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딩은 좋다. 속이야 어떻든 길고 긴 패딩은 훌륭한 외출복이 된다. 텀블러 들고 커피 사러 나갔다. 카페의 커피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신호등의 초록불을 건너고 건너서, 팔에 컬러를 넣어 새긴 문신의 사내가 아메리카노를 담아주었다. 생각나면 한 번씩 듬성듬성 돋아나는 두통이 얄궂다. 커피를 마시면 좀 나을까, 싶었다.
오늘 내가 사는 옳은 방법은 푹 쉬는 것인 줄 알면서도 맘대로 되지 않는다. 그간의 노동에 너무 익숙한 탓일 수도 있고, 아이들 앞에서 푹 퍼져 자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아무 쓰잘머리 없는 자존심이기도 하다. 책상 앞의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지 못한 채 읽히지도 않는 책만 괜스레 머쓱해졌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우리는 전쟁 중이다. 총칼만 들지 않았지 적군에게 언제 들킬지 몰라 몸 낮추고 버스럭거리는 소리도 내지 않고 숨 죽여 있는 듯하다.
육개장 먹고 싶다는 아들 소리를 그냥 넘기지 못했다. 먹고 싶은 게 뭐냐고 물어놓고 막상 귀찮음이 대답보다 먼저 나오니, 나를 엄마라고 절대 우길 수가 없는 이유다. 집에 있는 날이라도 밥 해달라는 아우성이 반짝반짝 거린다. 그래도 오늘은 용감하게 장바구니 들고 시장까지 갔으니, 레시피를 보고 제법 괜찮은 육개장을 먹일 수 있었다. 기특함이다. 나를 칭찬한다.
그리고 간만의 여유가 이렇게 끄적거리며 시간을 때울 수 있다니... 행복함이다.