었고, 그걸로 고통받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충격이었다. 내가 세상 살기 힘든 특성을 타고났다니... 충격과 동시에 위로가 되었다. 그동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부분들. 아무도 이해해줄 거 같지 않은 이야기들을 먼저 알아서 얘기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이게 공감을 통한 위로일까. 심지어 저자는 세상에 그 누구보다 특별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해준다. 


이 책을 읽고 또 읽었다. 드문드문 수십 번을 읽었고, 5번 정도는 정독했던 것 같다. 시리즈로 나온 모든 책들을 읽어본 거 같다. 책을 읽고 나를 대입해보고, 돌아보고, 나를 이해하고, 인정하고, 이뻐하는데 까지 몇 년은 걸린 거 같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는 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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